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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들 유감


BY 나의복숭 2002-08-01

별로 효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모가 골머리 앓을정도로
문제아도 아닌 어정쩡한 넘이 우리 아들넘이다.
자식한테 욕심을 부리자면야 한이 없겠지만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고
부모가 보통밖에 안되는데 큰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도 죄되지싶어 아들한테 큰 욕심 안부리고
그저 작은일에도 감동하며 그렇게 살고 있는데...

지난 일요일
장마지고난후라 베란다 유리창도 지저분하고
대청소를 하긴 해야 하는데...더위가 왠만해야지.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이어폰끼고 음악 듣는다고 컴에 붙어있든 아들넘이
자진해서 대청소를 하잖다.

하이구 왠일이람?
제대해서 1달정도는 군대 약빨이 먹혀서
어미를 도와 열심히 청소도 해주고
다림질까지 스스로 하든넘이 거짓말 한개도 안보태고
한달이 지나니 슬그머니 그만둔게 언젠데..
일을 좀 시켜먹을려고 해도 지학비 번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니 있는게 시간밖에 없는 어미라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킬수가 없었다.

유리창도 열심히 닦고
마루바닥 걸레질도 힘들여서 열심히 닦고
이방 저방 시키지도 않는데 구석구석 청소하는 모습이
참 대견 스럽고 흐뭇하다.
효자가 따로 있나. 이만하면 효자지...
내 스스로 자위하면서 됐다 됐다 소릴 연발했지.
날 더븐데 어미 생각하여 요렇게 청소해주는 아들이
어딧나 싶었는데....

땀흘리며 신나게 청소하든 아들넘.
'어머니. 오늘 여자친구가 울집에 온답니다'
'뭐?'
하이구
어미 도우고 싶어 도운게 아니고
지 여자 친구가 온다니 그렇게 열심히 청소한거구나.
나쁜넘.
까닭모를 배신감이 확 들었다.
어미한테 물어보도 않고 여자친구를 델고와?
완전히 지 맘데로구먼....
'얘. 아무것도 준비 안해놓았는데 갑자기 델고 오면
어짜누? 미리 얘길 해줘야지'
'괜찮아요. 친구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참나...
하긴 나같으면 이런 초라한 집에 이성친구는 절대
안데리고 올낀데
철이 없는건지 자존심이 없는건지...속도 좋다.

아들이 델고 온 여자친구는
다소곳하니 얌전했다.
진짜로 읽는건지 폼으로 들고 있는진 몰라도
두툼한 원서를 앙증맞은 핸드백과 함께 들고서
깍듯이 인사를 하는데
꼭 며느리 인사를 받는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ㅎㅎㅎ
나랑 이런 저런 이야길 하고 있는데
아들넘 왈
'어머니 우리 그만 방에가서 얘기할께요'
'그래라'
기분이 떫다.
저넘이 언제부터 저런거야?
어미보다 여자친구가 더 좋은가보네.
짜아식..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괜히 아들넘이 미워지고 엉뚱한 딴지까지 나온다.

일단은 집에 온 손님이니
점심을 콩국수로 끓였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끓여서 먹으라고 불렀다.
역시 얌전하게 식탁에 앉든 여자애는
두손을 가지런히 놓드니 국수 앞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구 교회를 댕기구나'
손님인 먹을 사람이 기도를 하고 있으니
아들과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젓가락을 들고
기도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보통 음식을 앞에놓고하는 기도는
내 상식으로는 잠깐였는데
야는 뭔 기도가 이리도 긴지...
아들을 쳐다보며 눈을 팍 홀겼드니
지넘도 안절 부절...
글타고 빨리 하란 소리도 못하니...
그만 여태 얌전하고 이쁘던 모습이
기도하는 바람에 망치고 말았다.
도데체 기도를 하는거여? 잠자는 거여?
성질 급한 나를 시험하는건가?
이윽고 아멘~
힘들기도 해라.
난 진짜 싫다.
아무리 종교도 좋지만 첨 오는 집에 와서
먹을꺼 앞에놓고 저렇게 오래 기도를 하다니...

여자친구를 배웅해주고 들어오는 아들넘을
불렀다.
'얘. 쟤 좀 별로다. 세상에 첨 오는집에서
기도를 그리 오래하면 어째?
우리가 불교를 믿는다 생각해봐?'
'아이구 어머니.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왜 그러셔요? 신경 끄세요'
아들넘은 아무 종교를 안믿는 무신론자다.
난 영세를 받았지만 냉담자고...
'재들집 뭐해?'
'어머니는 꼭 저러시드라. 쟤들집이
뭘 하든 무슨 상관이예요?'
이럴때 아들이 너무나 밉쌀스럽다.
나쁜넘.
어미한테 좀 다정하게 얘길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꼭 지애비 더런 성질만 닮아가지고...
글고 누구든 집안환경 물어보는거 당연한거 아닌가? 쳇~


엄마라면 끔뻑 죽든 아들넘이
요샌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다.
뭘 물으면 전엔 세세하게 답해주든넘이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
사실 이 대답만큼 기운 빠지고 섭섭한 대답 없는데
이넘은 18번이다.
내가 보긴 아직 어린애 같은데..
자꾸만 걱정이 되는데...
철부지같은넘이 훌쩍 자란것은 좋은데
어미에게서 독립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일때마다
서운한 맘 어쩔수 없다.
난 안그래야지..했는데
이런 섭한 맘이 나중 시어머니의 심술로 변하는걸까?
벌써부터 이러면 장가가믄
어미하고는 더 멀어지겠지?
품안에 아들이 좋았는데..
어미가 죽으람 죽는 시늉이라도 하든 아들이 좋았는데...
어미품에서 날개달고 더 높이 비상할려는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서운해진 요즈음이다.
애구 모르겠다.
인생은 원래 이런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