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
워싱턴의 봄은 특히 아름답다.
이 월 말이 되면 나무 색깔들이 달라진다.
나뭇 잎이 피기 전이지만 나무는 색깔로 봄이 가까웠음을 먼저 알린다.
워싱턴의 나무들은 잎이 피고 꽃이 필 무렵의 색깔이 한국의 나무들과는 좀 다르다.
봄이 가까워지면 검으스름하던 나무 색깔이 수종에 따라 각기 다른 빛깔을 띤다.
흐린 벽돌색도 있고 밝은 벽돌색도 있다.
어떤 것은 오렌지 색깔을 띄기도 한다.
물론 한국처럼 연한 녹색이 도는 나무도 있다.
잎이 피기전 한국 나무들의 색깔을 연한 녹색 기운을 띤다고 표현한다면,
워싱턴의 나무들을 흐린 벽돌색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수종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을 띠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뜻이다.
워싱턴은 나무 수종이 무척 다양한 곳인 것 같다.
봄에 나무 잎이 필 때의 색깔이 무척 다양하다.
각양각색의 흐릿한 색깔들이 모여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사 월 말에서 오 월 초가 되면 워싱턴은 꽃나라가 된다.
하양, 분홍, 산호 색의 도그우드, 꽃 분홍 박태기, 하얀 꽃배나무, 철쭉, 수선화, 하이야신스, 튜울립, 팬지....
꽃피는 나무도 많고 풀꽃들도 많다.
나무와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줌마는 봄철에 운전대를 잡고 길을 나서면 넋을 잃기 일쑤다.
자기도 모르게 휴~하고 한 숨을 내 쉬기도 하면서 이쪽 저쪽 살피느라 정신이 없다.
가는 길, 오는 길, 좌회전 차를 위한 차선, 이렇게 차선이 셋인 길이었다.
미국엔 간혹 이런 형태의 길이 있다.
조그만 골목들이 많이 갈라져 가는 곳엔 아예 좌회전 차선 하나가 따로 있는...
그 날도 아줌마는 눈 앞에 펼쳐지는 꽃나라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던 아줌마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백 미러에 눈이 간 것이다.
아줌마가 달리는 차선에 이 십 여 대의 자동차가 줄을 지어 느릿느릿 아줌마를 따르고 있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길이었다.
순전히 아줌마가 너무 천천히 달리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좌회전 차선이 텅비어 있었으니 그 곳을 이용해 아줌마를 추월할 수도 있었으련만 누구하나 그렇게 한 사람이 없었다.
경적을 울려 꽃 구경에 정신이 팔린 아줌마에게 빨리 가라는 신호를 보낼 수도 있으련만 누구도 그렇게 한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이 십 여 대가 아줌마 뒤를 조용히, 천천히,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럴 때는 그 중의 누군가가 경적이라도 사용해서 아줌마에게 알려주었으면 좋으련만...
이 사람들은 경적을 언제 쓰는 것인지...
"어, 이모 자동차에는 이런 것도 있어요?"
한국에 가서 이모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이모가 경적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아줌마의 아이들이 했다는 말이다.
"우리 엄마 자동차엔 이런 것이 없는데요"
아이들은 아줌마가 미국에서 운전하는 삼 년 동안 자동차의 경적을 사용하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줌마, 미국에서 왔수? 왜 이렇게 놀라슈?"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한국에 다녀 온 어느 아줌마가 들었다는 말이다.
택시를 타고 앉아 깜짝깜짝 놀라는 그 아줌마를 보고 택시 운전수가 그렇게 말했다 한다.
그 아저씨는 자기 운전이 거칠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었을까?
"그 사람 벌써 여섯 번 째 떨어졌어요, 한국에서 운전 경력이 십 년이라는데..."
아줌마가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받기 위해 교습을 받을 때 들은 말이다.
한국에서 운전하던 사람들은 운전 습관이 거칠고, 조심성이 없어서, 시험에 잘 떨어진다고 하였다.
아줌마는 영어 공부하는 곳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였다.
자기가 살던 나라의 자동차 운전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 곳은 여러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영어를 배우는 곳이었다.
동시에 각 나라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도 되었다.
자기가 살던 나라와 미국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나라에 대한 것도 자연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아줌마는 그 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미국 사람들은 한국과 달리 새치기도 하지 않고 양보도 잘한다고 칭찬을 곁드렸다.
아줌마의 또 다른 실수였다.
아줌마 뒤에 말할 차례가 된 일본 아줌마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 일본 아줌마는 워싱턴의 순환고속도로인 495에서 운전하는 것이 겁난다고 하였다.
일본 사람들과 달리 양보도 하지않고 운전을 거칠게 하는 미국사람들 때문에...
미국사람의 운전 습관이 아줌마에겐 감탄의 대상인데 일본 아줌마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라니...
도대체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운전을 한다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