‘장애인 명문’ 대구대학교
이건 조선일보 (영남 편) 에서 퍼온 글입니다..
“편견 없어 서울大보다 더 좋아요”
6일 오전 경북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학교 점자 도서관. 2학년생인 봉기용(22·사회특수교육)씨가 허리에 휴대형 디지털 음악파일 재생기(MP3플레이어)를 차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무엇인가 열심히 듣고 있었다. 전형적인 디지털 세대로 보이는 봉씨는 실은 시각장애인이다. 듣고 있는 것도 유행가요가 아니라 ‘인간과 윤리’라는 교양 과목의 교과서. 지난달부터 대학 교재를 녹음, MP3파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대구대는 내년 2월까지 전공 및 교양서적 400여권을 MP3파일로 만들어 장학생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한 강의실. 청각장애 학생인 최종훈(22·체육특수교육2년)씨가 칠판과 옆자리에 앉은 친구의 노트북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최씨는 같은 학과 친구인 신혜선(22·여)씨가 노트북 컴퓨터에 대신 입력하는 교수님의 강의를 ‘보면서’ 수업받고 있다. 수업을 마치자 신씨는 최씨의 손에 강의 내용을 입력한 디스켓을 쥐어줬다. 신씨처럼 장애학우의 대필 등을 도와주는 행위를 학교측은 봉사 학점을 주면서 장려하고 있다.
대구대학교가 장애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대구대는 작년 전국의 장애인 특례입학생 313명 중 83명이 입학하는 등 지난 95년 특례입학제가 시작된 이래 전체 장애인 대학생의 26%가 입학했다.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중도 포기하고 대구대로 옮기는 학생도 한 해 20여명에 이른다. 장애인 교육 여건을 갖춘 대학이 극히 드물어 특례 입학생의 상당수가 자퇴하기 때문에 전국의 장애인 재학생들 중 대구대 학생의 비중이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대구대에는 286명의 장애인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이 중 지체장애인이 170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이 67명, 청각장애인이 47명 순이다. 단대별로는 주로 사범대학과 사회대학에 장애인 학생들이 많다.
◆편견이 없다
대구대가 왜 장애인 학생들에게 인기있을까. 장애인 학생들은 “캠퍼스 안에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교직원·학생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며 “대구대학생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전체 재학생 1만8000명 중 장애인 학생은 287명으로 1.6%에 불과하지만 비장애인 학생들과 장애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도록 학교측이 배려한 덕분에 서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
이 학교 기숙사의 경우 190명의 장애인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각 방에는 반드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짝을 이뤄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간단한 편지나 신청서를 대신 써주는 것부터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장애인 학생들을 돕도록 배려한 것이지만,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도 장애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인성을 닦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우와 한 방을 쓰고 있는 건축과 김진우(25·3학년)씨는 “이제는 장애우와 생활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면서 “가끔 화장실에서 옆 소변기가 비었는데도 시각장애우가 못보고 등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야 장애우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우와 함께 생활하는 성우제(23·산업복지3년)씨는 “빨래나 방청소를 더 하기는 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다”며 “장애인이니까 다르다는 마음의 벽이 차츰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편리한 교육여건
대구대 캠퍼스의 모든 건물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다. 경사로와 리프트 등 장애인용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건물이 낡아 내부 승강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에는 외벽에 별도 승강기를 설치했다. 점자 안내판 및 점자 보도블록도 24곳에 설치, 시각장애인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 1946년 설립된 대구맹인학교가 대학교의 모태였기 때문에 학교 곳곳에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배여 있다.
작년 9월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립, 장애 학생들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닐 필요없이 한 곳에서 행정 민원을 처리하도록 했다. 행정 민원 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장애 학생들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면 곧바로 출동해 도와주는 ‘헬프 서비스’, 수화 통역사를 배치하고 대필용 노트북 컴퓨터를 제공하는 일도 지원센터의 역할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 김남국 소장은 “지난 95년 특례입학제 도입으로 장애인들에게 대학교육의 기회가 생겼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에 장애인 지원체계가 갖춰지지 않았고 점자나 음성으로 된 교재가 거의 없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라며 “교재가 있는 경우는 장애학생들의 학점이 일반 학생들 못지 않게 높다”고 말했다.
( 김민구기자 roadrunne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