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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땐 몰랐을까?


BY 나의복숭 2002-05-28

며칠째 연로하신 친정 엄마가 꿈에 보였다.
눈감았다하면 메고가도 모를정도로 깊은잠에
빠지는난 사실 꿈을 별로 안꾼다.
누가 좋은꿈 꾸어서 복권에 당첨됐다 소리 들으면
왜 난 꿈을 안꿀까? 성질머리가 더러버서 그런가?
생각해보며 꿈꾼 사람을 부러워도 해보는데...

한번씩 시골가서 부모님 뵙고오면 안간거만 못할정도로
맘이 쨘해서 한참동안 혼란이 오고했다.
자식 키울때는 애들 키우고 나면
맘껏 부모님 찾아뵙고 잘해드려야지 생각했고
먹고 살만할때도 조금 더 있다
떼돈벌어 부모님 호강시켜드려야지
생각하며 미루고...
어영 부영하다보니 시간은 엄청 흘러가버렸고
시간만 흘렀나? 먹고 살만하든 처지가 바뀌어서
이젠 오히려 부모님 걱정을 시킬 처지가 됐는데...

외출할려고 스커트을 입을려고 보니
밑단이 타져있었다.
바늘을 가져와서 검정실을 ?쓿졀?보니
아뿔사~
바늘귀에 실이 안들어가는거다.
가물가물하는데...
세상에 내 눈이 언제 이렇게 나빠져서
바늘실도 제대로 못끼게 됐나?

문득 옛생각이 났다.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는 항시
가족들의 구멍난 양말을 꿰매고 계셨는데...
바늘을 끼어달라고 내앞으로 건낼때마다
'이렇게 큰 바늘구멍도 안보이남?'
두번만 부탁하면
꼭 요렇게 유세를 부리면서 끼어드리곤 했다.

또 어땠는가?
비가 올것같은 날씨땜에 팔 다리가 아프다면
그걸 이해를 못했다.
도대체 날씨하고 가만히 있는 팔 다리가 뭔 상관이람?
근데..
그 상관관계를 요즈음 조금씩 체험해가는 나이가 됐으니..

먹거리가 귀하든 시절
먹을게 있으면 엄마는 항상 자식들에게 한개라도 더 먹일려고
당신은 안드셨다.
'울엄마는 이런거 먹을줄 모르는가보다'
요러면서 우리만 먹는걸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그 안먹었든 맘을 이해하기까진 한참의 세월이 흘렀다.

요즈음 일요일이 되면 먹성좋은 울 아들넘
심심하면 바베큐를 시켜먹잖다.
한마리 시키면 아들 혼자 먹으면 딱일 정도로
양이 별로 많질 않다.
나도 엄청 바베큐를 좋아하는데
두마리 시키기엔 조금 버그워서 한마리만 시킨다.
그리곤 아들 먹는데 난 먹기 싫다느니
속이 더부룩 하다느니...핑계를 대고
한조각만 먹고선 아들한테 넘기는데
그때 옛날 울엄마 생각이 나는거다.
아..엄마도 이런 맘으로 안먹었구나...
아들이 다먹고 깨끗이 남은 그릇을 보곤 흐뭇하면서도
'에라이 나쁜넘...한조각이라도 남겨놓지...'
먹으라할땐 안먹어놓고 이 무슨 심뽀? ㅎㅎㅎ

친정간다고 마트에 가서 이것 저것을 샀다.
전화를 할때마다 내려오지말라고 당부를 하시는데
딸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는 맘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참 행복함을 느낀다.
이건 아버지가 좋아하는거지...
이건 엄마가 잘 먹는거...
요런 맘으로 바구니속에 물건을 줏어넣을때마다
힘드는 현실은 깡그리 잊어먹고 부자가 된 기분이다
돌아가신다면 내 어찌 이런 행복을 맛볼수 있으랴.
가진거 없고 빈털틸이라 남 보기엔 초라해보지만
그래도 엄마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는게
얼마나 맘이 푸근하고 행복한지...
나이 들어갈수록 어린애처럼 왜 이리 부모님께
기대고 싶은지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