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맣게 탄 얼굴..작은키..삶에 찌든 표정..
그리고 잔뜩 주눅들어있던 행동들.....
그게 제가 느낀 당신의 첫인상 이었죠.
그런데도 왜 내 마음이 끌렸을까요.....
나이도 아홉살이나 많고 거기다
다섯살배기 혹까지 딸린
이혼남 이었던 당신을..
'그래도 좋다고,무슨 상관이냐'며
다 감당 할 수 있다며 매달리는 나에게
않된다고.....
또 한번의 상처를 입게 될거라며
나에게서 한 발 물러섰던 당신..
그 전의 상처가 너무 깊이 박혀서였나요.....
그렇다면 제가 치유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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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후 파업 때문에
몇달째 월급 한번 재대로 가져다주지 못했을때,
갑자기 들이닥친 전처와 그녀의 친구 때문에
당신의 딸을 강제로 뺐겼을 때..
나 만나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아
가슴 아파하는 나에게 다가와
살며시 어깨에 손 얹으며 웃어주던 사람.....
당장 생활비 7000원으로 살아야하는데..
쌀은 없고..
할 수 없이 현미 3000원어치 사다가
쌀 3분의1, 현미 3분의2 넣고 한
새까만 밥을보며
'밥이 왜 이러냐' 고..묻는 당신의 질문에
생활비 없어서 쌀을 못샀다고 말하면
당신 기죽을까봐
건강식 이라고 말하는 내 대답을 등뒤로
쌀통쪽으로 걸어가
빈 쌀통을 보고는
반찬도 없이 굳어버린 얼굴로
말 없이 그저 밥만.....밥만.....먹던 당신..
하루 500원씩 쪼개어
시장 아줌마들에게 억척소리 들어가며
하루는 콩나물 500원어치,
하루는 시금치 500원어치..
그렇게 시장보며
하루 끼니 걱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엄마에게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만원을 꿔와서는
아~ 며칠간 식비 걱정은 없겠다 싶어,
흐믓하게 웃음지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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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임신 후,
급하게 올린 우리의 결혼식..
야외 촬영은 생략하자며 말하는 내게
미안한 듯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
부페집에서 돈 300만원으로
초라하게 끝내버린 결혼식이었기에..
그때를 생각하면 더욱 눈물이 납니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가까운 놀이동산으로 가서
쉬다 오는 계획이었건만..
모두 내가 그렇게 하자며 원했 던
신혼여행이었건만..
임신중이라
놀이기구 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 대신
혼자서 놀이기구를 타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사진이라도 찍어줘야지 싶어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댔을때..
'아! 당신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구나..'
모두들 친구끼리 연인끼리 앉아
놀이기구를 타는구나..
머쓱한 모습으로 놀이기구를 타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진을 찍으며 눈물을 흘렸었죠..
최신식 호화 호텔은 아니었어도
신혼의 첫날밤을 둘이서 보낸다는 것에
작은 행복을 느끼 던 우리.....
그렇게 1박2일의 신혼여행에서 쓴 돈이
13만원이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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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결혼식에 가서
친구의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보며
미안한 듯 내 손을 꼭 잡으며
길게 한숨 쉬던 당신의 모습..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 잘 해나가고 있잖아..'
임신 8개월이 된 후 가장 슬펐 던 일이 있었죠..
사산을 한 충격으로 술로 날을 보내며
오랜동안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나를
햇살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말 없이 지켜주 던 당신
당신과 만나 산 지도 어느 덧 3년이네요..
둘이서 끌어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
아름다운 추억도 참 많았어요..
이런 당신 없으면.....
나, 어떻게 살지?
제발.....
건강해줘요. 아프지말고..
나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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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달이면 우리아기가 태어나네요..
이제 지난번 처럼 슬픈일은 없을거에요.
그렇게 힘든 시간이었는데도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것은
나 만나서 행복하다고.....
나 만나서 살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다고.....
언젠가 술에 취해 울며,
비틀거리며 했던 당신의 한 마디가
아직도 내 가슴 언저리를
찡하게 물들여 놓기에.....
나, 그약속 지킬거야.
죽어도 당신과 함께 죽을거라는.....
나.. 당신없으면 못살 것 같거든..
정말..
사랑한다는 거.......알죠? 내 맘..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 나에게 마지막 소원을 빌라고 한다면..
다시 태어난다해도
나는 당신 아내가 되고싶다는 소원일거에요..
사랑해요.....
내 젊음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가치있는 나의 남자에게.....
2002년 3월 마지막날에..
당신의 아내..
-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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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천번의 다짐도 네 한마디 말엔
물거품이 된다.
너의 그 하늘은 높고 무한해서
이 두 팔로는 안을 수 없다.....
어째서 난 날개도 없이
널 사랑 해 버렸을까..
하늘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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