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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후보의 직계존속은 시댁? 친정?


BY newsy 2002-05-28

정계진출 여성의 비애



여성 후보의 직계존속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해석이 남성 후보만을 기준으로하고 있어 전 근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6.13지방선거에 기초의원으로 출마하는 이현주 후보(여성민우회 녹색시민후보)는 후보등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문제에 직면했다.

입후보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재산등록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던 중 '직계존비속' 항목에 친정을 넣어야할지 시댁을 넣어야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시 선관위가 내놓은 '정당/후보자 등을 위한 선거사무안내'를 찾아보니 재산신고의 범위를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출가한 여와 외조부모 및 외손자녀는 제외)의 부동산, 동산 등 전재산'으로 되어 있었다.

이 설명만으로는 자신의 직계존비속을 판단할 수 없었다. 안내자체가 남자 후보자 중심으로만 되어 있었던 까닭이다.

이 후보는 곧바로 양천구 선관위에 전화를 걸었다.
선관위 직원은 "잘 모르겠다"며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몇 시간 뒤 그는 '여성후보자의 경우 직계존비속은 친정부모'라고 답해왔다.

답변을 들어서 친정부모의 재산상태를 적어넣던 그녀는 호적상 시댁으로 되어 있는 자신이 왜 친정의 재산을 알려야하는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이번에는 중앙선관위에 직계존비속이 친정부모를 포함하는지를 질의하였다. 그러자 양천선관위와는 반대로 중앙선관위는 '여성후보자의 경우 직계존비속은 시부모'라고 안내하였다. 이래서 문제는 정리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이 후보가 선거사무관계자를 신고하기 위하여 같은 '직계존비속'을 물었더니 '여성후보의 경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후보자의 직계존비속은 친정부모'라는 답변이 양천선관위와 중앙선관위로부터 동시에 나왔던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맞다면 재산상태는 시댁을 중시하지만 선거운동은 친정이 할 수 있다는 묘한 상태가 된다.

양천구선관위가 맞다면 서울시 선관위의 안내서에서 '출가한 여와 외조부모 및 외손자녀는 제외'라고 호주제를 따르면서 재산상태, 선거사무관계자와 관련해서는 예외를 두는 셈이 된다.

이런 혼란은 이씨가 서류예비심사를 받으러 양천구 선관위를 방문하였던 24일에야 정리되었다. 이 후보는 중앙선관위의 해석대로 적어넣었고 양천선관위도 재차 확인한 끝에 중앙의 유권해석을 따르기로 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일주일이었다.

결국 이현주씨는 재산신고의 직계존속으로 친부모를 쓰지 못하고 시부모를 적었지만, 사무 관계자 신고에서는 친부모를 직계로 인정받았다. 남성 후보는 일치하지만 여성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웃지 못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후보는 "여성후보를 경시하는 제도의 단면으로서 남성후보 위주로 안내가 되어 있다"며 "여성에게도 상속권이 보장되는 등 남녀평등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정치문화이다"라고 꼬집었다.

여성후보들은 정치판에서 숫적으로도 열세일 뿐 아니라 사소한 서류 하나를 꾸밀 때에도 자기부모를 '직계'가 아니라고 적어야하는 씁쓸한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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