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힘든 발걸음으로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회시간 언제나 그러하듯이 실적으로 시작하여 실적으로 끝난다. 파출소장 에게 쪼인 나는 한숨을 쉬며 파출소 뒷문을 열고 나가 긴 한숨과 함께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문다.
언제부터인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뒷문을 열고 나가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무는 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주간 근무는 여러 가지 실적으로 쪼인다. 교통, 경범, 보행자, 주민차량 담당제, 112순찰차 응급서비스 등. 주민차량 담당제 말이 좋다.
주민을 상대로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홍보를 하는 일, 그러나 만약 홍보활동이 미흡하여 사고가 발생할 시 담당직원이 책임을 지고 대책회의까지 들어가야 한다.
그나저나 딱지를 끊어야 한다. 112순찰차를 이용하여 열심히 관내를 돌고 있지만 오늘따라 잘 안 걸린다.
그때 마침 보기 좋게 내 앞에서 중앙선을 넘어 회전위반하는 차량을 발견하였다. 빨간색 티코였다.
난 재빨리, 그리고 능숙하게 위반 운전자에게 다가가 소속과 성명을 대고 면허증 제시를 요구 하였다.
그는 순순히 면허증을 주었다. 내가 단속을 하겠다고 하자 운전자(30세 가량)는 갑자기 그 큰 눈에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애원을 하는 것이다.
옆에는 2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안은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난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의 거짓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마음 속 깊이 다짐을 하며 꼭 스티커를 날릴 결심을 하였다.
그러나 그의 큰 눈망울에서 흐르는 눈물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아저씨 무슨 일 하시죠? 그는 노점상을 한다고 했다.
노점상을 하는 그에게 통고처분 6만원짜리와 중침 30점의 벌점을 부과한다면 그에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티코라면 6만원은 한 달치 기름 값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가슴이 답답했다.
난 속아주기로 했다.
아니 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눈물과 초라한 그의 모습을 보고 단속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난 그에게 말했다.
"다음부터 위반하면 딱지 끊을 거니까 조심하세요."
그날 난 하루 종일 눈을 크게 뜨고 다녀도 위반차량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까 그 티코를 봐준 게 못내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잘한 일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날 난 소장에게 한소리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비번 날 우연치 않게 그 '티코맨'을 볼 수가 있었다.
시장 한 귀퉁이에서 트럭 짐칸에서 도넛을 굽고 있는 그를 난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어설프게 '도넛 3개에 1000원'이라고 쓰여진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6만원짜리 스티커를 날렸다면 그는 도넛을 몇 개나 팔아야 하나 계산이 잘 되지 않았다.
그날 난 무지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를 미심쩍어 하면서도 믿어준 것이, 그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을 믿은 것이 나에겐 너무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 잘했구나
저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그날 딱지 한 장을 목숨걸고 끊었다면 그는 얼마나 상심을 했을까?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날 그의 눈물과 옆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그의 아내가.....
그리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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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인데 실화입니다,,,알면서도 속아주는 지혜가 가끔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서 얼마전 결혼 60주년을 맞은 할머니 에게 이 길고도 행복햇던 결혼생활의 비결을 물었더니 이 할머니 하시는말씀 "지는것이 이기는것" 이라고 하는군요.
알면서 속아주고 .....지는것이 이기는것 ........뭔가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