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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속에서 배운 진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BY Igor 2002-05-22

<27살의 정치인, 김민석 &#8211;그의 패배 속에서 배운 진리>

“여보세요 지금 마지막 투표함을 열었는데요, 언뜻 육안으로 봐도 최소한 반타작은 되겠네요. 게임 끝났어요 이겼어요.”

마지막으로 전화 연락을 받고 개표장인 여의도 고등학교로 향했다. 사무실에서 승리 소감을 밝히고 가라는 사람들의 집요한 권유를, 마지막까지 확인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사양한 터였다. 기자들은 14대 총선의 최대 이변을 보도하기 위해 신문 지면까지 비워 놓고 내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었다. 개표장에 도착하여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 최종 결과를 확인하라고 한 사람을 들여보냈는데 잠시 후 이 사람이 멍청해진 얼굴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상해요, 이상해요 정말 이상해요.”

이상하단 말만 되풀이하는 것 아닌가. 더 볼 것도 없다며 미리 패배를 인정한 상대편 개표 참관인들이 상당수 자리를 뜬 가운데 개봉된 마지막 투표함에서 또 한 번의 역전극이 벌어진 것이다. 들뜬 목소리로 시시각각 개표 상황을 전해 오던 우리 쪽 참관인들은 허탈한 듯 거의 주저앉아 있었다.

‘졌구나!’

그들의 얼굴을 보니 더 물을 것도 없었다. 애초부터 부재자 투표를 미심쩍어했던 터라 일단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함 보전 신청을 하고 우리 참관인들과 선관위 직원들에게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남긴 후 마포에 있는 중앙당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도 내가 이긴 줄로 만 알고 환호로 맞이하는 당지도부와 당직자들께 결과를 전하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는 다시 지구당 사무실로 향했다.

격전 끝에 남은 것은 허탈함뿐이었다. 지구당에 북적대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몇몇 사람만이 술로 허탈함을 달래고 있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내게 전화를 통해서나, 거리에서 나를 붙잡고는 억울하다고 우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상하게도 그 날 내 심정은 너무나 담담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사무실로 들어가 흐트러져 있는 잡동사니들을 줍고 비질을 한 후 잠시 앉아 있었다. 선거 개표가 끝나고 두세 시간 뒤니 아침 일곱 시쯤 되었을 시각이었다. 그때 팩시밀리로 편지가 한 통 날아들었다. 그 편지는 선거 기간 중에 잠깐 뵈었던 목사님이 쓰신 글이었다. 그 목사님은 우리 지역에 사시는 분은 아니었으나, 선거 기간 중에 박카스를 한 박스 사 들고 우리를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그분이 선거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시고 바로 팩스로 편지를 보내신 것이다.

“골리앗의 처음 아우성은 허구에 대한 자기의 고백이었을 뿐 결코 마지막 승리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마음 상해할 필요 없습니다. 언제나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2백의 부족함은 지금 더 확실한 2백만이 보상해 줄 것이고, 멀지 않은 미래에는 2천만 명이 보상해 줄 것입니다. 사실보다 진실이 소중한 것이고, 결국 진실이 승리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이력서에 주지사 낙선 기록이 있음을 기억합시다. 하 나님은 진실한 자의 편입니다. 샬롬.”

이 짧은 글을 읽는 순간 마치 하나님의 편지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 뜻이 곧 온몸으로 전해졌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위로를 안겨준 한 장의 편지였다. 이제 툭툭 털고 다시 시작 할 시간이었다.

(www.goodseoul.or.kr &#8211;김민석 홈피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