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불러본지도 오래인것 같아서 더욱 미안해 진다.
어제는 외출 나갔다가 동서 친정에 잠시 들렀었단다.
친정 어머니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아버님 생각과
아픈 동서마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려한다.
병석에 여러달 누웠어도 내 마음 어지러운것만 생각하고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돌아 가시고 나서야 찾아가서
돌아오는 길에 누가 볼세라 눈물을 연신 닦았었단다.
미안한 마음 뿐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꼬?
사모 지내고 나면 밥이라도 한끼 해야겠다 마음 먹었지만
미안한 맘에 전화 한통도 못했구나.
손윗사람으로서 제대로 처신을 못하다 보니
면목이 없어서 차마 연락해볼 엄두가 안나더라.
구정에 우리 부부 문제를 가지고, 아랫사람들인 동서네에게
노골적으로 표현을 하고, 내 기분대로 한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평생 지워지지 않겠지?
그래도 그때 동서네 식구들 양말은 준비했었는데, 아직도 포장된채
우리방 한쪽 구석에 그대로네.
그러고 나서
나에게는 말한마디 없이
물론 내탓도 있겠지만, 난 피해자인데 시동생이 형 만나서
제사 가져가마고 했다는 말이,
형도 물론 무시한 처사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살았고, 현재도 잘 살려고 하나
형으로 인해 모든게 무너지고 있는 판국에,
나에게는 말한마디 없이 형에게 그런말을 했다는게 정말 섭섭하더라.
물론 둘은 의논 됐던거 아니었겠어?
할 수없이 형 편이구나, 싶더라
지금도 물론 홧병이 생길 정도로 힘든 상태이지만
동서네에겐 마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시집와서 살림 잘하고, 남편 잘 받들고,
게다가 직장까지 만들어 다니는 동서에게
많이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여태 한번도 표현을 해본적이 없네.
우리는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이 어렵게 살고 있지만
동서는 부디 행복하게, 나 같은 아픔 전혀 모르고
살았으면 해.
미안하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내가 동서를 봐도 부끄러운 생각이 없어지게 될까?
친정 아버님 잘 보살펴 드리고,
명절에 우리 차롓상 준비 걱정말고
남동생 결혼할때까지만이라도 잘 챙겨드려라.
그럼 이만 줄여야 겠다. 일이 있어서.
2002.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