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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BY NA 2002-05-17

널 친구로 불러야 할지...연인이었다고 부르기엔 좀 그렇지? 우린 사귄 적은 없으니까.
넌 나 이상으로 날 좋게 생각했는데,내가 결혼전 너에게 보여준 말과 행동이 널 실망시키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내 욕심이겠지만 네가 날 기억해줄 필요는 없지만,살다가 단 한번이라도 내가 생각날 때, 누군가에게서 나의 이름을 들을 때,그냥 괜찮은 아이었다고 그렇게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넌 내가 첫사랑이라했지? 그것도 채10살이 되지 않아서부터 그래왔다했지.
나도 사실은 너 좋아했어.너에게 한번도 말하거나 티낸 적은 없었지만.
난 언제나 너를 그냥 친구로만 대할 수 밖에 없었어.우리 집안 분위기가 대학 입학전 이성교제는 사실상 금지된 상태였거든.
대학을 가서도 그리 자유롭지는 않았어.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나는 네가 나에게 성큼다가와 주기만을 바랬어.그렇담 나도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는거 같았어.소심한 나에 비해 너무나 활발한 너의 성격상 그럴수도 있을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나의 욕심이었나봐.넌 항상 그자리에서 날 항상 지켜보고 있었지.내가 힘들때 묵묵히 내 하소연을 들어 주었고 내가 기쁠 땐 같이 기뻐해줬지.
나도 모르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달았을 때 넌 이미 나에 대해 지쳐있었지.그래 그리도 긴 시간이었다는 걸 난 미처 느끼고 있지 못했었나봐.
그리고 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나 역시 어느 한 남자에게 집착하고 있었지.그래 그건 분명 사랑은 아니었을거야.
그때라도 난 네가 부르기만 하면 네가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난 갈 수 있었을거야.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옆에 있는 너는 그럴 생각이 없더구나.
난 오늘 너의 홈피에 갔어.아무 글도 남기진 못했지만.너의 아들딸 삼남매,정말 예쁘구나.뭐라 딱 뿌러지게 쓰여있는건 아니지만 자식과 가정을 사랑하는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그리고 참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구.
그래,어쩜 나도 지금의 내 생활이 불행하지 않았다면 널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사람들이 첫사랑과는 결혼하는게 아니라고 하는 말,정말 잘 지켰다고.지금의 불행을 너와 함께 했다면 난 그나마 이전에 아름다운 기억들도 간직하지 못했을거라고.
어쩜 널 외롭게해서 내가 지금 벌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한다.
그거아니? 지금은 아니지만 한동안 내 꿈속의 주인공이 너였다는걸.
참 웃기지? 이젠 서로 가정이 있는데.
너의 메일주소,집주소,전화번호,회사,우연히 다 알게 되었지만,연락은 하지 않으련다.마지막까지 내 이기적인 마음때문에.지금의 초라한 내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어서이다.그냥 네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남기 위해.
지금처럼 항상 행복하길 바란다.건강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