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47

원 세상에 이런 공짜가?


BY 김금영 2002-02-23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지만 살림 살다보면 나중에 가발을 쓸 지언정 일단 공짜라 하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 주부들의 특기일 것이다.

신정연휴가 되기도 전에 남편은 '뭐할까나?'하고 체근이지만, 사실 우리집은 남편이 나가 놀기(?)를 더 좋아한다.
빠듯한 살림에 신나게 어디 한번 마음 놓고 놀러나 갈 수가 있나.
한번 움직이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
그러다 하도 성화에 못이겨서 눈썰매장을 가기로 했다.
말은 아들녀석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지만 스트레스도 풀겸 해서 움직였다. 혹시나 해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준비했는데 사실 나가면 먹을 것도 없고 값도 너무 비싸다. 막상 썰매를 탈려니 썰매를 빌려야 하는데 어른 한사람에 12,000원이란다. 둘이면 24,000원 ?#$%
꼬맹이는 어려서 안 빌려도 되고. 하지만 두대를 빌리기에는 감당이 안되었다.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아이를 데리고 타기로 했지만 참 속이 쓰리대. 남편이 두번인가를 타고 나도 못 이기척 _ 난 사진이나 찍어 줄께 - 하면서 탔는데... 와! 정말 재미있다.
남편에게 썰매를 주러 갔더니 왠 썰매를 가지고 있다.
" 이건 어디서 났어? "
" 응, 저 아주머니께서 무서워서 못 타겠대. 우리 타래. "
" 캡이다. "
신나서 둘이 막 타려는 순간 아저씨 한 분이
" 저 반값이라도 ... "
" 예? 2,000원만 달라구요 ? "
남편은 동문서답을 했다.
" 에이, 그냥 재미있게 타시유. "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우린 내려 오기가 무섭게 나는 듯이 리프트를 타고 또 올라갔다 내려오고 해가 질 무렵 더 이상 추워서 못 탈때까지 신나게 탔다.
본 전을 뽑고도 남았다는 쾌감과 공짜라 그 짜릿한 유혹에!
그날 저녁 우리는 한 대 덜 빌린 썰매 값으로 돼지삼겹살 포식을 할 수 있었다. 근데 나이 탓일까? 온 몸이 욱신욱신!!!
아! 아들 녀석 추억만들어 주기도 힘들구나.

구정연휴는 길기도 하지. 근 긴 시간을 어떻하나 하고 스케줄을 세우다 보니 성묘도 다녀오고 친척집도 방문하고 하다보면 그리 여유롭지도 않은데 남편은 신정때의 공짜 맛을 본 탓인지 이번엔 ' 빙어
낚시 "를 가잔다. 강원도까지 가야하고 귀경 인파로 도로에서 지낼 시간이 더 많을 것 같아 반대를 하면서도 난 벌써 갈 준비를 차곡차곡 했다. 거기 가서 해먹을 것들과 혹시나 길이 막힐 것을 대비해서 음식들을 두배로 준비했다.
근데 그전날 영화 보느라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우린 눈꼽만 겨우 떼고 아침도 안먹고 부리나케 출발했다.
가면서도 웃음이 났다. 무슨 살 일 났다고 아침도 안먹고 이 난리일까 싶은게...
소양강 선착장에 도착하니 허겁지겁 왔어도 참 잘 왔다 싶었다.
세상에 그렇게 넓은 빙판을 어디서 볼 수나 있을까?
우선 차안에서 가져온 것들로 아점을 먹고, 강 한가운데서 먹을 간식과 꼬맹이 썰매 대용품(제 플라스틱 장난감통)을 가지고 조심조심 얼음위를 걸어갔다. 뒷목이 뻣뻣하게 당기는 것이 금방이라도 얼음이 깨질것 같은게... 빠지면 누굴 먼저 건져야 하지?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빙어 낚시 하는 한무리의 청년들을 발견하고 남편이 말을 걸자 상세히 알려주면서 자신들이 하던 낚시와 미끼를 주고 자리를 떠났다.
예의 우리는 큰소리로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빙어가 잘 도 잡힌다.
처음엔 식용구더기라지만 구더기 미끼를 만지는 것이 꺼림직했는데 빙어 낚는 재미에 구더기고
뭐고 아무 생각 없이 미끼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조고만해도 꽤 팔딱이는 힘이 있고 비린내도 났다.
한참 신나서 낚시에만 열중하는데 남편 왈
" 아주움마! 구더기 만지던 손으로 쵸코파이 먹으니까 맛있냐? "
" 으악#$%& "
포기다. 뭘? 나으 위생관념에 대해서. 구더기면 어떻고 파리면 어떠랴. 빙어만 잡혀다오.
오후로 넘어가자 바람이 다소 불었고 아들녀석은 아까부터 오토바이 썰매 타자고 성화다.
그래. 이쯤에서 낚시는 접고 우리가 늘상 표방하는 아들녀석의 추억거리나 만들자 하고 나섰다.
근데, 또 그 가격이 만만찮다. 오토바이(사륜의 레저용 모터싸이클 같은것)에 썰매가 5량이 매달려 있는데 1량에 2인이 탈 수 있고 1량 빌리는 가격이 5,000원 이란다. 우리 가족은 2량을 빌려야 한단다.
둘 중에 하나만 탈 것인가, 아님 아들녀석을 단념 시킬 것인가 고민하는데
" 가족이니까 그럼 7,000원만 내세요. "
우린 그 소리에 아줌마 마음 변하기 전에 냉큼 올라탔다.
몇 분을 기다리자 전량이 다 차고 출발을 했다.
운전 하는 분께서 재미있게 한다고 S자로도 운전하고 장애물(?)도 넘고 하여 모두들 소양강가를 신나게 달렸다.
아들녀석은 더 타겠다고 떼를 쓰고...
집에 와서 빙이 튀김을 했더니 단백하고 참 고소하다.
아들녀석도 잘 먹고. 못하는 술도 둘이 한잔씩 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늘상 세상이 이렇게 꼭 공짜가 아니어도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 차면 좋으련만...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고 부우자 되세요오오오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