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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의 사랑학 개론-순한 여자의 아름다움


BY 리버풀 2002-02-17

마광수의 사랑학 개론-순한 여자의 아름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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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오랫동안 체류하다 돌아온 남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한국 여자들의 기가 너무 세다는 것이다.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에 있어 봐도 그렇고 유럽이나 남미 등에 있어 봐도 그렇고 여자들이 대부분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고 '귀염성'이 있다고 했다.

동남아와 유럽을 일 년 동안 여행하고 돌아온 연세대 남학생 하나가 여행지에서 사귀었던 여자친구들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그중에는 두 달 동안 동거하기까지 했던 여대생도 있었고, 열 번 정도 잠자리를 같이했던 여자도 있었다.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닌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없이 여자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고 한다.

자기는 그리 미남자가 못되는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남자하고도 쉽게 살을 섞는 그들의 연애습관 때문이었는지, 꽤 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고 경제적 도움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가 못잊어하는 여자는 뉴질랜드에서 사귄 어느 여대생과 스웨덴에서 사귄 어느 여사무원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한국 여자들과는 연애할 생각이 전혀 안 생겨서 큰일이라며, 그는 내게 고민을 호소해 왔다.

이런 마음상태로 가다가는 국제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여행때 동거생활을 한 외국 여자친구한테서 아직도 편지가 오고 있고, 결혼까지 희망해 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의 집안은 엄격한 유교집안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국제결혼을 허락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이 학생말고도 외국에 반년 이상 나갔다가 온 남자들은, 현지에서 잠깐 동안 사귄 여자들이라 할지라도 한국 여성들보다는 훨씬 더 친절하고 개방적인 매너를 보여줬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곤 한다.

최근 러시아에 머물다 온 어느 신문기자는, 러시아의 젊은 여성과 급속히 눈이 맞아 잠자리를 같이했던 얘기를 하면서 뒷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 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인텔리 여성이었는데, 사근사근한 매너와 섹스할 때 보여준 순진하고 친절한 태도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런 말을 하면서 그는 추억에 젖어 입맛을 쩍쩍 다셨다.

내 고등학교 동창생의 예도 있다.

그는 미국에 유학가서 대학을 나왔는데, 거기서 프랑스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6개월간 동거하기까지 했는데, 여자는 결혼하자고 졸랐고 자기도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부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 다음 그는 자포자기적인 심정으로 서울로 돌아와 중매결혼을 했다.

학벌로 보나 외모로 보나 외견상으로는 아주 걸맞는 커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도 만족스러운 부부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내가 너무 기가 드센 성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술을 마실 때마다 옛날 자기가 연애했던 프랑스 여자 얘기를 꺼내곤 한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순한 여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의 표현에는 아주 용감했기 때문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가 내게 서너 번이나 되풀이해서 들려준 추억담 가운데 이런 얘기가 있다.

같이 동거생활을 할 때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학교에 가게 될 경우에는, 간단한 아침상을 차려놓고 거울에다 립스틱으로 'I love you'라고 커다랗게 써놓고 나갔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애정표현 방법인데도, 한국 여자들한테서는 그런 식의 '귀여운 적극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게 그 친구의 불평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데서는 '바람직한 여성상'의 이미지가 잘못 선전되고 있다.

많은 여성단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케치프레이즈는 대개 '홀로 서는 여성'이거나 '남자와 싸우는 여성'이다.

그러다 보니 주부의 가사노동에까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남성과 여성이 인격 대 인격으로 결합하여 상호존중의 원칙 아래 각자의 자존심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다.

다 지당하고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과는 너무나 큰 간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물론 한국 여자보다는 서양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취업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고 정치참여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

특히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재산분배문제나 자녀양육문제 등이 아내 쪽에 훨씬 더 유리하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건 역시 애정문제를 떠나서 성립되는 '사회적 개인'으로서의 여성문제에 국한되는 얘기고, 서양 여자들은 애정문제나 가정문제에 있어 여전히 '상냥사고 순한 아내'로서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마국 중류 샐러리맨 가정의 생활풍속을 소재로 다뤄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로 <블론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십여 년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되고 있는데, 나는 그 만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첫째, 블론디가 무척이나 부지런한 여자라는 점이다.

그녀는 항상 남편보다 일찍 일어나 집안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한다.

그런 다음에 남편을 깨워 밥먹여 출근시킨다.

둘째, 블론디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공손하다는 점이다.

아침에 남편을 깨울 때도 절대로 손을 대고 마구잡이로 흔든다거나 하지 않고 다만 말로만 하다.

셋째, 경제권이 어디까지나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새 옷을 사거나 새 가구를 구입할 때도 언제나 남편한테 허락을 받는 등 항상 남편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잊지 않는다.

넷째, 항상 블론디가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녀가 머리손질이나 화장에 늘 신경을 쓰고 집안에서도 항상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것이 좋은 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블론디> 만화를 통해 여러가지 사실을 추출해 낼 수 있었는데, 블론디가 주는 인상은 한마디로 말해 '순하고 귀여운 여자'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