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을 하고 다른 지방으로 가는 바람에 다니던 병원을 그만 두었다. 대우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출퇴근 시간 일정하고 흰가운 입고 현미경 보는 직업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는 졸곧 아이만 키웠다. 이제는 아이도 유치원에 다닐만큼 자라서 다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데 구인광고 란에는 임상병리사 구한다는 광고는 가뭄에 콩나듯 해서 면접 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의료직들은 그러하지 않다는데 나의 전공선택에 지금에서야 후회막급이 되어 맥이 빠진다.
10여년전만 해도 임상병리사는 여자의 직업으로서는 꽤 전망있는 직업이었고 입시 성적 또한 다른 보건의료직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얼마 전 아주 힘들게 잠시 개인 의원에 취업한 적이 있었는데 임상병리사의 대우는 오히려 10년전 보다 더 뒷걸음 쳐져 있었다. 다니던 의원은 진료보다는 일종의 신체검사 위주의 검사센터지소였는데 바쁠 때는 아침 7시에 나가서 저녁 8,9시에 퇴근 할 때도 있었는데 창피하지만 제세 전 연봉이 천만원이 되지 않았다. 그 의원이 재정이 열악해서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무엇보다 속이 뒤집어지는 것은 신체검사가 주 수입원인 의원에서 신체 검사 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이 부러 터지도록 뛰는 임상병리사보다 하루 평균 환자 두세명 보고 하루종일 무료해 어쩔 줄 모르던 물리치료사의 월급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오는 처사라고 하지만 해도 그 정도면 너무하는 노동력 착취가 아닌가. 그야말로 병리사 몸값이 똥값아닌가! 오늘날의 전체 임싱병리사들의 현주소를 보고 있는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나는 쉽게 그만 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대우에도 나 아닌 다른 일 할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가까. 더군다나 나는 취업에서 밀리는 아줌마가 아닌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시 이사로 인해 그 의원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나는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큰 병원이나 다른 의료기관의 병리사들이 다 그런 대접을 받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나 임상병리사들의 구직란이 심각한 것 사실인 것 같다.
나름대로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SRL,SCL,HML 같은 대형 검사대행업체에서 중소병원의 검사물을 아주 싹쓸이 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개인의원에서 하기 힘든 검사나 비용차원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 고가의 검사만 의뢰해야하는데 검사센터간의 경재으로 덤핑이니 뭐니 해서 싼가격에 너무나 기본 적인 소변 스틱검사까지 의뢰를 하기까지 이르렀으니 웬만한 병원에서는 임상병리사가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검사결과 신속하지, 결과 컴퓨러로 말쑥하게 처리되어 신뢰감 가지, 그리고 임상병리사 한 사람 인건비 안 나가, 고가의 시약값.장비, 신경 안 써도 되지, 의사들이 차라리 검사센터에 의뢰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두번째, 임상병리과 야간반까지 배출하는 과잉공급이 오늘날의 문제를 부채질한 것은 아닌지, 더이상 임상병리사 교육, 전문학교교육으로는 요즘처럼 세분화되고 깊이를 요하는 임상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4년째에서도 배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교육을 받은임상병리사들이 좀 더 깊이있는 이론과 실무로 임상에 임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인력의 배출을 줄이고 대신 좀더 고급화된 인력을 양성하라.
그리고 셋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의 무능이라고 본다. 의사들 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돈도 없고 국회로 진출한 사람도 없으니 힘도 없고 그리고 그만한 개혁을 일으킬 만한 인물도 없는것 같다.
의사들이 만약 지금의 임상병리사와 같은 실태에 처해 있다면 진료권을 쥐락펴락하며 정부에 대해 엄청난 위협을 가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을 것이다.
"나는 힘들게 딴 임상병리사 면허증을 좀 더 써 먹고 싶고 그기에 합당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