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는 내게 늘 말한다.
"넌 집에서 노니까 참 좋겠다, 부러워~~"
나는 대답한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 하네. 내가 집에 있음서 얼마나 바쁜데???"
곰돌이 지지않고 대든다.
"흥! 바쁘긴 뭐가 바빠? 게시판에 글 쓰고 대폿집에 놀러다니느라?"
어쭈? 대든다 이거쥐? 내가 가만 있겠어?
"아이구~~ 오빠는 집에서 잠깐 나 하는 거 보는 게 하루의 전분 줄 알쥐?
청소도 해야 하고, 음식 만드려면 장도 봐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애들 수업도 해야 하고...
글고 수업은 그냥 입만 갖고 하나? 평소에 책 읽고 분석하고 자료 찾고
수업 때 쓸 교안 만들고 하는 게 얼마나 시간 많이 잡아먹는데?
그런 일은 그저 되는 게 아니라구~~!!! -_-+++++"
곰돌이 여기에서 결코 주저앉지 않는다. 보라, 저 무식한 용맹무쌍함을!!
"그래두 넌 맨날 회사 나가는 거 아니잖아. 집에서 탱자탱자 하다가
어쩌다 한 번씩 나가는 거잖아. 맨날 회사 나가는 나는 그럼 뭐냐?"
아이구~~, 내가 미쵸 미쵸... 한 소리 또 하게 만드네!
"잘 좀 들어봐~~. 내가 아까 말했지? 집에 그냥 있는 거 아니라구.
게다가 얼마 전부턴 각서 쓰고 맨날 글 쓰는 거 숙제하고 있잖아.
우띠~~ 숙제검사까지 자기가 직접 하면서 왜 그렇게 불만이 많아?
글은 그럼 그냥 써져? 글구 글을 돌아댕김서 쓰나? 가만 앉아서 쓰쥐."
이쯤이면 곰돌이가 백기를 들고 잘못했네~~ 해두 되련만...
불굴의 투지와 깡을 지닌 천하의 둘도 없는 울 투덜이 곰돌씨는
멈추는 법이 없다. 아... 제발 누가 곰돌이 좀 말려 줘~~~~~~!!!!
"난 너 글 쓰는 거 못 봤어.-_-"
뭐시라?
"그럼, 내 숙제 검사한 거는 모야? 그건 글 아니고 모야?"
됐지 됐지? 증거 확실하잖아??????
내 속에서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고 있는 순간,
곰돌이는 또 뒷통수를 친다.*__*
"나 요즘 니 글 검사 못 했어. 바빴잖아..."
우쒸~~ 대체, 나보구 어쩌라구~~~~???
"그럼 지금이라도 검사해. 그러구 나서 불만을 토로하든 나를 잡든 하라구."
자자~~ 하면서 내가 컴에서 글을 찾아 눈앞에 내놓으면
그제야 드디어 곰돌이는 입을 꽉 닫고.. 대신 입이 댓발은 나와서리
내가 쓴 글을 오랫동안 살핀다. 날짜랑 분량이랑 꼼꼼히 대조해 가며...
그러다 어느 하루 빠지면 왜 이 날은 안 썼냐며 악을 쓴다.
결국 헛점을 발견했다는 듯이 의기양양해서.
그럼 내가 다른 곳에 저장해둔 글을 보여준다.
곰돌이 더 할말 없이 또 주디가 닷발은 더 나온다.
증말 못 말려~~~~ ....
내가 일케 사는지 누가 알까나? --;;
난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글을 쓰는 타입이다.
그래서 저녁엔 일찍 잠이 든다. 그래봐야 11시, 12시를 넘기기 일쑤다.
그런데 곰돌이는 새벽 두세 시까지 컴을 하다 잠들기 때문에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의 사이클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부부랍시고 한 이불 속에서 자는 시간은
겨우 두 세 시간... 어떨 땐 아예 잠자리를 바톤터치 할 정도다.
내가 잠에서 일찍 깨어 컴방으로 오면 그제야 곰돌이는 안방으로 자러간다.
그러면서 꼭 나를 델꼬 갈라고 용을 쓴다. 난 안 갈라고 버팅기지만
대부분은 할 수 없이 가서 옆에 같이 누워있어준다. 그리고 곰돌이가
자는 것 같으면 슬며서 빠져나온다. 그래서 곰돌이는 쌓인 불만이 많다.
자기 혼자 자게 놔두고 샛서방(컴)이랑 새벽내내 논다꼬.
사실 그런 불만으로 따지자면 난 뭐 안 그런가?
나 잠 잘 때 서방이란 사람은 애첩(컴)과 노는 재미에 빠져
마누라 어찌 자는지 딜다 보도 안 해서 혼자 외로이 잠자는데 말이다.
과부가 따로 없쥐 모~~~. 안 그러우?
그런 걸로 따지자면 나도 할 말 많다.
내가 암말 않고 혼자서도 잘 자니까... 참나...
워낙 이해심 깊은 내가(^^) 자기 하고픈 거 하라고 배려해주는 걸,
곰돌이는 난 으례 혼자서도 잘 자는 체질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옆에 내가 있어야 잠이 잘 온다는 곰돌이는
내가 새벽 일찍 일어나 글 쓴다고 컴방으로 가버리는 걸
무척 서운해 하며 징징댄다.
그래서 기왕이면 자기가 집에 없는 낮에 쓰거나 자기도 깨어 있을 때
글을 쓰라고 성화지만, 글이 그렇게 아무 때나 기계처럼 뚝딱 나오는
거라면 이 세상 아무나 소설가 되고, 시인 되고, 수필가 되지~~~. --;;
방금 전에도 곰돌이는 새벽 4시까지 컴 하다가
그제야 잠에서 깬 나를 보구선 같이 가서 자자고 보챈다.
이제 글 써야 한다고 단칼에 일갈했더니,
엄청 퉁퉁대면서 신경질 내고는 안방으로 갔다.
그래, 얼마나 글 잘 쓰나 보자~~ 이런 심산이었겠지.
정말 이율배반이다.
나보고 집에서 노느니 글이나 많이 써두라고 하면서
정작 작업 들어가면, 자기랑 안 놀아준다고
(정확히 말해, 자기가 잠자는 동안 옆에 같이 누워있지 않는다고)
신경질이니.... 나보고 대체 어쩌란 말이냐??????????
가장 창작의욕이 왕성한 때에는 자기 옆에 붙어서 수발 들어줘야 하고
나도 여러가지 집안일과 밥벌이로 정신 없을 때 거기에다 짬을 내서
글 쓰라니... 정말 아이도 없는 마당에 슈퍼우먼 되라는 소리 아니고 뭔가?
나중에 아이까지 생기면 우얄꺼나? 정말 대책이 안 선다.
더 웃긴 건...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새벽에 못 일어나고 비비적대다
아침 식사 준비 시간에 맞춰 일어나거나
어쩌다 곰돌이보다 늦게 일어날 경우엔
곰돌이의 힐난은 더욱 거세어진다.
맨날 집에서 놀면서 뭔 잠이 글케 많냐고...-_-;;;;
집에만 있으니까, 아주 게을러터졌다고...
차라리 아무 데나 회사에 다녀서 돈이나 많이 버는 게 낫지 않겠냐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슬퍼진다.
도대체 나보구 어떤 장단에 맞추란 말인가?
스트레스 풀 데 없는 이 시대의 월급쟁이에겐
아무리 집에 있는 마누라가 봉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사실 엄밀히 말해 나도 맞벌이 부분데...
돈을 많이 벌진 못 해도 나도 내 일이 있는데...
다만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하는 일이 아니고
매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가지 않을 뿐.
그리고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만
집에서 해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실 전업주부의 노동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150만원 가량 된다더라.
그래, 나도 그 정도는 집에서 해낸다 이 말이얌.
어디 가서 내가 150만원이나 되는 돈을 벌어오겠어?
곰돌이 한 달 월급보다 더 많구만...)
정말 나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살아야 하는지...
베테랑 줌마들에게 묻고 시포여.
이런 불편부당 억울한 이율배반의 상황을 깨트릴 수 있는
멋진 방법 어디 없는지요?
2001년 12월 4일 화요일. 하늘도 마음도 꿀꿀한 새벽에. 말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