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오래간만에 통화를 한 것 같더군요.
나... 사실은 오빠 휴대폰 번호 까먹지 않았어요. 그저 모른척 했을뿐요.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러갔긴 갔나 보군요. 서로에게 많은 변화가 주어진걸 보면.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오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는 걸 보면.
정말 우습지도 않다니깐요.
왜 그때 오빠의 참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술먹고 방황하는 오빨 끝까지 위로했었어야 했는데.
동거중인 여자를 내몰아 칠 생각은 없었어요. 아니 어쩜 간절히 몰아치고 싶었는지 모르죠. 하지만 알잖아요. 오빠 곁엔 갈 수 없었다는거. 난 오빠를 알기 이전 당신 동생을 사랑한 죄가 있는 여자인걸요.
간절한 내 사랑은 실패로 끝나고, 당신을 만나 잠시 한동안은 행복한 시간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겠어요. 정말 당신 품에 잠들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만남이 계속된다면... 둘다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독한 결심으로 당신 곁을 떠나서 나는 살고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진정 행복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내 남편은 날 어여삐 생각하고, 또 배려해주지요.
부족한데 없는 남편이라, 나와는 비교가 됩니다.
어찌보면 나한테 과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요.
그런데도 나는 방황을 하고 있습니다.
간혹 당신 생각에 넋을 잃고 지내니까요. 남편없는 시간엔.
생각은 내 맘 아니겠어요.
앞으로 나는 당신께 부치지 못하는 편지로 기나긴 여운을 남길꺼예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당신과의 대화를 놓치지 않을거예요.
당신두 내 생각 많이 하고 있겠죠.
이를 벅벅 갈아가면서 말이죠.
오늘 웃으면서 반겨줘서 정말 고마워요. 또 통화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