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73

답답한 마음에...


BY kpmaria77 2002-07-14

지금 시간 밤 12시 30분!
이틀 전 제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직 병원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두렵습니다.
아직 26이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싫습니다. 남편 역시 아직은 아이를 바라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장만한 집의 융자도 갚아나가야 하는데 이대로 아이를 낳고 제 일을 접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남편에게도 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겉으로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겠지만 남편 역시 아직 아버지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친구들의 모임에 간 남편이 조금 전에 전화를 해 술에 취한 목소리로 택시 기사가 길을 잘 못 찾아가 지금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9시에 제가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고 12시가 넘도록 전화 한 통이 없었습니다.
배가 고파 저녁 10시 경에 김치 하나에 라면을 먹으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냥 내 처지가 너무 서글프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아이를 가지면 남편에게 먼저 얘기하고 축하를 받을텐데...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은지.
친정에서도 어린 나이에 빨리 돈 벌어 융자도 값고 저와 남편이 조금이라도 편해진 상황에서 아이를 갖길 원합니다.
하지만 시댁에서는 갈 때마다 아이 얘기를 합니다.
결국 아이를 갖긴 했지만 마음이 너무 아프고 불안하고 혼자 힘이듭니다.
내일 혼자 병원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남편에게 얘기를 해야하는데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술에 취한 남편의 목소리를 듣고 지금은 또 눈물이 납니다.
나에게 참 잘하는 남편인데 전 왜이렇게 불안하기만 한지...
친구가 우선인 남편에게 저와 아이의 존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질지...
그냥 자꾸 눈물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