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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의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믿습니다!!


BY eunjussam 2002-04-06


대세론에서 대패론으로/
최상천(前대구효성카톨릭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3월 초순까지만 해도 `이회창 대세론'은 99%가 넘는 한국사람들의 정치통념이었다. 여론분석 전문가, 정치전망 전문가, 선거예상 전문가 등 유명한 족집게들도 “대세는 결정 났다”고 입을 모았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은 날이면 날마다 대세론이 대세라는 걸 유난히 강조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여론)이 돌변하기 시작했다. 3월 13일 <에스비에스>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전되더니, 3월 19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노무현 대 이회창'이 55.0 대 33.4로 완전히 뒤집어졌다. 4월 초에 나온 <한겨레> <한국방송> <문화방송> 여론조사에서도 20% 안팎의 격차가 재확인되었다. 이제 두 사람의 순서도 `노무현 대 이회창'으로 바뀌어버렸다. 참 세상 무섭다.

3년 넘게 요지부동이던 `이회창 대세론'이 단 6일 만에 `이회창 대패론'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요즘은 `이회창 대패론'을 넘어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가 파죽지세로 번져가고 있다.

내가 알기로 한국정치사에서 이런 혁명적 반전은 일찍이 없었다. 이인제와 조중동의 말대로 만약 이것이 진짜 음모라면, 그것은 디제이의 음모도 좌파의 음모도 아닌, `나라사람들의 시나리오 없는 음모'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민심이라고 부른다.

이회창 대세론이 이회창 대패론, 노무현 필승론으로 바뀐 뒤 한국의 `주류'들은 거의 발작 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노풍 앞에서 `주류' 정치의 적장자 격인 이회창도, `주류' 정치의 서자 격인 이인제도, `주류'의 삼대 바람잡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자제력을 잃어버렸다.

일주일(3월 21∼3월 27) 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음모론 시나리오'를 보자. 그들은 입을 모아 노풍이 `김심' 탓이라며 청와대를 음모의 본거지로 지목했다. 자기들이 만든 시나리오를 놓고 그게 진짜니 가짜니, 청와대가 나서서 해명하라느니 따위 자작극을 연출했다. 자작극이 안 통하자 이인제씨는 `중대 결심'으로 협박하고 조중동은 `중대 사태'로 몰아갔다.

`음모론 시나리오'는 노풍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을 뿐이다. 다급해진 `주류'들은 본선에서 써먹으려고 감춰뒀던 `색깔 폭탄'까지 꺼내들었다. `주류'들은 노무현씨는 물론, 노무현씨와 사돈에 팔촌이라도 걸리는 사람, 조직, 정당, 정권을 모조리 좌파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색깔 폭탄'마저 먹히지 않고 있다.

노풍이 무엇이기에 조중동을 가볍게 격파했을까? 태풍의 눈은 `노무현'이다. 그는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던 금기와 성역을 거침없이 날려버렸다. 겁도 없이 조선일보에 맞섰고, 부산에서 민주당 간판 달고 지역주의에 도전했다. 낡아빠진 성역정치에 대한 도전이 없었다면 노풍도 없다.

노풍은 `주류'들의 대세론, 음모론, 색깔론 시나리오를 가볍게 날려버렸다. 천만 독자를 거느린(?) 조중동의 영향력이 이렇게 형편없다니…. 조중동이 5년 이상 줄기차게 밀었던 `이회창 대세론'이 어찌 이리 허무하게 무너진단 말인가? `주류'의 만병통치약 음모론과 색깔론을 들고 나와도 도무지 약발을 받지 않는다. 조중동의 영향력이 `노사모'보다도 한참 떨어지는 형편이다.

바로 여기에 노풍에 담긴 역사의 진실이 있다. 이제 나라사람들이 대상적 존재에서 주체적 존재로 빠른 속도로 변신하고 있다. 나라사람들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서 국가의 지도·동원·감시·처벌의 대상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노풍을 통해 유력 언론과 지도층의 선전 선동의 덫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래서 대세론, 음모론, 색깔론을 싹 무시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후보를 선택했다. 통치와 지도의 대상으로부터 의사결정과 주권 주체로의 변신, 이 역사적 변신이야말로 노풍이 우리에게 주는 진한 감동이 아닐까.

최상천/<알몸 박정희> 지은이·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