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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일기(3)


BY coreri 2002-01-24

어제 저녘에 교회로 아내 마중을 갔었다.
내 딴에는 깜짝 쇼를 한다고 미리 언질도 주지 않았다.
“오늘은 미시리 카페에 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밥숑이나
아니면 굴래식이나 들려 주어야 하겠다” 하고 룰루랄라 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내가 나오지 않는다.
예배 끝날 시간을 훨씬 넘겨서 아는 분들이 나오신다.

휴우!
아내는 다른 분 차를 얻어 타고 이미 갔다고 한다.
1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아내를 못 알아보다니…
아직도 영적 교감이 되지 않는 걸까?

하여간 집으로 가자.
궁시렁 거리며 집에 도착하니,
아들 왈!
“엄마는 어디 계세요?”
“아직 안 오셨니?”
이런, 아내는 어디에 있을까?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려는데 아내가 들어온다.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남편-“뭐 타고 왔어?”
아내-“버스 타고”
남편-“-.-! …….”
아내-“왜?”
남편-“아니 그냥 (우물쭈물…하이고 부끄러워라.)”
아내-“추운데 버스타고 걸어 오느라 디게 힘들어따”
남편-“사실은 당신 마중 갔었는데 길이 어긋났나 보다.”
아내-“그러게 집에서 청소나 하구 빨래나 널라니까…(이~씨)”
남편-“그러게나 말씨…(이런 젠장, 난 지 생각해서 갔는데…)”
아내-“밥 먹자”
남편-“담에는 꼭, 나 기다리는지 확인한번 해바바바”
아내-“어~알았다….”

아내가 과일을 깎아서 들고 왔는데 분위기가 어째 심상찮다.
아내-“나 있잖아~…주부 우울증 걸린 것 같아. 자꾸 짜증이 나…”
남편-“(허거덕~~~아내가 우울증 걸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지?)”
아내-“사무실에서도 짜증 부렸어”
남편-“내가 어떻게 도와 주어야 우울증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아내-“모르겠어. 어떤 사람은 2년두 가구…어떤 사람은 병원에
입원도 하던데…(고개 푹 숙임)”
남편-“클 났다. 어쩌지?”
아내-“(어쩌긴 뭘 어째. 꼬리 내리고 내 비위 맞추며 지내면 되지
…남편 추측)”
남편-“인도 여행 갔다가 돌아 오면 기분이 좀 풀릴랑가? 참, 싱가
폴도 간다면서? 우울증은 여행가서 확 떼어놓고 와. 여보
…(애구, 나 해외로 신나게 돌아 댕길 때 좀 데리고 나갈걸…
나쁜넘…퍽퍽—마음 속으로 머리 때리는 소리)
아내-“그래도 풀리지 않을 것 같아….(허공을 바라본다.)”
남편-“이리와 안아 줄게…”
아내-“(내 품에 안겨서 눈만 멀뚱 멀뚱…) 애 있잖아..저리 비켜”
남편-“(이일을 우째야 되는겨? 이제는 시키는 데로 다해야 하는겨?
우짜든지 풀어 주어야 하는데..누구한테 물어 봐야 하나?
이럴때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하는겨? 흑흑흑)”
남편-“잠이나 자면 좀 풀릴라나? 들어가서 좀 자자. 아니면 왕비
맛사지(절대로 오해 마시기를...) 해 줄까?”
아내-“휴우…그냥 잠이나 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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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글 (도와 주십시오)
우울증 경험하셨던 분들 리플 부탁 드립니다.

참고 글 (아내의 성격)
제 아내는 40대 중반 입니다. 저와는 연애 결혼 했구요.
아내는 술을 전혀 못합니다. 노래방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체적으로 유흥에(신나게 노는거…) 흥미가 없는 편입니다.
아내는 미술을 전공 했는데, 제가 이젤(그림 종이 받침대- 맞나?)
하고 유화 물감을 사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합니다.
성격은 조금 활달하구요. 연애 시절에는 명랑, 쾌활, 씩씩, 과감 이랬었는데…지금은 침묵, 명상, 한숨..이렇습니다.
제 아내는 절대로 바람을 피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우리 부부는 서로를 신뢰하며 인격을 무한 존중해 주고 삽니다.
혹시 제가 아내와 벙개 참석할 때가 있다면 물어 보십시오.^.^
(아내의 바람… 남편의 바람… 뭐, 이런 류의 답 글이 올라 올까 봐서 미리 말씀 드립니다. 오해 마시기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여러분 부~우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