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장장치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LG전자가 네티즌의 힘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LG전자는 5월27일 오후 긴급회의를 갖고 최근 '비공개 버퍼용량 다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CDRW(컴팩트디스크 리라이터블) 제품을 전량 교환해주기로 결정했다. 업그레이드는 '요란', 다운그레이드는 '쉬쉬' 사건은 지난 5월초 LG전자가 비공개로 자사 40배속 CDRW(모델명 GCE8400B)와 32배속 제품(모델명 GCE-8320B)의 버퍼메모리용량을 8MB(메가바이트)에서 2MB로 낮추면서 촉발됐다. 당시 LG전자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공표하지 않았고 이미 제품 포장과 제품 설명서에선 버퍼메모리 표기를 아예 없앤 상태였다. 5월 중순경 이 문제가 일부 언론과 PC부품 벤치마크(성능테스트) 전문사이트 K벤치(www.kbench.com), 광저장장치 전문포털 CDR인포메이션(www.cdrinfo.co.kr) 등에서 불거지자 LG전자는 20일경 자사 사이트(www.lge.co.kr)를 통해 공식 해명했다. 8MB 버퍼메모리의 시장수급상황이 좋지 않아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2MB 버퍼메모리로 교체했지만 버퍼메모리 변경이 제품 성능에 미치는 영향이 없어 고객에게 특별히 고지할 의무를 느끼지 않았다는 것. 또한 버퍼메모리 교체에 따른 비용감소분(5~6천원 수준)은 5월초 제품 가격을 17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20% 정도 내리면서 이미 반영했다고 밝혔다. "대용량 버퍼용량 자랑할땐 언제고"
하지만 K벤치 이관헌 이사는 "버퍼메모리 용량은 CDRW 구입시 레코딩 속도, 안정성, A/S 못지 않은 중요한 구매포인트"라고 지적하고 "제품 성능이 변경될 경우 모델명을 바꾸거나 공지를 통해 사전에 알려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은 LG전자의 기업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LG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2~4배속 제품이 나오던 초기 단계에선 버퍼메모리 용량을 경쟁적으로 올렸지만 향상된 기술이 적용되면서 버퍼 용량이 제품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LG측의 해명은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CDR인포 배용기씨가 LG전자의 답변을 정면 반박하는 특집기사를 자사 사이트와 K벤치 등 유명 벤치마크 사이트에 올린 것. 배씨는 2MB 채택 제품과 8MB 채택 제품을 비교하는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CD 레코딩시 성능 차이가 분명 발생하고 있고 특히 멀티테스킹(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동시 가동하는 경우) 환경과 저사양 PC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뚜렸함을 입증해 보였다. 또한 지난 4월에 출시된 40배속 제품의 경우 8MB 사양으로 각종 PC전문지와 벤처마크 사이트에 소개돼 호평을 받은 뒤 갑자기 제품 사양을 낮춘 점도 의혹을 샀다. LG '공식사과 및 제품 교환'으로 선회
초기에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여기던 LG전자 역시 사용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공식답변 1주일만에 '공식사과 및 제품 교환'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2MB 사양 제품은 모두 4만여대. 이들 제품의 교환을 위해 LG전자는 곧 8MB 사양 제품 재생산에 들어가 6월5일부터 전량 교환해 줄 방침이다. 또한 소비자 혼선을 없애기 위해 이후 생산제품은 모델명을 바꾸고 제품 상자에 2MB 버퍼메모리 표기를 하도록 했다. LG전자측은 이번 조치가 '제품 결함에 따른 회수(리콜)'가 아닌 '고객만족차원의 조치'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8MB 사양 제품 수만 대를 별도로 생산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리콜'이라고 볼 수 있다. CDR, CDRW 등 광저장장치 시장에서 LG전자의 국내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그 뒤를 점유율 20%의 삼성전자와 외산업체들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광저장장치 매출 대부분이 OEM(주문자표시판매)이나 수출로 이뤄지고 있고 국내 리테일(소매)시장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초기 LG전자가 안이한 대응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K벤치 이관헌 이사는 "이번 사건이 LG전자의 시장점유율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겠지만 이 분야에서 LG가 다져온 기업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LG전자측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품 생산라인 프로세스에 소비자 입장을 좀더 적극 반영키로 했다. 실제 이번 CDRW용 번들 프로그램을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LG는 이 문제에 있어서도 소비자 입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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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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