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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도 능력입니다.


BY 이상한가요? 2002-09-10

'중앙이여 눈을 들어 조선을 바라보라...'는 딴지일보의 충고를 받아들여 중앙일보도 그동안 많이 늘었나 보네요.
여자가 정신을 차려야 나라가 산다구요?
별 멍멍이 짖는 소리를 다듣습니다.
모순투성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버티면서 밥술이라도 먹고 사는게 솔직히 여자들 덕분아닙니까?
마흔살이 되나 칠십살이 되나 골수에 박힌 남성우위의 가부장제를 밑천삼아 천방지축 철딱서니 없이 날뛰는 남자들 그나마 인간노릇할 수 있게 뒷받침을 해온게 누군데 이제와서 여자들 정신 차리라구요?
여자들이 정말로 정신을 차린다면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은 욕망을 가진 똑같은 인간이라는 자각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제대로된 가정이란 울타리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남자들이 몇이나 될거 같습니까?

얘기가 엉뚱한데로 샜네요~
전업주부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전업주부가 아닙니다.
영세한 소규모 사업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원찮은 남편을 만나서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일을 하는 이유중에 하나겠지만 보다 솔직한 이유중의 하나는 전업주부라는 힘든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힘든 정신적,육체적 중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아무런 댓가도 인정도 못받는 일처럼 힘든 일은 세상에 다시 없을겁니다.
저는 하루에 한번이상 설거지를 하는 법도 없고 김치는 사다가 먹고 청소는 이틀에 한번 밖에 안합니다.
그래서 집안에는 늘 먼지가 푹석거리고 냉장고에 사다넣은 부식거리들이 썩어나갈 때가 더 많습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이제는 자리가 잡혀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의 시간만 할애를 해도 그냥저냥 굴러갈 정도는 됩니다.
한마디로 제대로된 살림을 꾸려나갈 시간은 된다는 겁니다.
그래도 남편이나 시집에는 늘 바쁘다고 말하며 작업실에 나와서 인터넷서핑을 하거나 정보수집을 핑계로 시장을 돌아다닙니다.
솔직히 그 힘든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땡볕아래 헥헥거리며 시장조사도 하고 부자재구입으로 무거운 짐보따리도 끌고 다니는 편이 훨씬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은 늘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빚을 청산해서 내게 제대로된 생활비를 가져다 주고 싶다고...그래서 내가 편하게 집안일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저요, 대답이야 하루라도 빨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러지만 속마음은 전혀 아닙니다.
정말로 남편이 어느날 복권이라도 당첨되서 이제부터 당신은 집에서 편히 살아라고 할까봐 겁납니다. ^^;
당신아들 등골 빼먹고 사는거 아니냐며 본격적으로 유세를 떨기 시작할 까탈스런 시어머니에게 시달릴 일도 싫고 파출부를 부르면 하루에 3만원 이상은 줘야할 정도로 힘든 집안일로 매일매일 무료봉사 하는 것은 더 싫기 때문입니다.
'전업주부'...그녀들은 나한테는 없는 능력을 가진 또다른 재능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녀들이 가꿔놓은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사랑합니다.
그녀들의 공간으로 들어갈 때면 나도 '장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