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불을 손해 본다고 생각하니 아줌마는 화가 났다.
아줌마의 실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해도 그 것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는 CD(채권)을 샀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3개월 만기로...
3개월 만기가 되기 전에 은행에서 통지서가 왔다.
만기가 된 후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다시 3개월 만기 채권을 사는 것으로, 자동으로 재계약이 되니 연장할 의사가 없으면 그 기간 안에 의사를 밝히라고 하였다.
아줌마는 그 것을 읽고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해약을 하면 그 동안의 이자만 포기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한국에 갈 날자가 정해진 뒤에 가서 해약을 해도 늦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지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정해지고 돈을 찾으러 갔던 남편은 그냥 돌아왔다.
돈을 찾아가려면 벌금 400불을 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400불이면 3개월 만기 채권을 사서 생긴 이자 전액이다.
그 때서야 아줌마는 은행에서 온 통지서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주 조그만 글씨로 해약했을 때의 규정이 적혀 있었다.
한 달 전에 해약하면 3개월 분의 이자를 해약금으로 물게 되어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억울했다.
위약금에 관한 규정은 읽기가 불편할 정도의 조그만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 것이 미국사람의 상술이라고 하였다.
고객이 모르는 것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경우, 일부러 작은 글씨로 써서 고객이 읽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줌마는 그 은행의 서비스를 문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몇 달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아줌마가 정기 예금을 들겠다고 하고 구좌를 개설했었다.
한 달 후, 구좌만 개설이 되고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벌금을 5불 내라는 통지가 왔다.
아줌마는 기가 막혔다.
분명히 아줌마의 다른 예금 구좌에서 자동으로 입금을 하기로 했었는데, 아줌마에게 벌금을 내라고 하다니...
정기 예금 이자래야 몇 푼 되지도 않는 것이지만 한 달 동안 이자를 못 받는 것도 억울한데 벌금까지 물라고 하였다.
아줌마의 영어가 서툴어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긴 했다.
그렇지만 아줌마의 영어가 서툴다고 아줌마를 상담한 사람이 소홀히 하여 생긴 문제일 수도 있었다.
영어를 못하면 바보인 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줌마는 가끔 그런 사람들을 만난다.
아줌마의 영어가 서툴다고 아줌마를 어린아이나 바보 취급하는 사람들을...
은행을 찾아 간 아줌마는 따졌다.
은행의 실수인데 왜 자기가 벌금을 물어야 하느냐고...
벌금을 물기 위해 구좌를 개설하고 돈을 예금하지 않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고 하였다.
은행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벌금은 취소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줌마보고 정기 예금보다는 채권을 사는 것이 이율이 높다고 채권을 사라고 하였다.
곧 한국으로 갈 것이라고 하니 그럼 3개월 만기인 것을 사라고 권했다.
그래서 아줌마가 채권을 샀던 것이다.
채권이자가 맘에 들어 아줌마는 한 달 분 정기예금 이자는 문제 삼지 않았다.
사실 몇 푼 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벌금 400불을 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들이 아줌마의 실수를 문제 삼는다면 아줌마도 그들의 실수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머리를 굴려 작전을 짠 아줌마는 이튿날 은행을 찾았다.
매니저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동안의 미국 생활로 아줌마는 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면 매니저와 이야기를 해야된다고...
매니저는 완강했다.
은행 측에서 고객들에게 모든 규정을 일일이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뻗댔다.
아줌마는 은행 측은 상담할 때 반드시 벌금에 대해 강조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빼면 상담을 왜 하느냐고 하였다.
정해진 기간 안에 채권을 사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아줌마의 잘못을 따져 벌금를 물게 한다면, 지난 번 은행 측의 실수에 대해서는 왜 벌금을 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벌금에 관한 은행 측의 약관을 알지도 못 했고 동의한 바도 없다고 하였다.
매니저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벌금을 물지 않으면 돈을 찾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물러설 아줌마가 아니다.
이럴 줄 알고 아줌마가 머리 굴려 짜 둔 작전이 있다.
매니저가 강하게 나가면 아줌마도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다.
아줌마는 큰 소리쳤다.
은행이 그렇게 하겠다면 아줌마도 아줌마 방법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매니저는 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한 다음 매니저의 눈을 똑바로 보고 약올리 듯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의 은행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겠다고...
당신네 은행이 얼마나 엉터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지 피켓에 써 들고 서서 시위를 하겠다고...
매니저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러더니 말했다.
벌금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그래서 아줌마는 돈을 찾았다.
19일 분 이자하고 지난 3개월 분 이자를 합해서...
중도해약을 한 셈이 되었지만 불이익은 커녕, 19일 분의 이자를 채권 이자로 받게 되어 오히려 몇 십불이었지만 공돈이 생긴 것이다.
아줌마는 씩 웃고 매니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은행문을 나오면서 아줌마는 속으로 혀를 낼름했다.
'내 영어가 서툴다고 너무 앝보지 마라...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