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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년 서울이야기...1


BY zealot 2002-05-23

내가 태어나 처음 살았던 곳은 종로 6가 효제초등학교 뒤 한옥이었다.
걷기 알맞은 거리에 있던 창경원과 옛 서울대 자리는 우리 가족의 산책 코스였다.
전통적인 ㄱ자형 한옥에 옛날 우물도 있던 우리집은 꽤나 운치 있었다고 하는데,
태어나 겨우 몇 달을 머물렀던 내 기억속에는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다.하지만,
어쩌면 내 기억세포의 어느 구석엔가 가장 깊이 박혀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 그곳이다.

자칫하면 이 세상 빛을 보지도 못할 뻔 한, 아찔했던 사건이 있었으니 말이다.
1964년 5월 어느날, 어머니께서는 전화 한통을 받으셨다. 아버지 친구분댁 아들이 연탄가스 중독으로 위독하다는 전화였다. 깜짝 놀라 급히 달려나가시던 어머니는 그만 그 한옥집 마루에서
넘어지셨다. 임신 7개월을 조금 넘긴 임산부의 몸이었다. 어머니는 명동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2킬로그램이 채 안되는 아이를 출산하셨다. 조산이었다. 산모의 생명을 위해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그 아이는 칠삭동이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속에서 간신히 생명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나다.

그런 까닭에 내가 살던 작은 한옥이 있던 종로 6가는 이 세상과의 인연만큼 중요한 의미로
내게 남아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무렵의 일이다.

www.goodseoul.or.kr 김민석 홈피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