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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자!!!


BY 나야 2002-07-14

어떤 목표가 있어야 사는 낙이 생기는데 그동안은 목표가 생기지 않아서 사는 맛도 나지 않았었다.

그리 넉넉치 않은 집안에서 자랐고, 갈수록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친정을 보아야했고, 남편 또한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모아야 한다..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너무 없이 시작한 결혼이라 첨엔 막막했지만 아끼고 아껴서 몇년만에 집을 한채 장만했다.
그런데 집을 장만하고 났더니 갑자기 목표가 사라진 것같은 공허함과 더 큰 집을 장만하고 싶다는 급한 욕심 때문에 한동안 얼마나 괴로왔는지..

돈이 생겨야 모을텐데, 그 전에 하나도 없을 때는 집만 하나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더니 자그마한 집이 하나 생기니까 갑자기 1,2천만원은 돈같이도 안보이고 갑자기 한 30억쯤 생겨서 떵떵거리고 살아보고 싶은 생각만 드는거다.
그래서 복권을 한동안 열심히 샀다.
복권으로 날린돈만 꽤 되겠지...

몇달을 그러고 살자니 마음 속에서는 욕심이 끊임없이 들끓고, 우리가 오랜동안 노력해서 가지게 된 집도 하나도 기쁘지 않고 ...
그 전엔 집사는게 목표였는데 집이 하나 생기니까 목표도 사라지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갑자기 신분상승이나 한 것같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고...

그야말로 혼란, 혼돈이었다.

그렇게 몇달을 지냈는데..

오늘 사람들과 만날일이 있어서 나갔었는데 거기 나가서 보니..

참 얼마나 내가 아무것도 아닌지, 그리고 돈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내 상황이 어디쯤 있는지 보이는거다.
2억짜리 집 한채 가지고 내가 신분이 갑자기 상승한것 같은 자만심(?)같은걸 느꼈었는데 남들이 4억, 5억짜리 집 이야기를 하고..
할 말도 없거니와, 한편으로는 실제로 가진돈은 하나도 없으면서 앞으로 꼭 4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을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한꺼번에 빨리 돈을 모아야 겠다는 욕심에 없는돈 긁어모아 주식이 한창 올랐을 때 샀다가 지금 손해 엄청 보고 있는데...

처음에 우리가 아무것도 가진거 없을 때, 차근차근 100원, 1000원짜리 모아서 저축할 때의 마음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10만원 짜리 물건도 별거 아닌거처럼 보이고..

그렇게 혼자서 이리저리 혼란스러워하다가 오늘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들으면서.. 난 아직 멀었구나...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리고 돈 한꺼번에 왕창 버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서 지금부터 또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이상한 자만에 쌓여 다 팽개치고 있었던 자기개발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엇다.

집을 사서 우리앞으로 등기를 해놓은 그날부터 오늘까지 거의 일년간, 그렇게 소원하던 우리집을 가지게 되었는데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욕심때문에..그리고 자만심 때문에..

난 신분상승하지 않았다.
전에도 서민이었고, 지금도 서민임에 변함이 없다.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아껴야 산다.

그리고 10억, 20억, 30억, 이런 돈은 한꺼번에 생기는 것도 아니다.
또 내가 우습게 부를 수 있는 액수도 아니다.
천만원도, 백만원도 단돈 10만원도 내가 쉽게 말할수 있는 돈이 아니다.

이런 사실을 몇달동안 그렇게 헤매다가 이제야 스스로 깨달았다.

나에겐 변한게 없다는 생각,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해진다.
그리고 다시 어떻게 해야할지 길이 보인다.

열심히 살아야지..이 나이에 이제 작은 집한채 장만했는걸...누구에게도 내세울 일이 아니다...
내가 뭐나 된것처럼 값비싼 텔레비젼 사려고 했던것도 포기했고 돈많은 사람들이나 가지는 그릇세트도 포기했고 그동안 반찬값도 안 아끼고 먹고 싶은것 펑펑 다 사먹은거 이젠 다시 처음마음으로 돌아가서 허리띠 졸라매고 그 전처럼 조목조목 적어가지고 시장보고 쳐박혀있던 재료들부터 꺼내서 반찬하고...

이래서 졸부들이 욕을 먹나보다.
난 부자가 아닌데도 너무 없다가 집이라도 하나 생기니까 마음이 이렇게 싱숭생숭 혼란스러웠는데, 가난하다가 갑자기 몇십억이 덜컥 생긴 사람들은 한동안 얼마나 혼란스럽고 복잡해서 행복하지 않을까!
이렇게 준비안된 나에게 하늘이 큰 돈을 갑자기 내리실리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복권이 500원짜리 하나도 그렇게 안맞았던 것을 보면...
내가 큰돈을 맞이할 그릇을 마음속에 준비 못하고 감당도 못할 큰 돈에 욕심이 나서 매일 복권이나 긁고, 집이라도 하나 얻게 된걸 감사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
멀었었나보다.

정신수양 해야지. 그리고 열심히 열~~~씨미 살아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