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만난 선배 부부와 식당에 밥을 먹으러갔다.
마침 식사시간이 약간 지난후라 그런지
홀은 한산했고 그래서 맘 편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는중였다.
왁자지끌...
우리 옆자리에 젊은 부부팀인듯한 사람들이
애들을 데리고 들어왔는데...
여자애는 동그란 얼굴에 쌍거풀진 눈이 참 예뻤고
오빠인듯한 남자애도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귀여움을 많이 받을 얼굴였다.
자라나는 새싹을 볼때마다 지어지는 흐뭇한 미소는
인제 내가 그만큼 나이가 들었단 증거이리라.
한창 고기 구워서 기분좋게 밥을 먹고 있는중였다.
'우루루.....'
갑자기 수저통 쏟는 소리가 나드니
두애들이 수저를 가지고 칼쌈을 하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첨엔 앉아서 치든 칼쌈을 조금있으니 식탁을 빙빙 돌면서
소리까지 질러대며 혼을 뺄정도라...
네댓살먹었으니 제지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인듯한 부부는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고
신바람이 난 애들은 방바닥에 놓인 다른 수저로 더 기세좋게
빙빙 돌며 장난을 쳤다.
입맛 쓰지만 어쩌랴
내 애들도 아니고 자신의 부모가 이쁘다고
가만히 있는데...
또 식당종업원도 손님이 데리고 온 애들이라 봐주는지
제지를 않고 있으니 뭐라 별스럽게 말할수도 없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속으로는
'저것들 콱~'
하고 싶은맘이사 꿀떡같지만....
식사를 하는데 빙빙 자꾸만 도니 어지럼증이 났었고
성질 더러운 내가 도저히 참지를 못해서
여자애를 보고 그랬다.
'얘. 조용히 해!'
일순 아이는 멈칫하드니 엄마 눈치를 봤는데
엄마가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니 인제는
더 신바람나게 우리 주위를 빙빙 돌며 보란듯이
젓가락. 숫가락을 마구 휘둘렀다.
'니들 가만 안있을래?'
우리 딸이 시집을 일찍 갔다면 내 손자손녀뻘이
되는 애들인데 내말이 먹혀들지를 않아
주먹을 쥐며 때리는 시늉을 했다.
당연히 눈도 홀겼지.
근데 생긴건 공주같이 이쁘게 생긴 여자애가
날 보란듯 날름 혀를 내밀드니 계속 도는거다.
아이구~
진짜 내 손녀같았슴 머리통 확 쥐어박겠구만.
생긴거하곤 완전 반대로 노니 이쁜 얼굴이
더이상 이뻐보이질 않는다.
고기는 구워야하는데 애들은 빙빙돌지
야단쳐도 먹켜들지 않지...
그래서 할수없이 애들엄마가 있는 자릴 쳐다보며
'아이구 얘들 좀 중지시켜 주세요'
근데...
이 여자 말하는거 함보소.
'아니 애들이 저러기 예사죠. 별스럽네'
그러면서 뭐라 뭐라 들리지않는말로 궁시렁 거렸다.
저걸 확~
무식한 내 성질데로 한다믄 머리채라도 잡고 싶구만
그래도 어쩌남.
손님이 있는자리라서 큰소리도 못내고
'애들보다 엄마가 더 문제 있구만 쯧쯧...'
더 말해봐야 열만 받칠거 같아
빨리 먹고 나갈려고 남은 고기를 마저 구웠다.
'딱~'
잠시순간 뭔가 내 머리에 불 같은게 번쩍했다.
이게 뭐지...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는데
아파서 눈물이 쏟아질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나무라든 여자애가
숟가락으로 내 머리를 힘껏 친거다.
너무나 황당하고...아프고...
머리에 대번에 작은 혹불이 났다.
피가 났나싶어 손을 떼어보니 다행히 피는 안났다.
선배가 놀라서 여자애를 야단치고
워낙이 돌발상황였든지라 여자애 엄마가
내쪽으로 와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이넘의 여자를 오늘 혼줄을 내줘? 말아?
얼른 내 머리속을 스치는 생각.
연기라면 내가 좀 잘하냐 말이다.
옛날 학교다닐때 체육하기싫어 꾀병부린
역사를 시발로 하여
시집쪽에 일하러 가기싫어 아프단 핑계를
대기위해 오만 인상을 다 쓰면
울남편도 완벽하게 속아넘어갔는 찬란한
전과도 있는데...
'많이 아프세요?'
'하이구..'
사실은 너무 아파서 말이 안나왔다.
차라리 졸도라도 해버리면 이 여자
정신이 확 차려질껀데...
그냥 졸도해버려?
그럼 다음부터는 새끼들 조심을 시키잖을까?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선배가 그때서야 사과하는 그들에게 마구 화를 내었다.
애들을 저따위로 맘데로 두는게 어딧냐고...
'첨 말할때 조심을 시켰으면 됐을껀데?
어째 사람들이 그래요?'
나도 이말밖에 할수가 없었다.
아파도 체면상 울지도 못하겠고...
'머리 한번 만져봐요. 혹불났구만'
미안하다 소리를 한 서너번하고선
그들은 서둘러 애들을 데리고 식당을 나갔다.
'얘. 저런 인간들 혼내주게 기절이라도 하지.
CT 촬영도 공짜로 받아보고...'
선배의 말에 아픈것도 참고 웃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그래서 저 사람들
버리장머릴 고쳐주고 싶었는데
그넘의 병원가는기 겁나서...
애들을 바르게 자라도록 하는건 바로 부모의 책임이다.
그까짓 글자 한자 더 알아서 공부 조금 더
잘하면 무엇하랴.
아래 위도 모르는 이기적인 애들이 자라면
어떻게 될까?
학교에선 공부 공부...공부가 최고이고.....
집에선 공부만 잘하면 모든건 묻친다.
버릇 없는것도 묻치고 인성교육이야 되든 말았든
공부만 잘하면 최고이니...
아 한심하다.
그러나 내가 뭐란다고 고쳐질일이 아니니......
혹불난 머리가 인제 가라앉긴했다만
괜히 열나고 속상한 하루였다.
안그래도 차돌머린데....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