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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깨기


BY 만년소녀 2001-12-29

우리 남편은 파마머리를 싫어한다.
아니 싫어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내가 파마라도 하면 파마 한 만큼 잘라버리라고 할 정도다.
'파마 머리는 술집여자나 하는 것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그 빠갈거리는 머리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 진다고...

짧은 머리는 용서가 되지만 파마 머리는 용서가 안 된다?
이처럼 싫어하는 남편의 입에 맞춰 살다보니 십 년이 넘도록 파마머리를 못 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하고 한 날을 '김 혜수 머리' 로만 몇 년을 버티고 살아왔다.

그런데 겨울을 맞으면서 침체된 마음에 변화를 주기 위함인지 갑자기 우아하게 변신하고픈 마음이 생겨났다.
겨울을 막 맞으면서 독감으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시달리고 나니 마음이 심란해져서 무언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내 스스로 무너질 것만 같았다.

추위를 잘 견디려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그리고 머리를 따뜻하게 하라고 했던가?
난 올 겨울 패션으로 모자를 쓰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모자에 어울리는 머리로는 굵은 웨이브가 굽실거리는 스타일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 머리만 살짝 웨이브를 줘서 모자를 눌러 썼더니 항상 보던 학원의 학부형이 '오늘 정말 멋있다'고 말 해 주고 간다.

그런데 우리 남편이 문제다.
내가 머리를 감고 셋팅을 말고 있는 것을 본 남편 왈 '보기 싫다면서 머리를 잘라버리든지 하라"고 한다.(내가 셋팅 만 이유는 파머머리를 감추려고...)
내 나이가 몇인데 내 머리하나 자기 맘대로 못 하나 싶어 화가 났다.
남편이 왜 그러는 지를 생각해보면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의 결혼 전 찍은 사진들은 거의 다 지금 북한 여자들이 하고 있는 머리처럼 앞머리는 내리고 뒷머리는 층을 내서 말아 올린 일면 '지라시머리'로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이가 훨씬 더 들어 보이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 땐 그 머리가 유행이어서 대부분의 여자들의 머리가 거의 같았었다.
남편은 그 때의 사진들을 보면서 정말로 나에게 안 어울리는 머리라며 놀림 반 싫음 반으로 말하곤 했었다.

결혼해서 몇 년째 파마머리를 하고 지냈는데 우리 남편은 파마를 한번 하면 몇 년씩 가는 줄 알았나보다.
그런데 우리 딸이 말을 하게 되면서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자마자 "아빠! 엄마 파마했다."하고 자랑을 했는데 그 날 우린 잊지 못할 부부싸움을 하고 말았다.

그는 가위를 가지고 와서 내 머리에 대고 자른다며 난리고 난 머리에 가위를 대면 이혼할 거라고 대들고...
그 날 싸움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지만 그 후, 스트레트파마가 세상에 나오면서는 여태껏 생 머리만이 영원한 나의 헤어스타일이 되었나보다.

어느 날 난 조용히 남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도 생머리만 고집하느냐고?" 나의 묻는 말에 남편의 대답은...
"처음 만난 모습 그대로가 좋다고..."난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렸었다.
우린 갈래머리 시절 처음 만났으니까...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들의 긴 생 머리를 선호한다고는 들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쭈그렁 할망구가 되도록 이렇게 생 머리만 하고 살아야 할지...

이 대안은 '짧은 치마는 용서가 되어도 앞이나 뒤가 트인 긴치마는 용서가 안 되는 남편의 고정관념만큼이나 영원히 풀 수 없는 나만의 숙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