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2

발전 파업을 보며..


BY ilish 2002-03-29

큰맘먹고 과감히 회사를 때려치고...
이전까지 모 언론사 9시 뉴스 팀에서 일했던 아직 결혼 못한 노처녀입니다.
이번 발전노조의 파업을 보며..
몇년전 금융권 통폐합때의 일들이 생생히 기억나서 몇자 끄적입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였고..
분명 발표는 월요일에 한다고 했지만,
어지된 일인지 부장님들의 다급한 회의와 타 방송사의 급하게 돌아가는 모습이 있었고, 통페합 되는 은행의 리스트가 기자들의 방송원고로 급하게 올라왔고..
뉴스 기사의 첫 기사로 은행권 통폐합이 나갔습니다.
제가 경제부에 속해있었기에..
뉴스가 나가자마자 엄청난 전화들이 물밀듯 몰려왔지요.
대부분이 그래도 그이전에는 소위 한가닥하던..
각 은행의 은행장급의 나이지긋하신 분들의 울먹이는 이야기였습니다
(97년 가을 입사한 저로서는 우리나라의 imf 과정을 가장 옆에서 지켜본 사람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술을 약간 드신듯한 말이 엿지만, 욕지거리나 반말이 아닌,
그야말로 정중한 태도.. 그러나 너무나 힘든..
그 모습이 전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제게 전해왔었지요.
" 제가 나이가 50이 훨씬 넘었습니다. 00은행 은행장이고..죄송하지만..정말 죄송하지만 정말 답답해서 전화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되었던 전화... "그간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데..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그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데.. 월요일에 발표한다고 정부랑 약속한거 아니였습니까.. 왜 하필 오늘 입니까.. 월요일 출근해서 그 많은 직원들을 대체 어떻게 위로 하라고.. 왜 하필 오늘..."
하시며 끝내 말끝을 잇지 못하던 그 분..

웬지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제가 입사 시험을 치고.. 4년만에 그만둔 회사..
입사해서부터 내도록 힘든경제를 바라보아야만 했고..
정치와 기업체에 내둘리는 언론의 현실에 기막혀하며..
어쩜 재직기간 내도록 대중매체 공중파 방송이라는 큰덩치에 어울리지않게 소극적인 세계속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한 채....
아니...어떤말로도 위로 할수 없어 묵묵히 듣고 있을수 밖에 없던..
40여분간 계속 되었던 그 노신사의 자조섞인 흐느낌을 들어야했던
그날이... 아직도 맘을 아립니다.

p.s: 아직 솔로...여자..31살입니다.
아줌마닷컴..자주 들르겟습니다.
아줌마라고 하면 무지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오늘 죽 둘러보니 제 생각이 틀렸던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