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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난 아줌마가 미국에 가서...[4]


BY ns05030414 2001-11-23

개비지 디스포잘을 처음 써 본 아줌마는 그 편리함에 반했다.
그 편리함과 신기함에 반 해서 설겆이 하는 일이 신이 날 정도였다.
싱크 물 빠지는 곳에 고인 음식 찌꺼기를 스위치만 올리면 드르륵 갈아서 물과 함께 흘려 보내니 지저분한 음식 찌꺼기를 손에 묻힐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부엌에서 나가는 젖은 쓰레기가 없으니 쓰레기 버리는 일 조차 즐거웠다.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곳에 가도 냄새가 나지 않아 좋았다.
아줌마는 개비지 디스포잘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서 음식 쓰레기는 무엇이건 그 속에 넣고 갈아 물에 흘려보냈다.
사과 껍질, 오렌지 껍질, 수박 껍질,... 무엇이든 그 속에 넣고 갈아 물에 흘려 보내는 것을 아줌마는 좋아했다.
그 속에 손이 들어가면 손을 베거나 다칠 것만 같아 조심조심 하면서도 음식 찌꺼기 갈리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음식 찌꺼기가 상해서 나는 쓰레기 냄새를 더 이상 맡지 않게 되어 아줌마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는 말은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진리였다.
개비지 디스포잘 사용하기를 즐기던 아줌마, 드디어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 지 개비지 디스포잘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음식 쓰레기만 갈아 주지 않는 것이면 그 것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싱크에서 물도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개비지 디스포잘을 사랑하던 아줌마, 개비지 디스포잘이 원망스러웠다.
개비지 디스포잘이 싱크 밑 바닥을 막고 있지 않았더라면 싱크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설겆이를 못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산더미처럼 쌓인 설겆이를 보면서 아줌마는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나온 남자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개비지 디스포잘을 분해하였다.
그리고 아줌마에게 마늘 껍질을 보여 주었다.
마늘 껍질이 꼭꼭 막혀 고장이 났던 것이다.
전에는 마늘 껍질을 버려도 괜찮았었는데 김치를 좀 많이 담근다고 깐 마늘 껍질의 양이 너무 많았던가보다.
그 사람은 아줌마에게 앞으로는 마늘 껍질 같은 것은 그 곳에 버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그 곳에 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친절히 가르쳐 줄 때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알아 듣는 것 보다 못 알아 듣는 것이 더 많았다.
열심히 설명하는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 알아 듣는 척 했을 뿐...

현관 문을 붙 잡고 서서 아줌마는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서로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 받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말했다.
"see you!"
아줌마는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일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 남자가 왜 또 보자고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는 지 물었다.
그 사람은 다 잘 되었으니 염려 말라고 하였다.
아줌마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아줌마 영어 실력으론 더 물을 수도 없어서 의아해 하면서 그 사람을 보냈다.
그 사람도 아줌마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나중에, 아줌마는 알았다.
'see you!'가 그저 헤어질 때 쓰는 의례적인 인사에 불과함을...
그리고 그 날 일을 떠올리며 두고 두고 부끄러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