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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남성 우월성


BY 모네타 2002-04-26


작년 영화를 못 보다가 어제야 두 편 보았다.
"조폭 마누라"와 "나쁜 남자".
둘다 거칠고 험한 사회를 그린 영화로, 살인, 폭력, 욕설, 강간 등으로 도배를 했다.
문제는 그 속에 나타난 여성의 정체성이다.
'친구'에 나온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도 당혹스러웠지만, '나쁜 남자에' 나온 여성 학대도 가히 끔찍한 범죄 수준이다.
대체 왜들 그런 영화를 만들어 유포시키는 걸까?
가뜩이나 인권 따위는 관심도 없는 나라에서 이런 저급한 영화들이 판을 치면서, 여성의 인권을 영화속에서라도 맘껏 농락하겠다는 건가.
또 이런 나쁜 폭력 영화들이 대중의 입맛에 맞는다는 것도 문제다.
단지 영화니까 한번 보고 마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상업적 측면에서의 저질 영화의 보급은 영화를 통한 진정한 감동이나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맛보려는 관객의 질을 떨어뜨린다.그리고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대중의 수준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들어 대중의 수준을 높이 끌어 올려야할 책임이 바로 영화 제작자에게 있다.
수준 낮은 폭력 영화, 그 속에서 여성을 짓밟고 유린하는 영화들은
실제 현실 속에서 일반인들의 모방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
'조폭 마누라'는 제법 남성의 힘을 가진 것으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나중에 임신한 배를 때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에서도 여성의 나약함을 조명해 본 것이다. 여성의 한계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나쁜 남자' 속의 여주인공은 자신의 신세를 망친 남자를 증오하면서도 운명(?)을 받아들이며 그와 함께 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한없은 여성의 자포자기와 나약함을 그린 영화다. 중도에 자유를 주었지만 길들여진 그녀는 새 삶을 살지 못한다. 대학생에서 창녀로 신분하락이 된 그녀가 택한 길은, 여성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깨진 그릇이니 어쩔 수 없다는 걸까? 영화속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은 여성의 선택이고, 권한이다. 그 면에서 영화 제작자들은 너무 안이하고 전통적인 방법을 취했다. 무서운 조폭 마누라의 치열한 실험정신은 높이 살 만 하지만, 그것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자와 똑같이 싸우는 것. 그것이 과연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길이 아닌 것처럼...
'나쁜 남자'는 너무 섬뜩하다. 한 여자의 인생을 짓밟고도 전혀 죄책감을 못 느끼는 불쌍한 남자.제 목숨까지도 함부로 버리려는 무서움 앞에 관객은 할 말을 잃는다. 우리 현실이 이토록 팍팍한가. 나쁜 남자는 결코 영화 속 한 주인공에 국한되는 것 같지 않다. 수많은 나쁜 남자들은 바로 우리의 추악한 현실 속에서 쉽게 만나지는 아버지요,오빠, 남편들은 아닌지...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평범한 남자들이 가면이 무서워 진다.
이 영화들은 한국 남녀의 행복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듯 뒤틀리고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그려 나간다. 어디에도 진정 행복한 여성의 이미지는 그려지지 않았다.
불행을 양산해 내는 영화. 이것이 현실의 모방이라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