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남편만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물론 내가 좋아서 결혼했다.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대체 이사람 뭘 보고 결혼했나싶다.
크게 사고 치는 일은 없지만, 자기와 자기 식구(시댁식구),자식밖에 모르고 마누라는 조금도 생각안한다.
사람이 취미라는 것도 하나 없다.뭘 같이 즐길래도 좋아하는게 하나도 없다.다 좋지도 싫지도 않고 그의 머리속엔 뭘 하고 싶다는 없고 뭘 해야한다만 있다.그것도 생각만 하지 하는건 없다.
아니 취미가 있긴하다.세일 때 되면 쓸데없는거 사서 쓰지도 않으면서 방에 쌓아 놓아 방 어지르는 것.그리고 몇시간이고 리모콘 들고 입벌리고 TV 보는거.
밤 늦게 집에와서도 말한마디 안하고 처다도 안보고 말을 걸어도 저는 TV 삼매경에 빠져서 나만 혼자 떠들게 하고.
마누라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도 똑같고.
어쩌다 하는 말은 나의 육아방식에 사사건건 시비거는거고.
내가 딸을 꾸짖거나 잘못을 얘기하면 애한테 뭐라한다고 마누라 꾸짖어 딸 자기 편으로 만들고.
손아랫 시누이와 시어머니 나를 식모내지는 몸종처럼 여겨도 그들 편 드는게 그 사람이고,어디가선 불이익 당해도 찍 소리도 못하면서 마누라 한테만 악다구니하고.
매사에 마누라 앞세우고 잘 안되면 뒷소리나 푸지게 하고.
결심과 약속은 무지 쉬운데 어기기는 밥 먹듯이하고.
단시간에 많이 어지르기는 국가 대표급이고.
핑계대기 역시 몇단은 될거고.
자기가 잘못한건 사정이 있는거구 다른 사람이 똑같은 경우가 생기면 나쁜놈이구(특히 운전할 때)
매일 피곤하다 죽겠다 소리하고,마누라가 어디 아프다고 해도 괜찮냐 소리는 커녕 "나두 아퍼,나도 죽겠어" 이런 소리만 하고.
어릴적부터 여자는 남자를 보살피는 존재라는 교육을 받아온 우리 남편, 내가 일방적으로 자신을 보살피는게 당연한 걸로 알고.때론 남편한테 기대고도 싶은 마음은 왜 자기한테 그러냐고 혼자 해결하라고 하고.
결혼전엔 취미도 다양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많았고 털털한 성격이었는데(남들이 다 인정하는),나를 이렇게 예민하면서도 멍청한 여편네로 변해가게 하는 남편이 꼴보기 싫어 죽겠다.
둘째를 가져야 하는데 이런 남편과 애 하나를 더 낳고 살일을 생각하니 갑갑하다.
지지고 볶는 날이 있더라도 재미있는 날은 또 알콩달콩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면 난 뭔가 싶다.
싸우는 날 아니면 너무나 고요한 날들 뿐이다.결혼하구서 도무지 좋다 재밌다 행복하다 이런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가끔 예전에 화려했던 나의 생활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슬프다.그래서 생각을 누르려 애썼고 이제는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나의 꿈,나의 사랑,그 어떤 것도.
나에겐 행복했던 과거도 사라지는 듯하다.다만,지루하고 무거운 현실과 불안하고 갑갑한 미래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 정말 벗어날 수 있다면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