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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지난 금요일


BY 강물 2002-01-31

이번 겨울방학에는 금요일 수업이 많았다.
시간표가 빡빡하게 잡혀 점심을 제 때에 먹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문제는 밥을 먹지 못하면 힘이 없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말이 조리 있게 나오지 않거나, 배가 더 고파지면 이상하게 짜증이
나고 머리가 멍~한 증세까지 온다.

지난 주 금요일.
다행히 수업 시간 사이 30분 정도의 시간이 비었다.
길을 오가며 눈여겨 두었던 길가 일층에 있는 짜장면집으로 들어갔다.
원래 기름진 중국 음식은 즐겨하지 않지만, 가장 빠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역시나 주문한지 5분 만에 짜장면이 나왔고,
나온지 5분 만에 짜장면을 거의 마시듯이 후루룩 먹었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식초 뿌린 생양파 조각, 단무지도 우걱우걱 씹었다.

그런데,이게 웬일!
수업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지며 가슴이 답답해오기 시작했다.
말하는데도 숨이 가쁘며 식은 땀까지 나려고 하는게 아닌가.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체한게 분명했다. 수업한 집의 학부모는 간식이라고
하필이면 기름에 지진 김치전을 내오셨다. 아이구야, 우엑~!! 난 그
기름 냄새에 머리가 더 어지러워져 서둘러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차를 몰고 가면서,
남은 수업을 마저 해야하나 미뤄야 하나 고민하며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의 차선에 서있던 봉고차의 운전자가 갑자기 빠앙~!!! 경적을 울리
는게 아닌가.

아이구, 놀래라!
생전가야 경적 한 번 잘 누르지 않는 나로서는 옆에서 경적을 눌러대면
먼저 가슴부터 벌렁벌렁대기 일쑤다. 나도 모르게 무슨 신호 위반이나,
다른 차에게 잘 못한게 있나 마음 졸이며 두리번거렸다.

"왜....그러세요?"
"아줌마, 뒷트렁크 위에 올려놓은 파일에서 서류랑 모 많이 떨어졌어요~"
친절하게도!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이었다.

비상등을 켜고 차를 세운 뒤, 차의 트렁크 윗쪽을 보니 늘 들고 다니던 내
노란 서류 화일이 그 위에 얹혀있는게 아닌가. 아마 좁은 골목길에서 차문
여는 공간이 좁아 파일을 자동차 뒤에 올려놓은 채 그대로 달린 것이 분명
했다. 열린 파일 속에서 하얀 서류들이 길위에 펄펄 날렸을 것을 생각하니
지끈거리던 머릿속은 오히려 하얗게 변해갔다.

'아이구, 쪽팔려. 이게 웬 망신이래. 어쩌면 좋아......'
큰길가에는 업무일지며, 아이들 교재, 돈이 든 회비 봉투(휴...) 등이 사방
팔방으로 떨어져 그 위에 시꺼멓고 어지러운 타이어 무늬를 새기고 있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주웠다. 오가는 차들이 빵빵!거
렸다. 아아... 그 무안함이라니. 애써 모른 체했지만 등짝에 쏟아지던 따가
운 시선들이 등에 콕콕 박혔다.

겨우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손을 따고, 매실액을 먹었다.
그래도 속은 진정되지 않고 버글거렸다.

휴우.....
짜장면 먹고 체하고,
망신까지 당했던 끔찍한 금요일이었다.



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