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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주름 없어졌어?


BY 유일신도 2001-12-01

아침마다 눈 뜨면 듣는 소리입니다.
어제 밤에 잊지 않고 발랐어?
11월 20일이 결혼 기념일이었습니다.
20일 인지 21일인지 날짜를 헷갈리는 마누라 때문에 전전날 미리 날짜를 상기시켜주는 남편 옆에 작은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결혼 기념일엔 의미있는 선물을 주고 받자는 제안에 "됐어.나는 받고 싶은 거 없으니 필요한거 있으면 말해요."
옆에 있던 아들이 엄마 무슨 선물이 받고 싶은지 짜꾸 묻는거예요.
대구 결혼식에 다녀 오는 길이기에 아이 주머니에 거금이 들어있다는 걸 잊을리 없는 이 엄마가 " 그래, 그러면 주름살 없애주는 화장품 사주면 좋겠다"
결혼 기념일 남편과 저녁먹고 있는데 아들이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사가지고 들어오면 자기가 돈을 줄거란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배달날까지 오늘은 무슨날 " 화장품 오는 날 "학교가면서 꼭 상기시키며 나가더군요.
드디어 화장품이 도착하고 사용방법이 이틀에 한 번씩 밤에만 바르라는 데 잊지 않고 화장품 바른 다음날 아침에 눈뜨면 나와서 엄마 눈가를 매만지며 아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엄마 화장품 잊지 않고 발랐어? 어 오늘도 주름이 없어지지 않았네. 몇 번 발라야 없어지지. 이거 한 개 다 바르면 없어지려나. "

괜히 아들 용돈이 탐이나서 해 본 소린데 아들이 실망할까봐 걱정이 되어 정성 껏 바르고는 있지만 이거 다 발라도 세월의 흐름이야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아들의 용돈을 탐냈던 게 너무 후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