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그 하나}
파리 두 마리가 호화주택에서 화려하게 꾸며놓은 천장에 앉아 있었다.
"인간들 참 어리석지 뭐야"
"어째서 말이야?"
"보면 알 수 있잖아. 많은 돈을 들여서 높다랗고 화려한 천장을 꾸며
놓고는 저 바닥에서만 걸어 다니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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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천정에 붙어서 인간을 내려다 보니 한참 웃으웠을거다. 우리 말
속담에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파리
주제에 인간을 깔보다니. 하기야, 대한민국에는 파리만도 못한
인간들이 요즘 신문 지면만 축내고 있다.
이 방에도 파리 좋아하는 분이 많으셔서 오늘은 파리를 가지고
썰 좀 풀까 한다.
나는 고향이 시골이다. 어려서 방은 물론이고 집안에 파리가 왜
그리 많았는지... 천정이 온통 파리 떵으로 도배를 했다. 옛날에
천정 도배를 사방 연속 무늬 종이로 했다. 그 종이를 도배하려면
가위질을 아주 기술적으로 해야 사방연속 무늬가 어긋나지 않았다.
깨끗이 천정 도배를 하고 종이로 골고루 깃을 달아놓았다. 그러면
거기에 파리가 앉아서 실례를 해대는 것이다. 나중에는 그 깃이
아예 까매져 버린다. 그럼 그 종이만 떼어 버리고 다시 파리용
깃을 다는 것이다. 누구의 아디어인지 굳 아디어였다.
파리는 여름에 낮잠을 자려면 왜 그리 얼굴에 달라 붙어서 간지럽
히는지 참 짜증이 났다. 그래서 애기들은 모기장과 비슷한 파리장
을 쳐서 그 안에 재웠다. 나는 자면서 파리가 달라붙어 손으로
날리면 다시 붙고, 날리면 다시 붙고 해서 화가 나서 손으로 있는
힘을 다해서 내리 쳤는데 갑자기 눈에서 불이 번쩍 나고 잠이 다
깨버리는 것이었다. 아고! 이게 뭐야. 내 얼굴을 내리친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파리약이 없었다. 있어도 돈이 없어 못샀을
것이다. 그래서 뒷동산에 가면 주인 없는 무덤들이 있고 그 주변에
하얀 버섯이 난다. 그 버섯이 파리 버섯이다. 독이 있어 보리 밥
에다 개서 놓으면 파리가 날라와 빨아먹고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져
죽는 것이다. 조금 지나니 호마끼라고 해서 요즘의 사이다 병 크기의
유리병에다 불대를 달아 놓은 것이 나왔다. 그것을 입으로 불고 나서
문을 닫고 나온다. 조금 있다 들어가 보면 방에 까맣게 파리가 죽어
있었다. 이것을 방비로 쓸어다 버리는 것이다. 그 뒤로 손으로 눌러
뿜는 에어로졸 형태의 파리약이 나왔다. 모기약 겸용이어서 여름에
많이 뿌려댔다. 요즘에는 테이프에 본드를 발라서 천정에 달아 놓은
것이 있었다. 그러면 파리가 날가 앉다가 바로 붙어서 죽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것이 파리채다. 처음에는 가죽 등을 대나무 끝에다 달아
파리를 순식간에 내리치는 것이다. 나중에는 풀라스틱 파리채가 나와
서 만년용으로 쓰였다. 나는 천연 파리채를 애용했다. 손바닥 파리채.
누가 손바닥으로 때리려고 손을 위로 치켜들면 "어디서 파리채를
휘두르고 그러냐?"고 농담을 했다.
우리가 살인을 쉽게 저지르는 사람을 보고 "파리 죽이듯이 한다."고
하고 직장에서 아무 때나 잘리는 것을 보고 "파리 목숨이다."라고
한다. 즉 파리를 손쉽게 아무때나 죽이는 것에 비유한 표현들이다.
파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집에서 사는 평범한 파리가 있고 또 장독대
에서 날라다니는 쉬파리는 구더기 알을 낳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장독을 열어놓은 때는 반드시 천으로 된 모기장을 덮어 놓으셨다.
또 소의 피를 빨아먹는 파리는 사람에게도 달라붙어 피를 빤다.
나도 소를 풀을 뜯기러 다닌 적이 있는데 소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면
손을 내리쳐서 죽인다. 그러면 피가 시뻘겋게 묻어났다.
파리의 애벌레는 구더기다. 시골에서 푸세식 화장실에서 산다. 그
광란의 탈출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 많은 것들이 파리로 변
하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애벌레들은 다 징그럽다. 매미의 애벌레는
굼벵이다. 모기의 애벌레는 장구벌레다. 그 모습들이라니...
그런데 구더기는 된장, 고추장에도 엄청 많이 살았다. 장독대에
고추장을 푸러 가면 그 모습 때문에 밥맛이 싹 달아났다. 여름에
반찬도 없고 고추장에 비벼먹었는데 벌레가 우글대니 어떻겠는가.
아무리 뚜껑을 덮고 해도 어는 뜸에 쉬파리가 알을 까고 갔는지
반드시 생긴다. 오죽하면 속담까지 생겼겠는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는가?"라고.
요즘에는 구더기를 키워서 낚시 미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 낚시
가게에서 강태공들한데 판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얼마나 낚시밥으로
효과가 있는지.
생태계는 먹이사슬이라는 것이 있어 생물들이 균형을 이루고 산다.
천적들이 서로 잡아먹고 잡아 먹혀서 적절한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다.
파리의 천적은 잠자리, 거미 등이다. 잠자리는 달아다니면서 파리를
잽싸게 잡아 먹는다. 거미는 멋진 그물집을 지어놓고 기다리면 파리가
걸려든다. 그러면 줄타기를 해서 파리를 잡아먹는다. 개구리와 두꺼비
도 파리를 잡아 먹는다. 개구리나 두꺼비가 파리를 잡아 먹는 모습은
아주 재미있다. 팔짝 뛰면서 혀를 낼름 내밀러 삼켜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를 좋아하는 넘들을 가리켜서 "두꺼비 파리 삼키듯이
늘름 늘름 먹어치운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가을에 고추 잠자리가 날라다닌다. 그러면 매미채
를 만들어서 날라다니는 것을 잽싸게 낚아챈다. 그런데 잠자리를 유인
하려면 가느다란 실에다 파리를 잡아서 묶는다. 그래가지고 공중에
날리면 잠자리가 "웬 떡이냐!" 하면서 달려들면 동생이 옆에 섰다가
매미채로 사로잡았다. 그래서 동생과 적당히 분배를 했다.
파리는 태생이 지저분하고 사는 곳도 더러운 곳이어서 병균을 옮긴다.
그러니 미움의 대상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여러가지 운동이
많았다. '쥐 잡기 운동', '파리 잡기 운동'이 그것이다. 쥐도 더러운
종자이니 박멸의 대상이었고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담임선생님이
파리를 몇마리 잡아오라고 숙제를 주면 집에 가서 동생과 파리 잡기
경쟁을 벌였다. 아무리 잡아도 숫자가 부족하면 학교에 가서 많이
잡은 친구들한테 꾸어서 내곤 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형님 친구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군대에서는 자유시간이 많으면 고향생각, 짝순이 생각 등 온갖 잡념
이 든다고 해서 벼라별 작업을 시켰단다. 그 중에 하나가 '눈에 보이
는 파리를 몽땅 잡는 거'였다나. 그래서 파리를 다 잡으면 이제는
갑자기 '이 열 마리씩 잡기'과제를 냈다고 한다. 그러면 옷을 벗고
이를 잡는데 열마리가 되지 않으면 손을 비벼서 없는 때를 뭉쳐서
이라고 제출한단다. 귀신 잡는 군인이 아니라 이잡는 국군이였나?
야, 느티나무 할 일도 더렵게 없다. 파리얘기를 줄줄이 늘어놓고
이쯤 끝내고 나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 것 같다. 끝으로 두꺼비
파리잡아 먹는 엇시조 한 수 소개하고 손수다를 끝내겠나이다.
* 원문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치다라 앉아
건넌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 있거늘 가슴이 끔찍하여 풀떡 뛰어 내리
닫다가 두험 아래 자빠졌구나
모쳐라, 날랜 나이기에 망정이지 에헐질 번 하괘라
* 현대어 풀이
두꺼비가 파리 한 마리를 물고 두엄 위에 뛰어올라 앉아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날랜 흰 송골매 한 마리가 떠 있으므로 가슴이
섬뜩하여지고 철렁 내려앉아 펄적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로 나자빠
졌구나.
다행스럽게도 몸이 날랜 나였기에 망정이지 동작이 둔한 놈이었다면
다쳐서 몸에 멍이 들 뻔하였다.
전국에 아컴님들 화려한 밤 되시길 비나이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