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다녀와 기진맥진..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려댑니다.
누가 나 들어온줄 알고 전화야 하며 받았더니 다급하게 말하는
서울시청 교통과 누구라며 아이아빠 이름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종합병원 응급실에 혼수상태랍니다.
그병원은 마침 아이아빠가 다니는 은행에서 얼마 멀지 않은 병원이었습니다.순간 너무나 기가 막혀 숨도 쉴수 없었습니다.
감기때문에 칭얼거리는 아이를 들쳐업고 신발을 신고 뛰쳐나가다가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그이가 위독하대요.죽어간대요.
어머니 무슨소리냐며 실신하셨습니다.
친정에도 전화해서 엄마! 그이가 죽어간대 하고 울어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4층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주머니는 눈물 범벅이된 저를 보고 놀라셨습니다.
저는 울며 얘기했습니다.
아이아빠가 교통사고로 죽어간다고 엉엉...
아주머니는 제아이를 안아주시면서 아이 봐줄테니 정신차리고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택시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응급실 안내창구에 가서 아이아빠 이름을 댔습니다.
간호사는 그런사람 여기 없는데요.하며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교통사고로 중태라는데요.빨리 확인 해주세요 하며 울었습니다.
간호사는 아침에 교통사고 환자는 아직 한명도 없다며 명단에 없는걸보니 병원을 잘못 찾은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느 병원에 있단 말인가 울면서 응급실 복도를 뛰어나오는데
시어머니며 친정식구들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병원 아니래요 제가 병원 잘못 들었나봐요.엉엉
얘야 다른 병원에도 없다.애비 은행에서 점심먹고 있단다.
너 걱정되어서 전부 뛰어온거 아니냐.많이 놀랬지?
장난친놈 잡히기만 해봐라 사람 심장병 걸리게 쯔쯔.
모든게 어이가 없어서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이사태를 어찌 수습한단 말인가 장난이었던게 너무나 다행이고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일인데 창피해서 얼굴을 들수 없었습니다
.
시어머니가 태워주시는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길에 제 행색을 보니
신발도 한쪽은 슬리퍼에 한쪽은 운동화에 실성한 사람이 아니고는
볼수 없는 차림새였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4층에 들렀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이 둘러 앉아
제얘기를 하고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저를 보고 우는 아주머니도 계셨습니다.
저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모기만한 소리로 얘기했습니다.
그런대요.어떤사람이 장난한거래요.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아이를 안고 왔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우연히 며칠전 TV를 보니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들을 상대로
자식이 사고를 당했다며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며 젊은 저도 당하는데 노인들이야 오죽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식구들을 가슴 쓸어내리게한 경솔한 저의 실수담이었습니다.
남편한테 먼저 확인 전화 한통만 했더라도 일을 그렇게까지 만들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그후 저는 너무 창피해서 한동안 바깥 출입을 못했습니다.
요사이도 아주머니들은 저를 보면 애기 아빠 잘살지?하며
저를 놀립니다.그럴때마다 쥐구멍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