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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牧丹)과 고스톱(go-stop)


BY 느티나무 2002-04-26

지금 내가 근무하는 일터의 정원에는 작년에 심은 진달래가 연분홍,
주황, 흰색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며칠째 타고 있으니 가까이 가기
가 뜨겁다. 데일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119에 신고를 하면 장난전화했다고 잡혀갈까봐 신고를 못하고 있다.
이참에 감옥에 함 가고 말어?(ㅋㅋㅋ)

그 옆에 '꽃 중에 왕(花中之王)'이라는 모란(牧丹)이 우아한 기품을
한껏 뽐내고 있다. 넉넉한 잎에 검은 빛 도는 크막한 꽃은 언제 보아
도 너그러운 후덕한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꽁트방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아줌마님들 같다. 왜? 이쁘고 마음씨 좋으니까...(기회는
찬스란다. 아부는 투자이고. 아고, 느티 너 속보인다. ㅎㅎㅎ)

그런데 오늘 아침에 직장동료하고 그 옆을 지나며 내가 그 친구에게
물었다.

느티 : "저기 저 예쁜 꽃이 무슨 꽃인줄 알아?"
친구 : "몰라"
느티 : "아니, 꽃 중에 왕이라는 모란을 몰라?"
친구 : "매년 보기는 해도 이름은 모르겠는데."
느티 : "저 꽃을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는데 '목'에서 ㄱ이 탈락하고
'단'에서 ㄷ이 ㄹ로 변화되어서 모란이라고 부르지."
친구 : "아~~, 고스톱에 나오는 6목단..."
느티 : "전공을 말하니 정답이 나오는구나!!(ㅎㅎㅎ)"

이 친구는 나와는 허물없이 지내는 막역지우이다. 마음씨 좋고 악의가
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좋아하는 친구이다. 그런데 잡기에 능해서 포커
나 고스톱에 '주요멤버'의 일원이다. 고스톱에서 히틀러와 같은 존재
라고 해서 심씨 성을 붙여 "심틀러"로 불리운다.

사람마다 관심과 전공(?)이 따로 있다. 나는 속물틱 해서 모란을 보면
서 며칠 째 "선덕여왕은 얼마나 우아했을까?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더
라면 한번 꼬셔보는건데.", "원효대사는 요석공주를 어떻게 꼬셔서 설
총같은 머리좋은 아들을 낳았을까?"이런 잡스러운 상상만 해대고 있다

자, 그럼 모란에 얽힌 야그 2개를 소개드린다. 워낙 유명해서 알고 계
신 분도 많겠지만 복습은 할수록 좋다는 말쌈도 있으니...


모란야그 1.

우리 나라에는 신라시대에만 여왕이 세 분 있었다. 선덕, 진덕, 진성
여왕이다. 보수적인 나라에서 신라시대에만 유독 여왕이 셋이나 있었
다는 것은 신라시대에 그래도 여성의 지위가 강했던 것 같다.

27대 덕만의 시호는 선덕여대왕, 성은 김씨, 진평왕의 따님으로 부왕
을 이어 당 태종 6년에 즉위했다. 선덕여왕은 신라 최초의 여왕으로
미모와 지혜를 겸비해서 나라를 훌륭히 다스렸고 많은 치적을 남겼다.

당나라 태종이 홍색,자색,백색, 이 삼색의 모란꽃을 그린 그림과 그
씨앗 석 되를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모란꽃 그림을 보고 '이 꽃은 틀
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다.' 고 말하면서 그 씨앗을 궁전 뜰에 심어
보게 했다. 꽃이 피어서 지기까지 과연 향기라곤 없어 선덕여왕의 그
예언은 맞았다.

그러면 선덕여왕은 어떻게 향기가 없는 것을 알았을까? 모란꽃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알았다. 선덕여왕은 평생 독신으로 지냈
는데 당태종이 그 사실을 미리 예견했다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에는 선덕여왕의 미모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당태종이 중국 최고의
꽃을 선물해서 환심을 사려고 했던 것 같다. 즉 "그렇게 국사에만 전
념하니 예쁜 꽃에 벌과 나비가 없는 것처럼 외로우시겠습니다."하고
넌즈시 마음을 떠본 것이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여왕으로서 꽃으로 불리우기가 싫었을 것이다. 또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니 한 여자로서의 사랑은 접은
것이지. 재색을 겸비한 여왕이 당태종이 아니더라도 왜 마음속에 있는
남자가 없었겠는가.

선덕여왕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남정네는 누구였을까?


모란야그 2.

설총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로맨스로 태어난 사람이다. 당시에는
스님과 공주의 로맨스라면 대단한 스캔들인데 설총은 워낙 똑똑해서
신라 10현 중의 한 사람이고 강수, 최치원과 함께 3대 문장가였다.

원효대사가 하루는 거리에서 노래부르기를 "수허몰가부 아작지천주(誰
許沒柯斧 我斫支天柱)"라고 했는데 그 뜻은 "누가 나에게 자루 빠진
도끼를 빌려주겠는가?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깍아내련다."이다.
그런데 이는 선문답이라서 사람들이 모두 뜻을 알지 못하였다.이 때
태종이 그것을 듣고 말하기를 "이 대사가 아마 귀한 부인을 얻어 어
진 아들을 낳고 싶어하는 듯하다. 나라에 큰 현인이 있으면 그 이로움
이 막대할 것이다." 여기서 자루빠진 도끼는 여성의 심볼을 의미하고
하늘을 떠받칠 기둥은 남자의 심볼을 의미하니 아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 어려운(?) 말을 순진한 백성들이 어찌 알았겠는가.

이 때 요석궁에 홀로된 공주가 있었는데 왕이 궁리(宮吏)를 시켜 원효
를 불러오도록 했다.궁리가 왕명을 받들어 대사를 찾으니 이미 남산을
을 거쳐 문천교를 지나고 있었다. 궁리를 만나자 원효는 일부러 물에
빠져 옷을 적셨다.궁리가 대사를 궁으로 인도하여 옷을 갈아 입히고
말리게 하므로 이로 인하여 그곳에서 유숙하게 되었는데 공주가 과연
임신하여 설총을 낳았다. 결국 요석공주의 '자루 빠진 도끼'를 빌려서
설총이라는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깍은 것이다.

이렇게 출생부터 아리까리한 설총은 부모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머리
가 좋았다. 신문왕이 하루는 신기한 이야기를 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
에 지혜가 많은 설총이 꽃을 의인화해서 들려준 이야기가 '화왕계(花
王戒)'이다.

온갖 꽃을 능가하는 화왕(모란)이 나타나자 장미꽃이 아름답게 치장
을 하고 등장하여 아양을 떤다. 한편 백두옹(할미꽃)은 검소한 차림으
로 나타나 신하되기를 청한다. 화왕은 장미와 백두옹 중에서 누구를
취할까 망설인다. 결국 충신의 간청을 받아들여 의리를 존중하고 직신
(直臣)을 취하는 뜻에서 장미를 버리고 백두옹을 취한다.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장미'에 비유한 이 글의 교훈적 의미는 '좋
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 而利於行)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주변에 항
상 간신과 충신이 공존해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지금도 권부인 청와
대는 아첨꾼의 아양과 비행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전국에 계신 아컴님들 이 밤도 서서히 깊어갑니다. 이제 저도 "잠자리
에 들 시간"입니다.(ㅎㅎㅎ 쟈니윤 버젼) 편안하고 황홀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편안하고 황홀한 밤이면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