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조리사 실기시험을 앞두고 잠이 오질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다친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족들 보는데서 떨수도 없고 음식은 정성을 들인만큼 만들어지지도
않고, 아무튼 늦은 밤이되서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큰 아들녀석한테 물로된 청심환을 사오라 하고 아침 일찍 부터
준비를 하여 시험장을 향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종착역에서 출발해서 처음엔 몰랐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 모습
이 우스웠는지 힐끔힐끔 쳐다보며 소곤대는게 아닌가 ?
밥풀이 묻었나 하고 아무리 둘러봐도 특별할 게 없는듯 했다.
아뿔사 !
머리를 단정하게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무스를 발랐는데 너무 많이
바른 탓에 영 엉망이 되었고, 신발은 흰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기에
에어로빅화를 신었는데 위에는 단정한 정장옷에 배낭에, 짐 가방에
내 몰골이 영 집나온 아낙이 아닌던가 ?
키득거리는 사람들 틈새를 박차고 실기시험장까지 무슨 정신으로
도착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먼저 시험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시험장에 도착해 보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단다.
문제로 2가지가 주어졌는데 머뭇거리다 보니 시간이 흘러 음식을
내지도 못하고 나왔다는 둥 하면서 웅성인다.
몇 시간뒤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일단 청심환을 먹었다. 뒤에서 한 아주머니께서 등을 탁 치신다.
무슨 일 있어유 ?
아니.. 그게 아니라 청심환 하나 다 먹으면 취해서 시험을 못
본다 아이가 ? 네 ???
어떤이가 청심환 하나를 다먹고 시험장에 갔다가 취해서 요리를
못했다나 어쨌다나.. 아이고 처음부터 쉽지가 않다... 어쩐다
평소에 술도 못 먹는데 .... 시간이 잘도 흐른다..
드디어 우리 접수표 받는 시간이 되어 하나 둘씩 수험표를 들고
예비 입실을 하였다. 점잖게 생기신 아저씨 한분이 가까이 오시더니
아주머니.. 거 속옷을 흰색으로 입으셔야지요.. 그렇게 꽃분홍 폴라를
입으면 떨어집니다. 아 이러는게 아닌가 ?... 아휴 챙피해.. 어쩔줄을
모르겠다.. 흰색 가운을 입었는데도 돌출된 내 옷은 가려지질 않는다.
요리도 못 하는데 한두가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한줄씩 요리장으로 시험을 치르러 올라갔다. 예상문제라 하여 먼
저본 아주머니들이준 쪽지를 바라보며 그 중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며
내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2가지...
예상문제는 완전히 빗나갔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방에서 필요한 도구를 꺼내고 종이 울리고 시험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쪽에선 무서운 청년들이 요리를 하는
우리들을 지켜줬다.. 보디가드가 아니라 컨닝하지 마라고 세워둔
감시원들이었다.. 아이고 무서워...
마늘 다듬고 파 다듬고 계량스푼을 찾는데 가방에서 꺼내놓지를
않은 모양이었다. 계량컵 역시.. 어느 가방에 두었는지 가물
가물하다. 손이 밑으로 내려가면 퇴장될 수도 있을텐데..
용기를 내서 이리저리 뒤적였다.. 한참후에야 찾을수 있었다.
주어진 40분이 어찌나 빨리 흘렀는지...
나의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다.. 실력을 쌓아야지..
요행을 바라는 나를 하느님께서 그냥 봐 줄리가 있는가 ?
조용히 시험장을 나오면서 중얼거렸다..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 붙을때까지 도전하겠노라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