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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난 아줌마가 미국에 가서...[16]school bus


BY ns05030414 2001-12-27

미국은 우리처럼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나라가 아니다.
도시라고 해도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우리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아줌마의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는 전교생의 수가 300여명에 불과했지만 학교를 걸어서 다닐만한 거리에 사는 아이들은 극히 소수였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였다.


아줌마가 살던 텍사스엔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면 속도제한이 달라지는 길들이 있다.
학교 주변의 길이다.
앞서 가던 차가 이유없이 속도를 늦추면 주위를 살펴볼 일이다.
등.하교 시간의 학교 주변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곳에서 속도 위반을 하면 다른 곳에서 속도 위반을 하는 것보다 범칙금이 훨씬 많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아줌마는 맞은 편에서 오는 노란 스쿨 버스를 만났다.
스쿨버스가 불빛을 반짝반짝 하더니 아줌마 앞에서 멈추었다.
그 스쿨 버스를 뒤따라 오던 자동차들도 차례로 멈추었다.
아줌마도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줌마가 멈추니 아줌마를 뒤 따라 오던 차들도 자연히 멈추었다.
아줌마가 운전하다 아이들을 내려 주기 위해 정차하는 스쿨버스를 만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멈추어서 기다리던 아줌마의 머리 속에 슬며시 의문이 들었다.
‘맞은 편 차선의 차도 멈추는 것일까?’
스쿨버스가 멈추면 따라서 멈추어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맞은 편 차선의 차도 멈추어야 한다고 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을 때 그 것을 확인해 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 편 차선의 차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멈추어 있는 것도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기가 멋적은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아줌마는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낯선 곳에 가면 괜히 어색하고 쑥스러워 뭔가 실수라도 하지 않았나 자신을 돌아볼 때가 있는데 아줌마가 그랬다.
이럴 때는 당연한 일도 자신이 없어지고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 중에 길을 건너는 아이는 없었다.
길을 건너는 아이도 없는데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바보 짓 같았다.
다른 운전수들이 비웃는 마음으로 아줌마를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피해졌다.
아줌마는 창피한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어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그 때였다.
고막이 떨어질 듯 요란한 자동차 경적소리가 길게 들린 것은…
솔로가 아니고 합창이었다.
거기 서 있던 대 여섯대가 동시에 경적을 울린 것이다.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추어 선 아줌마를 향해 다른 운전자들이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스쿨버스 운전사는 아줌마에게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하였지만 아줌마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아줌마는 쥐구멍이라도 있어서 그만 들어갔으면 싶었다.
스쿨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불과 십 여 초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줌마에겐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아줌마가 살면서 그렇게 곤혹스러운 순간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다.

그 후 아줌마는 스쿨버스만 보면 긴장하게 되었다.
스쿨버스가 보이면 언제라도 즉시 멈출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스쿨버스가 출발하기 전에는 세상이 두 쪽이 난다 해도 꿈쩍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런 망신은 정말로 두 번 다시 당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