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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찜찜해요


BY 지나다 2002-05-11

몇일전 시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제가 남편 일로 도움을 부탁드린게 있었거든요,그래서 어머님께서 언제 한번 올라가마 하셨어요.
제가 시어머님께 크던 작던 무슨 부탁을 드린건 결혼 6년만에 처음이었어요.그동안 저희가 시부모님 위주로 뭐든(억지를 쓰더라도) 받아드리고 살았거든요.그리고 시댁 식구 위주로,하다못해 시댁 조카가 온다고 해도, 그때 친정 부모님이 공교롭게 오시는 날이 겹치게 되면 못 오시게 하고 그랬거든요.
저희 시어머님이 울 남편 처가나 자기 마누라에게 조금이라도 신경쓰는거는 못 보시거든요.그래서 우리 남편이나 저 우리 부모님께 그동안 자식 노릇도 못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친정 부모님이 마침 이번 주말에 제가 사는 지방에 오실 일이 생기셔서 마음먹고 부모님 근처 관광 시켜드리기로 했거든요.물론 시부모님도 같이 가시게 할까 생각 안한건 아니지만 저희 시부모님 장사하시는데 가게 하루라도 비우시면 큰일나는 줄 아시거든요.
그런데 저희 시어머님 전에 부탁드린 그 일 때문에 오늘 저녁에 오신다고 오늘 아침 전화를 하신거예요(내일은 장사 안하시는 일요일이시거든요).친정부모님께선 벌써 기차를 타고 출발하셨다고 하시구요.친정부모님도 내일 관광하시고 모레는 근처 볼일 때문에 가실건데 어머님께 부탁드린 일을 내일하게 되면 친정부모님 관광 못 시켜드리쟎아요(하루 종일 걸리는 일이거든요).
시어머님이 하루라도 더 계시게 되면 내일 관광 함께 시켜드리고 모레 부탁드린 일을 함께 하시면 할텐데 저희 시어머님도 일요일 밖에는 시간이 안 되시구요.
그리고 저희 시보모님은 자식 며느리에겐 호통 치시고 사셔도 다른데 가셔선 숫기가 없으신 편이라 친정 부모님과 함께 계시면 불편해 하실 것도 같구요.
정말 난감하더라구요.죄송했지만 시부모님께 친정 부모님이 근처에 오셨다 들리시기로 해서 나중에 다른 일요일에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하고 말씀드렸는데,시어머님께서 섭섭해 하시는 눈치더라구요.
섭섭하시겠죠.여태까지,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서 출발하시면서 오신다고 전화주셔도,몇일전부터 계획한 스케줄 다 포기한 저희였는데,처음으로 그것도 친정 식구때문에 그랬으니 무지 섭섭하시겠죠.
그런데 친정 엄마한테 괜히 이런 사정 말씀드렸나봐요.제가 헨드폰으로 말씀드렸거든요.엄마도 무지 미안해 하시는거 같더라구요.엄마는 성격이 호탕하신 편이라 같이 관광가시지 하시는데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편도 좀 섭섭한가봐요.언제나 시댁식구들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이런 일이 생기니...
양쪽 부모님들 기분 무겁게 해드려서,저 기분이 무지 찜찜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