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또..산불이다. 그것도 우리마을에서 빤히 보이는 천마산중턱에서.. 오전 미사해설때문에 성당에 다녀오는길.. 너구네 고개를 넘어 가곡리로 접어드는데.. 천마산 자락에..붉은 불꽃과 연기가 보인다. 연기가 많이 퍼지질 않은것을 보니 불이 시작 된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 싶었다. 사람들이 신고를 한건지..시간은 가는데.. 119라든지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집에 들어와 마당에서 나무마다 거름을 주던 남편에게 천마산에..불이야..하고선 집으로 뛰어들어가 전화기를 들었지만.. 119는 계속 통화중이다. 마을회관에서 방송소리가 울리고..한참이 지나서야 헬기가 턱없이 작은 물주머니를 들고 나타난다.. 해마다..식목일이면..불.. 지난해도 바로 4월 5일 식목일이었다. 아버님 모시고 덕소쪽 말등고개쪽에서 점심을 먹고..집으로 돌아오는길..버얼겋게 타들어 가던 모란공원묘원.. 묘역쪽에서 불길이 번진것으로 보아..누군가 성묘객이 또 담배불을 흘린게 분명하다. 이번에도..엄한 산중턱에서 불이 시작되어.. 골짜기마다..연기가 번져가는것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타던지..나무를 심으면 무얼하나.. 정말 작은 부주의로 저렇게 속절없이 수많은 나무들과 야생화들이 타죽어 가버리는걸.. 산중턱이다 보니..사람의 힘으로 어찌할수 없고.. 계속 헬기가 왔다갔다 하면서..물주머니를 쏟아붓는데..저렇게 해서 불이 꺼질까 싶은데도..별로 뾰족한 수가 없는듯하다. 가끔..하릴없이 물주머니도 없는 헬기가 왔다갔다 하긴했는데..아마두..저녁뉴스에 잡힌걸 보니.. 방송국 헬기였나보다. 이왕 올꺼면..물주머니라도 하나 달고 올것이지.. 오후에..다시 마석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오는길.. 꺼졌는가 싶었던 그쪽에서..다시 연기가 솟는것이 보였다. 고개를 넘을때..미약하게 올라오던 연기가 집에 올때쯤엔 다시 불이 본격적으로 붙은듯 싶었다. 급한마음에..다시 119에 전화를 했건만..119에서는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있노라는 자동응답소리와 혼선인지..가곡리 산불이라는 다른 목소리가.. 애타게 여보세요를 찾고 있었다..아마도..나 같은 사람이겠지.. 결국..또 불은 더 번졌고..헬기가 왔다갔다하면서..불길은 잡힌듯 싶지만..저녁때가 돼어 불길은 보이지 않지만..잔불 확인을 하는듯..왔다 갔다하는 작은 불빛이 보였나..아마도 공무원들인가보다. 멀리만 보이던 산불..이제 산속에 사는 사람이다보니 남의 일이 아닌것이다. 작년 이맘때쯤..바로 우리 앞산에서도 작은 불이 나서..큰일 날뻔하지 않았던가..가물어서 바짝마른 풀들..작은 불꽃이라도 튀면..그야말로 기다렸다는듯이 불이 번져갈텐데.. 남편은 휴지 한조각도 집근처에선 태우지 못하게한다. 가끔..누군가 쓰레기라도 태우는 불만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것이.. 그러면서..하루종일 마당을 이리저리 다니며.. 마당 청소를 했다. 지난주 심은 때죽나무에서 너무도 예쁘게 새싹이 나는걸 보면서.. 이리저리 뒹구는 잔디부스러기와 돌조각들.. 가지치기 하면서 무심히 마당 구석에 버려두었던 나뭇 가지들을 치워내니..한결 마당이 정돈 된 듯보였다. 앞집에서 버려졌던 모래를 담아다..마당 울퉁불퉁한 굴곡부분에 채워넣었다. 그러다보니..불구경에..마당 정리에..결국 휴일인 오늘도..하루종일..성당 다녀온 것 외에는..마당에서 지낸듯하다. 마석의 봄은 정말로 더디온다. 서울은 이미 봄이 무르익어..꽃진다는 소리가나오지만..여기는..이제 시작이다. 물론..아랫집 쪽에선 매화꽃이 흐드러지고..목련도 한창이지만.. 지대가 높은 우리집은..또 다른문제다. 거참 ..한 동네인데도 불구하고..해마다 꽃피는 시기며..잎나는 시기가 다른걸 보면..정말 신기하기 그지없다. 같은 마을이지만..우리 집은..고산기후에 속하니말이다. 마을 아저씨들이 낮동안..물통 청소를 해두었다. 깨끗한 지하수지만..이렇게 청소를 해두면 그래도 몇달간은 또..마음을 놓는다. 어제 우리는 시골사람인데..왜 학교를 핵교라 하지 않냐는 아들의 말에..새삼 우리가 어느덧 시골사람이 되었음을 느끼며.. 식목일..산불을 보며..가슴아픈 하루를 보내었다. 2002. 4. 5 스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