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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함의 실체!


BY somjingang 2002-03-27

황사때문에 대기가 뿌옇던 며칠을 보내고 맞이한 모처럼 만의 맑은 하늘은 마음을 환하게 해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딸아이땜에 만들어진 엄마들 모임이 있는 날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참석을 할수가 있었다. 어제 거의 일년여 만에 머리도 싹똑 자르고 거기다가 웨이브를 넣어 변화를 준터라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봄볕이 마치도 나를 향해서 비춰지는 찬란한 조명과도 같다고 느껴졌던건 나만의 착각 이었을까? 만난 아점마들이 '어머나, 그렇게 머릴 하니까 갓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 같아..'라고 과분한 칭찬을 해줄때도 나의 어깨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식사를 잘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머리를 변화한것을 빌미로 각자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들이 오갔다. 우리 다섯중 유난히 옷에 신경을 쓰면서도 어깨까지 내려오는 어중간한(?) 생머리를 그냥 나풀거리며 다니는 한 엄마가 있었는데 그엄마가 '나도 머리에 힘 좀 주어볼까..'하였다. 모두 한마디씩 거들지 않으면 그 모임이 아줌마들 모임이 아니었겠지.... '그래요, 00엄마, 요즈음 파마가 얼마나 세련된지 알아요?'서 부터, 어디서 부터 파마을 말아서 그 머릴 어떻게 하면 괜찮아 보일것이다 까지, 이러저러한 말들이 이어졌다. 어제 미용실에 다녀온 나도 물론 한마디 거들었다. '머리파마하면 예쁘겠어요. 왜, 그렇게 하고 다녀요.. 파마해서 묶고 다니면 잘 어울릴것 같은데요..' 말을 잘한다고 한 말에 왜, 그렇게 하고 다녀요.. 라니!! 다행히 그엄만 그얘길 그냥 흘려 들은 모양인데 지금에 와서 난 왜 이리도 마음이 허전하기만 한걸까?? 그걸 진정 몰라서 묻는거냐고.. 자신에게 되묻는다.. 뭐 그리 잘났느냐고, 허구한날 아들네미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깡그리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하루가 바쁜 그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놓고 왜냐구...? 난 한참 인간이 덜 되었다. 마음공부 좀 머리 싸매고 해야 할것 같다. 노란개나리가 피어나고 분홍진달래가 피어나는 틈새로 연두빛 새싹이 여린 잎새를 가지마다 피워내고 있는모습이 더욱 나를 쓸쓸하게 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