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고 이런 저런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읽으며 새삼 내 팔자가 상 팔자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난 시동생도 셋이나 있고 시누도 있다.
시부모도 있고 시 할머니도 있다.
그래도 명절 증후군 같은 것은 없다.
물론 맏며느리이고, 차례를 우리집에서 지내니 몸은 조금 고달프지만 맘은 천하태평이다.
지난 해 우리보고 제사와 명절 음식을 알아서 하라는 시부모의 말씀이 있었다.
아직 칠십 전이지만 너무 늙어서 시어머니 힘에 겨우니 맏며느리가 맡으라는 말씀이었다.
시부모는 할머니 살아계실 동안은 따로 살고 할머니 돌아가신 후 우리랑 함께 산다고 해서 지금은 따로 살고 있다.
선선히 그러마고 했다.
그리고 차례상 음식에 이런 저런 상관을 하러 드시는 것을 딱 잘랐다.
"어머니, 아버지 제게 맡기셨으면 제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시고 상관하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어머니 아버지가 맡으시구요."
시할아버지 제사에 동서를 불러서 같이 음식 장만하라고 하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시할아버지 제사인데 왜 재호 엄마가 일을 해야 되나요? 재호 아빠라면 모르지만... 둘 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인데 재호 아빠 할아버지 제사에 재호 엄마보고만 일을 도우라고 하시는 것은 이상하잖아요.
저야 집에서 살림만 하고 또 어차피 우리 집에서 하는 것이니 당연히 하지만요. 그냥 저 혼자 알아서 하겠어요."
우리는 선물 같은 것도 주고 받지 않는다.
처음 결혼해서 시댁에 방문할 때 선물을 들고 가곤 했는데 하루는 형편이 어려워 그냥 갔었다.
울 시어머니 날 불러 이렇게 말했다.
"시집에 올 때는 빈 손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그 뒤로 난 선물 같은 것 하지 않는다.
마치 시어머니의 성화에 억지로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래도 울 시어머니 야단치지 않았다.
뒤에선 뭐라 흉보셨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 듣는데선 아무 말 없었다.
나랑 이 십 년을 넘게 시어머니 며느리로 살면서 울 시어머니 맏며느리가 청개구리 인 것을 알았는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대신 가끔 이런 말은 한다.
"넌 참 독하다."
그 말에 난 불만 없다.
사실 난 좀 독하고 강하거든...
내 생일에 선물 사들고 오는 동서에게 말했다.
"난 남의 생일 잘 챙겨주는 사람이 아닌데 이런 것 받으면 부담스럽다."
울 동서 그 후에도 몇 번 하더니 그만 두었다.
올 설에 울 동서네는 해외여행을 간다고 차례 지낼 때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지만 뒤 이어 이런 것이 세대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했다.
"그래, 걱정 말고 잘 다녀와. 여행이 좋은 공부라잖아. 아이들이 어릴 때 다녀오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꺼야. 설날 어른들이 그 것에 대해 말씀하시면 내가 지원 사격해줄께."
그리고 난 이렇게 생각했다.
동서네가 오지 않으면 설겆이꾼이 하나 줄긴하지만 음식도 적게 장만하면 되고 이부자리도 부족한데 오히려 잘되었지 뭐...
떡과 전은 사다 하면 되고 고기와 과일 좀 사고 나박 김치, 겉절이, 식혜, 그리고 나물 몇 가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아직 음식 준비도 하지 않았다.
설날 이틀 전에 나처럼 천하태평인 맏며느리도 대한 민국에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웃어 본다.
아참, 술도 한병 사다 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