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입니다 약간 긴글이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글 입니다.
[두얼굴 코리아] “한국은 열광적… 일본은 미지근”
한·일 평점 비교…행사도 시민의식도 일본 앞서
사상 최초의 공동 개최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대회 전부터 긴밀한 협력을 강조해 왔지만 내심 묘한 경쟁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 언론들도 오랜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는 ‘가깝고도 먼 이웃’ 한·일(韓·日) 두 나라의 이같은 경쟁 관계에 주목했다.
경기력 면에서 세계 언론은 4강까지 오른 한국의 약진을 “월드컵의 역사를 다시 썼다”며 격찬, 16강에 머문 일본을 제쳤고, 개최국으로서의 대회운영 성적에서도 외국 언론들은 대부분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성적뿐 아니라 공동 개최국 경쟁에서도 한국이 이긴 것이다.
우선 국가의 활력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크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의 디 차이트(Die Zeit)는 “5년 전 아시아 위기를 맞아 경제적 침체를 경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조소를 받기도 했던 한국이 월드컵에 때맞춰 부상했다. 한국 경제는 18개월 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6월 7일)고 보도했고, 미국의 타임(TIME)은 “한국은 축구를 정체성 탐구작업으로 바꿔놓았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한국이 축구 강국으로서의 등장뿐 아니라 성숙한 국가로 무시할 수 없는 상대가 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 됐을 때 미국과 일본에 자신을 과시할 기회가 왔음을 알았다”(6월 24일)면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한국의 활기찬 자세를 평가했다.
좀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개최국으로서의 한·일 양국을 비교하면서 한국에 높은 점수를 주는 보도도 있었다.
프랑스의 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지(誌)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고 ‘한국-일본 6대0’(6월 28일자)이라며 한국의 완승(完勝)을 선언했다. 리베라시옹은 경기장, 응원 열기, 감독, 물가(物價) 등의 6개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교 평가했다. 여기서 일본은 단 한 항목도 한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홍콩 신보(新報)는 “일본은 각 방면에서 ‘한국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진력하고 있으나 한국의 진취성은 일본의 지속적인 침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일본이 이미 뒤떨어지는 모습만을 부각시킬 뿐이다”(6월 5일)고 했고, 중국 공인일보(工人日報)는 “한·일 양국은 2개의 ‘서로 다른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음을 느꼈다”면서 ‘강렬한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한국과 ‘썰렁하기 그지없어 월드컵 주최국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힘든’ 일본은 월드컵을 대하는 열기,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앞섰다(6월 18일)고 보도했다.
●한국 IT산업 위력 부각돼
멕시코의 레포르마(Reforma)는 시 외곽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어 좀처럼 접근이 어려운 일본 경기장과 걸어서도 갈 수 있는 한국의 경기장을 비교하면서 “아시아의 두 나라는 월드컵 경기에 대한 인식과 관념의 차이에 따라 대회를 준비해 왔는데 월드컵의 기능적 측면에서 한국이 한 수 위”(6월 18일)라고 평가했다. 홍콩의 더 스탠더드(The Standard)는 일본이 16강전에서 패한 후 “일본의 월드컵은 끝났다. 남은 건 공동 주최국 한국의 남은 경기를 부러움으로 지켜보는 것이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도 개최국으로서의 한국 우세를 인정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인 대부분은 한 명이라도 많은 외국 손님을 맞아들여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자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은 일본을 알리고자 하는 의식은 거의 희박하다”(6월 7일), “포르투갈전에서 이긴 한국인들이 붉은 티셔츠로 서울 중심가를 붉게 물들이면서 ‘질서있는 비정치적 군중’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분명 한국에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단하다’고도 생각된다. 일본도 앞으로 그들처럼 분발할 것인가”(6월 17일)라고 썼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동시에 한국의 활력에 대해 감탄하는 표정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을 빛낸 것 중 하나는 정보통신(IT)이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의 우위는 일본 언론부터 인정하고 나섰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 약진, IT 강국 PR에 성공했다”(6월 27일)고 보도했다.
홍콩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sian Wall Street Jounal)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IT 기술의 위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월드컵은 몇초마다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갖고 있는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인식이 달라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6월 3일)고 했다.
● ‘아름다운 도시 서울’ 인식시켜
1100만명 인구의 거대 도시 서울의 이미지도 세계 언론에는 아름답고 쾌적한 곳으로 투영되고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는 “서울 지하철은 쾌적하고 빠르게 운행되며 내부가 아주 깔끔하다.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거나 시설물을 손상시키려고 마음먹은 사람도 없고, 찢어진 의자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600원만 지불하면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6월 4일)며 서울 지하철을 칭찬했고, 캐나다의 글로브 앤 메일(Globe & Mail)은 “서울은 600년 동안 한국의 문화와 정치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전통적인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 환상적인 쇼핑 등 이런 것들을 대도시에서 누릴 수 있다니 놀랍다”(6월 14일)고 보도했다.
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의 그랜트 월(Grant Wahl) 기자는 ‘한국에 보내는 러브레터(A love letter to Korea)’라는 제목의 서울 르포기사에서 한국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 기사에서 “나를 ‘명예 한국계 미국인’으로 불러도 좋다”며 “한국에 온 지 32일밖에 안됐지만 찬사를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미국팀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을 알고 실망했지만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한국은 4강에 오를 자격이 있고 푸념투성이 유럽인들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오는 날 한 중년 남자가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준 일화를 얘기하며 ‘김치와 붉은악마의 티셔츠를 사랑한다’면서 프랑스월드컵 때와 비교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한국인의 성숙한 의식을 칭찬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프랑스 리베라시옹(Liberation)은 “경기가 끝난 후 비에 젖은 응원단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고 일부는 친절하게도 쓰레기를 치웠다”(6월 12일)면서 거리 응원단의 성숙한 응원문화를 칭찬했다.
캐나다의 토론토 선(Toronto Sun)은 6월 25일자 ‘한국은 최고의 개최국’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인은 부드럽고 친절하고 정직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만한 국수주의가 아닌 애국심을 갖췄고 외국인들은 혼자서도 붉은악마 사이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어떤 지구상의 국가 못지 않게 승리의 순간을 얻기 위해 피땀을 흘려왔고 승리를 즐길 자격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한·중·일(韓·中·日) 3국은 축구와 축구 외적(外的)인 모든 요소에서 미묘한 경쟁 의식을 표출해내기도 했다.
공동 개최국으로서의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에도 양국간의 미묘한 갈등관계에 대한 의식을 반영한 것이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은 6월 20일자 ‘타오르는 한국, 세계의 눈을 의식하면서 열광’이라는 기사에서 이번 월드컵을 “복잡한 역사와 ‘반일(反日)’, ‘혐한(嫌韓)’을 안고 있는 공동 개최”라고 표현하고, “국가 전체가 열광하고 있는 한국, 일본과는 조금 다른 열광의 뒷면에는 동지로서의 일체감으로 목표에 집중하는 민족의 전통이 있다”면서 “질서, 응원 그리고 최대 비교 항목인 팀의 성적 등에서 하나라도 일본보다 우위에 서지 못하면 ‘우리’(대한민국)가 일본에 진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은 같은 날 “한·일 공동 개최의 월드컵도 일본의 패배로 ‘한국 단독 개최’ 기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월드컵 축구대회의 성적이 일본을 앞선 현재, 여유를 가진 한국인들은 ‘일본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안타깝다’며 위로를 보내지만 이미 일본을 시야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섭섭한 심경을 표하기도 했다. 같은 신문은 이보다 앞선 6월 8일 “일본과 벨기에전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은 일본의 득점에는 야유가 많았으며, 벨기에 득점 쪽에 박수가 터져 7 대 3 정도의 비율로 벨기에를 응원했다고 한다. 한·일 ‘공동 개최’가 아닌 ‘경쟁 개최’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방 언론에도 이같은 경쟁 의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과 벨기에 경기를 지켜본 중국과 한국의 기자들은 벨기에가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했다”(6월 5일)고 했고, 더 타임스는 “월드컵에서 탈락한 후 한국의 8강 진출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한때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숙적의 월등함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있다. 한 회사원은 ‘한국 경기를 보면서 아시아인으로서 한국을 응원해야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이탈리아가 이기기를 원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라 나시옹(La Nacion)은 “한국인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 섰다고 생각하면서 월드컵 결승 진출을 통해 한국을 강점하고 식민지화했던 일본에 대해 복수하려는 꿈을 실현시키려 하고 있다”(6월 24일)고 보도했다.
● “축구 지진 일으킨 한국”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나라가 거둔 또 하나의 성과는 축구에 관한 한 일본을 제치고 당당히 아시아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노동신문은 한국·이탈리아전을 보도한 6월 18일자에서 “한국팀은 엄청난 지진을 일으키며 축구 역사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면서 “한국은 세계 축구 역사에 선명한 붉은 흔적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한국팀은 아시아 축구의 약점인 스피드와 체력을 완전히 극복했고 유럽과 같은 수준임을 증명했다”(베트남 유스·Youth·6월 18일), “한국팀의 연전연승은 아시아 축구에 장족의 진보와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으며, 세계 축구계에 아시아가 이미 강성하고 주력팀이 있는 지역으로 성장하였음을 반영한다”(홍콩 대공보·6월 20일)고 하는 등 한국팀 칭송이 잇따랐다.
중국 언론들도 심판 판정과 관련, 우리나라에 불리한 보도를 많이 했지만 경기력 등에서 한국이 아시아의 긍지를 살렸음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전도는 무한하며 아시아 축구계의 희망을 대표하고 있다”(북경만보·北京晩報·6월 7일), “일본 축구를 중국팀이 배워야 할 목표라고 한다면 한국 축구는 중국 축구가 정신적으로 배워야 할 모범이라 할 수 있다”(북경일보·北京日報·6월 12일), “한국팀의 경기는 전 아시아인으로 하여금 자랑과 자긍심을 느끼게 했다”(북경신보·北京新報·6월 20일) 등 한국에 대한 칭송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을 통한 남북 화해 조짐도 세계 언론의 관심사였다. 프랑스 르 몽드는 6월 20일자 도쿄발 기사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북한 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이자 조총련 스포츠연맹 이사장 김용진이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너무너무 기뻐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셨습니다”라고 말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을 가깝게 한 것처럼 일본에 있는 한국과 북한 젊은이들을 화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도 6월 18일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은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팀이 이탈리아를 꺾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타전했다.
이제 세계의 눈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얻은 것들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시기다.
■월드컵 외국인 표정
“멋진 나라, 한국서 살래요”온 몸에 태극기 감고 예찬
한국어 배우려 어학당 알아보기도
해외 언론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은 만점짜리 국가였다.
“아이 러~브 코리아!” 온 몸에 태극기를 휘휘 감은 캐나다인 디 조지오 클레이튼(32)씨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나라”라며 “앞으로 한국에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캐나다에서 만났던 한국인 친구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인 친구도 있었지만 한국 친구만큼 친절하고 깊은 사랑을 안겨준 사람은 없었다”며 일본이 아닌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점수를 매겨보면 몇 점짜리 국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99점짜리!”라고 외치며 “분명 어딘가 흠이 있을 것이므로 1점은 남겨둬야겠다”며 웃었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20대의 한 커플은 한국을 “환상적인 나라”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더니 “빨리 응원하러 가야 한다”며 군중들 속으로 사라졌다. 3년 전 일자리를 찾아 네팔에서 온 아자이 셰트리(38)씨는 “3년 전과 비교해 한국인들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낀다”며 “우리 같은 외국인들을 향해 웃는 모습이 훨씬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은 물론 함께 지내는 동료 4명도 모두 붉은악마 티셔츠를 사 입었다며 자랑했다.
프랑스인 마리 소르보(29)씨의 원래 계획은 개막전과 프랑스전이 끝나면 일본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응원전에 참가하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휴가차 남자친구 블랑쉬(28)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소르보씨는 한때 공부했던 디자인 실력을 발휘, 태극기에 끈을 달아 남자친구와 자신의 티셔츠를 만들어 입었다. 소르보씨는 “월드컵이 끝나면 한국어를 배워보려고 어학당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해 옆에 있던 남자친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블랑쉬씨는 잠깐 당황하더니 “그럼 나도 남겠다”며 “자도르 라 코레(J’adore la Coree, 한국 사랑해요)!”를 3회 연속 외쳤다.
마이니치신문사 한국 특파원인 신이치로 호리 기자는 “한국인들이 응원을 통해 탁월한 민족성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응원이 끝난 후 ‘쓰레기가 없었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ㆍ독일전이 있던 날 취재 때문에 새벽까지 남아 있던 그는 게임이 끝나고 거리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거리가 말끔했던 것이었다. 호리씨는 “일본인 같으면 그렇게 모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령 모였더라도 응원이 끝나면 쓰레기투성이 거리를 뒤로 한 채 곧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