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와 저는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음... 지금 보니 제 책상과 그의 책상이 1.5m정도 떨어져 놓여있군요. 가끔 서류를 함께 들여다 볼 때면 그 거리는 5cm로 줄어들기도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시간엔 15km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와 저와는 맴돌고 있습니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날 강렬하게 빨아들인 남자….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 놓여진 1.5m를 영원히 좁힐 수 없다는 것을... 어느 순간.. 그와 나 사이에는 가까이 다가가면 결국 서로가 다칠 거라는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아마 그도, 저도 살아온 시간만큼 상처가 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접어버려야 하는데... 그냥 묻어두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오전에 잠깐 들렀던 그가 다른 곳에 가며 의자 위에 코트와 실크 목도리를 놓고 갔네요. 그의 목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가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그의 머플러에 코를 푸욱 묻어 보았습니다. 가슴 떨려 가까이 가지 못해 차마 느껴보지 못한 그의 체취가 흠뻑 느껴집니다. 담배 냄새, 스킨 냄새... 그리고 그의 고독한 냄새... 하지만 이 작은 가슴떨림까지만 만족하기를 가슴을 쓸어 내리며 마음 속으로 빌어봅니다.. 한 때 내 가슴을 점령했던 남자, 그에게 버림받고 혼란스러워하던 나를 다시 흔들어 놓고 있는 이 남자.... 그가 과거의 그처럼 상처로 남지 않게, 그래서 떠나 보내게 되지 않게 그냥 여기에서 멈추어 서서 조용히.. 조용히 바라보려 합니다... :: :: :: 2002. 1. 10 해본 경험이 있는 일은 시작하기가 수월한 법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겪어야 하는 많은 일들 중에 경험으로 인해 더욱 그 시작이 힘들어 지는 것은 바로 '사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前代未聞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