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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도매시장을 다녀와서...


BY 포커페이스 2002-07-26

오늘 날씨가 장난아니다.
불볕더위, 불가마...

우리몸속 체온과 흡사한 35도.
피부가 정신못차릴만 하군.
안인지,겉인지...

광주가 젤 더웠다.

찐득한 아스팔트를 달리며 별일 아닌걸로 자꾸만 짜증내는 신랑, 아들은 뒷자석에서 다 녹아 줄줄 흐르는 초코파일 먹느라 정신없구.
얼굴엔 초코 범벅......

다 늙어빠진 울 자동차, 최대한 에어컨에 힘을 쏟느라 기진맥진..

드디어 도착한 도매시장

야채싣고 올라온 각지의 트럭들과 소매상들의 자동차, 오토바이,짐실은 리어카에 손수레등 입구부터 꽉 막혀 복잡하다.

천천히 진입로로 들어서니 다시 자동차 한대가 가로막고 비켜주질 않는다.
가만히 보니 군바리가 고장난 차 트렁크땜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휴가 막 나온 길인듯 체 군복도 벗지 못하고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고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뒤에서 기다리는 우리 차를 향해 거듭 미안하단 손짓을 하며 꽉다문 트렁크땜에 쩔쩔 매더니 결국 운전석에 앉아있는 아버지에게 차를 한쪽으로 빼라고 얘기한듯.

잔뜩 산 야채무더기를 옮기며 우리가 지나갈때까지 한쪽으로 비켜선체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너무 이쁘다.
군복소매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저 땀방울들이.....

역쉬, 남자들은 군댈 갔다와야 사람되는구만.

물방위 단기사병출신 울 신랑에게 내가 힘주어 말했다.
울신랑 짜증난 얼굴로 묵살한다.

ㅋㅋ

한참을 헤맨뒤 겨우 주차시키고 야채도매시장안으로 들어서니 야채썩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뜨거운 뙤약볕.. 지글지글 불타는 야채쓰레기...

뛰다시피 건물안으로 대피.
야구장만한 거대크기의 공간안에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야채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음.... 신선한 야채향...

한사람 겨우 드나들만한 길 사이사이를 뚫고 울 신랑은 잘도 걸어간다.
울신랑이 나보다 더 자주 왔기땜에...

윽.. 눈돌아간다.
종류도 넘 많고 반찬거리가 넘쳤고 사고싶은게 쌔고쌨다.

쩝.. 울신랑은 절대 못사게 한다.
어서가서 가게 문열어야 하기땜에...

내 머문 시선따라 아줌마들의 애원의 목소리...

"아줌마, 열무좀 사.. 오늘거 엄청 싸고 물건 좋아.."
"아따, 알타리 무도 맛있어. 이놈 담으믄 딴 김치 필요없제."
"상추가 한빡스에 2,000원... 지방산이라 싸요."

하이고, 저 때글한 알타리 무로 김치담그믄 얼마나 맛있을까...
난 속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울 신랑 저 멀리서 날 부른다.

쩝.. 아들 손잡고 잽싸게 신랑한테 갔다.

높다랗게 싸여있는 배추더미.
그중 뿌리께가 젤 깨끗하고 속이 꽉꽉찬 배추들을 골랐다.
어휴, 배추값이 왜이리 비싼지...
한단에 8,000원....
넉단을 골라 값을 치르는 사이 한 아줌마가 바퀴 두개달린 커다란 손수레에 척척 배추를 싣는다.

큭.
배추더미 사이에 전기밥통하나가 떡 하니 자랑스럽게 버티고 있다.

난 저번에 왔을때 알았다.
저 밥통의 용도를.

몸통주위에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져있고 손잡이 부분에 '아폴로'라 새겨진 오래된 밥통.

아줌마들의 소중한 금고다.
밥통이 늙으면 돈통이 되나보다. ㅎㅎ

밥통 손잡이를 눌러 척 열어젖히니 그안엔 밥솥은 그대로 있는데 밥은 없고 돈만 그득하다.

그 모습이 너무 좋다.

신랑이 아줌마랑 배추실으러 간 사이 난 아들손잡고 나머지들을 사러 천천히 돌았다.

콩나물을 사고있는데 어느결에 온 신랑왈,
"사정없이 담아버리쇼."
신랑의 넉살에 아줌마가 웃는다.
"사정없이 담아불믄 난 뭐먹고 산다요."
받아든 콩나물 천원어치가 한보따리다.

역쉬, 장보기는 울신랑이 한수위다.

장을 다 본뒤 차에 오르니 아들이 바나나를 사달랜다.
다시내려 과일상을 찾았다.

흡....
직인다.
달콤한 과일향이 진동한다.

과일파는 아줌마들 얼굴도 피부도 이뻐보이는구만.
달콤한 과일향에 흠뻑 취한체 바나나를 샀다.
이것도 한보따리...
시디신 귤, 자두, 포도들을 보니 입안가득 침이 괸다.
씁....

나오는 길에 수박을 가득실은 리어카를 보고 절대 못지나치는 울 신랑.
온몸이 시뻘겋게 탄 할아버지.
반으로 잘라논 수박 속을 파내어 우리들에게 한조각씩 건넨다.
하..쩝쩝.. 넘 맛있다.^^*
넘 달다.....

누런 박스 쪼가리에 매직으로 써논 가격을 보니 3천원,5천원 이라 써있다.
"할아버지, 이건 더 큰데 왜 3천원이에요?"

그러자 할아버진 신랑 귀에대고 "박수박, 박수박.."하신다.
큭큭..
누가 들을새라 비밀얘기하듯 속삭이는 할아버지모습이 넘 순진하시다.

5천원짜리로 잘익은 수박을 골라주신다며 이리저리 두드려 보신다.
할아버지가 잘 골라주신 수박한덩일 들고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흠..흠..
넘 기분이 좋다.

저렇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서 열심히 일을 하시는 아줌마, 아저씨들 땜에.....

갈코리같은 손, 새까맣게 탄 피부, 깊게 패인 주름진 얼굴일 지라도 뽀얗고 곱고 정성스레 화장한 아줌마들....

동트기전에 일나오시는 아줌마들이 화장까지 하고 오려면 더 일찍 일어나셨을게다.
아무리 힘든 일일지라도 아줌마를 위해 물건을 사러오는 손님들을 위해 곱게 차리신 아줌마들...

백화점갈려고 빼입은 그 어떤 귀부인들보다 더 예쁘고 더 멋있어 보인다.


도매시장엘 갔다오면 난 힘을 얻는다.
내가 느끼는 고단은 고단 축에도 못든다.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분들이 더 잘살고 더 부자고 더더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