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반찬도 없는데 싱글거리며 먹는 아들넘이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 미안하기도 해서
정다운 눈길로 쳐다봤다.
'얘 우리 이렇게 밥 먹는거 다른 사람이 보면
무지 다정한 모자간이라 하겠다 그지?'
'그러게요. 사실은 아닌데...'
아니 이넘봐라.
사실은 아니라고?
괜히 빈말로 함 그래봤는데 어미보다 더 고단수로
대꾸를 하니 약빨이 팍 오른다.
근데...
사실은 오늘 이넘 월급날이다.
알바를 해서 오늘이 월급날이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아까 집에 와서는 아무 내색을 않했다.
내가 아무리 돈이 없기로서니
치사하게 아들넘 알바한 돈을 넘보지는 않는다.
단지....
단지 말이다
알바해서 푼돈아닌 몫돈으로 월급을 받았으니
다시 받아가는 한이 있드라도 일단은 어미손에
돈봉투를 쥐어줄지 아닐지 그게 가슴 설레이도록
궁금한거다.
효자인지 아닌지 슬쩍 실험해보고 싶은 치사한
심뽀라고나 할까?
밥을 다 먹은 아들넘
물까지 마시고선 슬며시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젠 월급봉투를 가지러 가는갑다.
봉투를 내밀면 첫말을 뭐라할까?
인심좋은 오마니의 폼으로 무게를 잡으며
'얘. 필요없다. 너 가지고 있다 아껴쓰라'
그러면서 다시 내어줄까?
아니면
'엄마가 보관해줄께. 필요할때마다 타쓰라'
이러면서 아들넘 돈을 관리해줄까?
혼자 이생각 저생각을 하는데...
방으로 들어간넘은 한참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이다.
옛날 어릴때 웃 어른들이 용돈 하라며
쥐어준돈은 무조건 어미한테 상납하드니
언제부터인가 머리가 굵어지니 그것도 꽝이 되었는데..
(아니 이넘이 방안에 들어가서 뭐하는거야?)
따라들어가보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그냥 생각없이 멍하게 앉아 아들넘한테 첨 해줄말을
맘속으로 연습하고 있는데
방문이 삐쭉이 열리드니 드뎌 아들넘이 나왔다.
안보는척하고 슬쩍 손을 쳐다봤드니
아니나 다를까 하얀색 봉투를 들고있다.
우히히. 역시 돈봉투를 나한테 맡길려나 보다....착한넘.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뭔데?'
뭐긴 뭐라...당연하게 돈인줄 알면서...ㅋㅋㅋ
'오늘 월급 받았잖아요. 어머니 용돈 쓰세요'
뭐시라... 용돈?
하이구 이넘봐라.
날보고 용돈을 준단다.
봉투채 맡기는게 아니고 단지 용돈을...이게 아닌데...
난 사실 아들넘이 친구 좋아하고 기분파고
돈에 대한 관념이 희박한거 같아서
2학기 복학할때까지 지가 알바해서 번돈을 차곡 차곡 모아
관리해줄려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넘 하는꼴을 보니 돈을 나한테 맡길 맘이
없는거같아 순간적으로 서운하고 조금 배신감도 느껴졌다.
'왠 용돈. 나중 니가 졸업하고 정식으로
취직했을때 엄마 용돈주고...지금은 엄마가 니 월급
관리해줄께'
'아니요. 제가 할께요. 등록금이랑 어학 연수비랑
제가 적금들어 모을께요'
무능력한 어미는 그만 할말이 없었다.
아들은 더이상 나만의 아들이 아니었고
성인이 됐다고 선전포고하는거나 다름없었다.
내가...능력이 없다보니 아들의 선전포고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곶혔다.
여유있어 자식한테 큰소리 쾅쾅칠때 그런 소리 들었담
예사로 들릴껀데...나의 옹졸함일까?
결코 날 무시해서 그런 소릴 하는건 아닐진데
그래도 서러운 맘이 드는건 어이할찌...
나쁜넘. 나중 지 마누라한테는 봉투채 맡길꺼면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아들이 준 용돈을 받긴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아들이 벌은 돈을 내가 받아쓴다니...
차마 이걸 어떻게 쓴단 말인가?
참 이상했다.
다같은 돈인데 남편이 건네준돈은 하나도 미안한
맘없이 당연하게 받아쓰고 지갑에 여윳돈 냄새가 나면
호시탐탐 긁어내기위해 얼마나 잔머리 굴리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든가?
'어머니 그돈으로요 프린트기도 새로 하나 사고
맛있는거 사드세요'
'그래 고맙다'
고장난 구형 프린트기가 맘에 걸렸었나 보다.
그걸 사라고 하는거 보니...
'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어머니께 용돈 많이 드릴께요'
아이구
이넘은 월급봉투를 영영 어미에게 맡기진 않을넘인가보다.
용돈 소리만 하는거 보니...
내 남편이 월급봉투째 안주고 나한테 용돈만 준다면?
택도 없는 소리고 입에 거품물고 봉투를 뺐을려고
할껀데 아들넘은 그게 안될꺼 같구먼....
이게 남편돈과 아들돈의 차이점인가보다.
자식은 품안에 자식이란 말이 맞는거 같다.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넘
내 둥지에서 슬슬 독립해 나갈려는 모습을 보이니
대견키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한 맘이 드는건 왜일까?
아들은 이러면서 자라고 어미는 늙어가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