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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육아도 이제 공동체가 필요하다


BY mee60 2001-11-24


1.
이웃과의 작고 알뜰한 품앗이에 익숙한 많은 분들이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의아해 하시더군요. 심지어 무슨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은 바 있습니다. 우리끼리 즐기다 끝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일을 벌리면 골치 아프고 귀찮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둘째 아이를 갖습니다. 또다시 힘겨운 육아의 틈바구니에서 허덕이면서 오직 세월이 지나가기만 기다리지요. 세째 아이를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 또다시 같은 길을 똑같이 가야하겠지요. 이웃에 품앗이의 작은 틀이 이어진다면 덜 수 있는 짐들을 오로지 혼자 짊어지고 말입니다. 과연 현명한 일입니까? 임신부터 품앗이를 통해 등록을 해서 육아 기간 내내 가까운 이웃이 서로 돕는 그런 생활은 저만 꾸는 꿈일까요?

2.
6시면 퇴근하는 자상한 아빠와 자녀교육에 알뜰한 엄마가 있고 그분들이 자녀의 미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주말이면 주말농장이나 별장, 또는 체험학습을 마련하신다면 품앗이의 필요성은 못 느낍니다. 그야말로 수준도 비슷한 이웃끼리 귀족다운 품격을 생활화할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하다못해 자가용이라도 두 대 있어서 엄마가 씽씽 다녀준다면 또 의미가 반감되겠지요. 시끄럽고 야단스러운 떼모임을 내심 경멸하면서 말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그럴려면 우리는 아마 지구상에 가장 잘 사는 나라라야 할 겁니다. 우리가 정말 그렇습니까?

자연체험이 아닌 개인지도교사라도 맘껏 불러들일 사람들은 품앗이 절대 안 합니다. 그들의 뒤에서 별 효과도 없는 떼거리 학원비나 대면서 언제까지 돈 있는 자식들의 뒷줄에 서야 합니까?

3.
제가 두 아이를 연년생으로 키우고 있을 때에도 각종 사회단체에서는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밤낮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내용들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제겐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정보도 늦고 몸은 천근이며 어린 아이를 돌봐줄 곳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설사 친정부모가 이웃에 있다 하더라도 사정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대다수 엄마들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17개월이면 놀이방에 아이를 보내버리는 가혹한 육아행태를 낳고 있습니다. 엄마도 사람인데 1년 365일을 하루도 빼지않고 계속되는 육아는 정말 말할 수 없이 힘든 과정입니다. 누가, 도대체 누가 오직 따뜻한 마음 하나로 지친 엄마와 끊임 없이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내 아이에게 재충전과 휴식의손을 벌려 줄 것입니까?

4.
아기는 집단생활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것만이 진실입니다. 그들은 겨우 친숙한 이웃 두엇을 기억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기의 충격에 놀란 울음은 들리지 않지요. 돈으로 계산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들리지 않습니다. 도무지 돈이 안 되는 육아라는 이 험난한 일을 어느 누가 불쌍히 여겨서 발 벗고 나서주겠습니까? 국가? 학교? 기업?
도대체 이 일을 누가 해줄거라고 입 벌리고 기다리는 것조차 한심하지 않습니까?

4.
동읍에서 팀이 늘어갈 때 공공기관에 장소협조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공무원일 뿐이더군요. 시간 맞춰 문 열고 시간 맞춰 집에 가며 시설을 깨끗이 그리고 조용히 품위있게 유기하기 위해 고용된 그들은 우리 힘없는 엄마들의 요구는 아주 간단히 무시할 수 있었습니다. 온갖 쓰잘데기 없는 단체들에게는 겨우 한달에 한번 쓸까말까한 회의실까지 주면서도.....

심지어 이미 각종 단체에 소속된(?) 품앗이 팀들조차 각 단체의 모양에 따라 바지가 됐다가 저고리가 됐다가 저들의 편의와 구색에 맞춰 춤추도록 요구됩니다. 품앗이가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분명히 우리 생활의 일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정말 품앗이를 위한 단체나 기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5.
돈을 구하려고 해본 일도 있었지요. 두 말할 필요 없이 '할일 없는 여자들이 애 보는 모임'에 돈 대줄 누가 있겠습니까? 비록 그 돈이 아무리 눈먼 돈이라서 온갖 이름뿐인 단체들이 서류 몇장 올려서 이리저리 뜯어가는 돈이라도 말입니다. 우둔한 애엄마들, 그저 애만 껴안고 사는 품앗이 엄마들 같은 민초들에겐 방법도 일러주지 않는다는 거 아시나요?

이래서 품앗이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저는 품앗이로 마을을 이루고 마을이 동네를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그저 애들만 보기 때문에 다른 맘 먹을 겨를도 없는 엄마들이야말로 그럴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거주지에 녹지공간을 늘리도록 압력을 넣고 차도를 정비하고 소비향락적 산업을 추방하며 환경오염에 일침을 가해야 할 사람은 엄마들뿐입니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오직 아이를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