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이 아주 시골틱한 울 웬수는 수제비나 국수같은
밀가루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 심심하면 감자넣고 수제비를 잘 끓이는데...
며칠전
별 반찬할게 없어서 수재비를
신나게 끓여 짭짭거리며 먹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울 친정 아버지.
평소 아주 건강하셨는데 요새 정신이 조금 없으셔서
내내 걱정하고 있든 참이라 무지 반가웠다.
앞집 뒷집 사돈 팔촌 땡칠이 안부까지 물으며 이런 저런 얘기끝에
지금 수재비 먹고 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근데
수재비 먹는단 소릴 들은 울 아버지.
그옛날 없는 사람이 한끼 때울려고 먹었든 가난의
상징이든 그 수재비를 연상했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잠기드니
'쌀이 없나? 애비가 쌀을 보내줄까?'
'에이 아버지 쌀이 왜 없어요. 많이 있어요'
아무리 망한 살림살이지만 밥 굶을정도는 아닌데
늙그막에 자나깨나 내 걱정만 하시는 아버지라
쌀 없어서 수재비를 끓이신줄 생각했나보다.
그래서 더 우스개 소릴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오늘
경비실에서 택배가 왔다길레 받았드니
세상에나...
울 아버지가 보낸 누런색 쌀자루였다.
반갑다기보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났다.
누가 밥 굶을까봐...
이 나이되어 아버지를 걱정 시켜드린 내 처지가
너무 속도 상하고 그런 걱정 안해도 되는데
자꾸 과잉걱정으로 신경쓰는 아버지가 미웠다.
씩씩거리며 시골집으로 전화했드니
기침을 콜록이며 아버지가 받았다.
'아버지! 누가 쌀보내라 했어요? 밥 안굶어요.
근데 왜 자꾸 쌀 보내요. 왜? 왜? 쌀 많단 말이예요'
한달음에 소리치고나니 눈물이 막 나왔다.
아버지 앞에선 나이도 없고 그 옛날 한없이 투정부리든
만만한 딸로 돌아갔다.
'얘야. 애비가 농사라도 지으니 보내주지.
기력이 딸려 인제 그게 너한테 보내는 마지막 쌀이다.
그러니 아무소리말고 받아라.'
그렇다
아버진 인제 노쇠하셔서 지난해 농사를 끝으로
자식들에게 자랑 스레 보내주든
쌀농사를 그만둔다.
슈퍼에 가면 몇푼 안하는 가지나 호박도
딸자식 보러올때마다 무겁게 가져와서
마음 아프게했든 밭농사도 그만두고...
갑자기 안타까운 서러움이 목을 치고 올라왔다.
도시생활을 할때보다 고향에서 농사지을때가
젤 행복하시단 아버지였는데...
인제 아버지의 그 행복했든 시간이 다 사라지는구나.
'아버지 아직 정정한데 왜 농사 못 지어요?
아부지 쌀 계속 먹고싶어요'
어느듯 투정아닌 투정을 하며 쌀 달라고
울고 있는 내자신은 또 뭔가?
아아...
아버지가 정정해서 농사지어 쌀 받아먹는게
우리 모두 행복한 시절였구나.
근데 이 속알머리 없는 딸은 어쨌는가?
잘먹고 잘 살든 시절엔 쌀 보내주면
돈 얼마 안하는 쌀 힘들여 보낸다고
'쌀 그거 얼마한다고... 냅두세요'
딴엔 아부지 생각한답시고 요렇게 야멸차게 말했고
집도 절도없는 초라한 이 몇년은 쌀 보낼때마다
걱정하는 아버지가 더 속상하고 가슴아려서
'누가 밥 굶을까봐 자꾸 쌀 보내요?
보내지말고 팔아서 아버지 용돈 쓰세요"
요따위 소리하며 손상된 내 자존심이나
챙길려고 하지 않았든가?
쌀속에 들어있는 진정한 사랑은 생각지도 않고서...
전화걸때의 씩씩거리든 음성은
바뀌어버린 내 신세를 자조하는 한탄으로 변했다가
날 초라하게 만든 울 웬수를 원망도 해보다
계속 계속 그러며 울먹이고 있는데 때맞춰 걸려온
아들의 전화 한통화로 맘을 바꾸었다
'어머니 귀대 잘 했습니다. 어디 편찮으세요?"
그래.
내가 침울하면 내 아들은 또 나를 걱정하구나.
아버지. 나. 내아들...
인간사는 이렇게 돌고 돌면서 내려가는건데...
'아냐 임마. 근무나 잘해'
부모 자식이란 이 연결고리는 이 세상 끝나는날까지
계속 되겠지......
아들 전화 한통화에 맘이 풀린 어미는 또 낄낄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사는건 이런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