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미감정 틈탄 '韓中 결속'에 초긴장 - 英 FT, "미국독점시대 끝났
다" 보도
[속보, 세계, 사설/칼럼] 2002년 02월 27일 (수) 10:06
반미감정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게 미국이 더 이
상 절대적 맹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3만7천명의 미군을 주둔시켜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주는 미국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반미감정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은 당혹
스러워 하고 있다.
한 외국인 칼럼니스트는 우리가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외교적으로는 눈
치, 경제적으로는 견제, 개인적으로는 친밀,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사안에
서는 반미" 등으로 대단히 복잡다단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친근감이 간다"는 말들이 공
공연히 오가고 있다. 미국이 최근 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 한ㆍ중간 긴밀화에 바짝 긴장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한국국민들 사이에 중국에 대
해 경제적 관계를 넘어서 강한 중국바람, 이른바 한류(漢流) 열풍이 불기
시작해 차이나 타운이 번성하고, 중국어 학원이 성업중이며, 중국행 관광
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외교적 동맹관계에 있어 언제나 미국을 떠올리던 시대가 지나고
그 대신 미국의 대안으로 중국이 급속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변화에 대해 한국의 친미인사들은 중국
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한국의 서구식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
려하고 있다. 이러다간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 독자적인 입장 변화에 따라 동북아시아 지역의 힘
의 균형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전의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동북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중국과 일
본 사이의 완충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동북아시아에 힘의 공백이 생겨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라
고 경고하고 있다.
전 주중 미국 대사 스태플턴 로이는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에서 매우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이유는 북한 자체보다는 중국, 러시아, 일
본, 미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친밀해지면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큰 도움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보다 가까워지면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
향력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남북통일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의 상호이해가 증진되면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지지하게 될 수 있다는 분
석이다.
유종하 전 외교장관은 "지난해 미군 정찰기가 중국에 추락한 사건이 일
어났을 때 한국이 외교적 지원을 한 것처럼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긴장완화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은 특별한 관계다. 지리적으
로 가깝기 때문에 두 나라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국은 수천년
동안 전통적인 우방이며 문화교류국"이라고 언급했다.
김대통령은 또한 "중국은 3대 무역국이며, 우리가 두 번째로 투자를 많
이 하는 곳"이라면서 "남북간 철도(경의선) 연결사업은 거대한 시장인 중
국 전역에 직접 진출할 수 있게 되고,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한반
도 시대를 열어 민족과 국가의 장래에 일대 융성기를 가져올 수 있는 과
제"라고 중국과 한국간의 비전을 역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은 대미수출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한국
이 중국과 밀착하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은 무역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으로 중국시장이 개방되는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라
가 한국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40년간 냉전시대를 지낸
뒤 1992년 외교관계를 재개한 이래 전면적인 협력시대를 맞이하고 있
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