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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편 떵누러갈 시간 없는 연년생 맘 구구린수다(본드 미워라)


BY 99lin 2002-02-19

범상치 않은 아침을 맞았다.
우리집 늑대는 아침부터 벨트가 고장이라며 투덜거렸다.
사실 뱃살이 불으니 벨트가 허리를 조이고 쉽게 가죽이 망가진게다.

늑대는 양복을 입으며 투덜거렸다
"혜린엄마야 이거 버려라."
본드로 붙이면 아직 쓸만한 가죽벨트를 버리라고 조잘거리다니
마음속으로 꾹꾹 참으며 투덜거림을 받아 주었다.

자고로 나의소신은 아침 출근길에 어떤일이 있어도 남편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기에 꾸역꾸역 마음을 가라앉혔다.

7시30분 현관에서 배웅하며
문을 꽝닫는 순간 내세상이 되었다 쾌재를 느끼던 순간
작은토끼 일어나 삐악 거리고
큰토끼 일어나 "밀크!밀크!나두밀크!기브미"
정신없는 하루의 시작을 예고했다.

33개월 혜린인 젖병에 우유를 넣어 달라한다.
연년생 동생탓에 어리광 심해졌고
늘 엄마 곁에서 껌처럼 붙어있으려 한다.
퇴행화 현상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고있다.

두녀석 우유 먹이고
아컴에 들러 펜관리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그런데 옷장에 걸린 벨트가 나를 유혹했다.
"구구린아 ! 나 벨트야!본드로 붙여줘!나 아직 쓸만해!"
벨트는 나를 계속 유혹하는것이다.
게다 오늘따라 옷장속 거울에 비친 내호박같은 얼굴이
얼매나 이뻐보이던지...완전히 자뻑이었다.

지난 크리스마스때 트리 만든다고 사다놓은 오공본드가 있었다.
가죽이니 오공본드로 붙이고 집게로 집어 눌러 놓으면 성공이지
마음먹고 두아이들은 엄마의 작업에 방해가 될까 싶어
베이비 의자에 앉혀 놓고 방구대방 뿡뿡이까지
상영하며 벨트고치기 작업 들어갔다.
그런데 작은녀석이 자꾸 울어대며 보채니
일분이면 될일을 삼십여분 지체하게 되었다.

자꾸 울으니 마음은 급하고 해서 본드뚜껑을 크게 열고 가죽벨트에
칠해 버렸다.
정성을 다해 벨트를 맞붙이고 성공이라 여겨지는 순간
벨트와 엄지를 제외한 내손가락 네개가 몽땅 붙어버렸다.

오메 우짤꼬!내손가락!

아무리 떼어낼려해도 딱딱하게 금새 굳어버려 감각이 없었다.
작은녀석은 악을 쓰고 울고
큰녀석은 엄마마을 이해하는지"엄마 안돼?엄마 안돼?"
연실 질문했다.

다행히 왼손이어서 얼음을 거내 찬물에 손을 담가보았다.
온도가 내려가면 떼어낼것 같아서 그런데 어림없었다.

우쒸 이를 어짜냐!
급한게 119다!
119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설명하기가 쑥스러웠다.
그래두 어떻게해 할수없이"아저씨 허리벨트랑 손가락이 붙어 안떨어져요"
아저씨왈"그럼 빨리 병원으로 가세요"
대답은 간단했다.
붇었으면 살을 떼내야된다는 식으로 들려왔다.
흐미 무서워!

나두 병원은 갈줄안다.
그렇지만 챙피스럽고 내복바람에 잇는 연년생 두아이를
한손으로 외투까지 입혀 병원갈 엄두를 못냈다.
고민고민하다 큰아이에게 맨발에 부츠를 신기고
작은아인 대충 입혀서 업구 뛰어야햇다.

병원에 들어선 순간
단골이다보니 간호사와 의사 모두 아는사이라
킥킥거렸다.
함마리는 한손으로 안고
한마리는 업고 게다 손에는 벨트를 달고 과관의 광경!
"혜린엄마 손가락 떼어줄까 말까?
이정도며 메스로 베어 내야하는데...."
손가락이 붙어 약이오른 내게 기름을 뿌리는 사람들이 야속했다
우우~~~승질난다!

열받앗는데 장난까지 치다니

부끄러움을 안싸안고 약품으로 손가락의 본드를 떼어내는데 삼십여분
걸려 성공했다.벨트는 안전하게 떼어내 사용할수 있었다.

남편 편하게 벨트하라 해주고픈 이쁜 마음이
하느님께 통했는지
적당한 선에서 본드를 떼내 주었다.감솨합니다 하느님!

오늘은
본의 아니게 장애자 심정을 반나절 격고 깨우쳤다.
그리고 누구든 장애자가 될수있다는 상상을 해보았고
앞으론 장애자에게 친절해야 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오공본드 미워!!!!!!!

오늘의 수다는 여기까지 끝ㅌㅌㅌ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