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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편 ~~드뎌 39개월만에 터진 전쟁의 종말을...


BY 99lin 2002-09-12

사는게 뭔지!사는게 진짜 뭔지!
넘 어렵다..기냥 매일 웃고 살자니 웃는것도 힘들다

행복하게 잘살자 신부님 앞에서 폼나게 서약하고
딴딴딴 했는데
살다보니 매일 뽀뽀하고 사랑한데이 말하고
허벌나게 웃고 사는게 아니라
새끼들 건사하느라 바쁘고
축늘어진 떵배 데리고 다니느라 힘들고
왕자병 서방 챙기고 비유 마추며 살자니
복장이 뒤잡혀 식닥거리고
뭐그렇게 살고 지낸다

루사 그싸이코는 앞뒤 안가리고 푼수 떨어서
여러사람 슬프게 하고,와중에 떳다방과 복부인이 판치고
그스테이지 돌고 지들끼리 집값 올렸다 내렸다 나눠 먹기로 놀고 있으니
여불나는 시상이다.

열심히 신청하는 동시분양에선 언제나 미역국!
옆통로 여자는 세번이나 당첨되어 이억을 벌었다는데
참말로 기차는 이야기 ..

집주인은 집장사였다.
뻥튀기해 팔았다고 자랑하는데 내속은 타들어갔다.
착실하게 사는 우리에겐 오백원짜리 복권 당첨 기회 없다.
돈 놓고 돈먹기 한다고
가진자만 배불러 지는 이넘의 시상이 얄밉던날 사건이 터졌다.

동시분양 발표날 미역국 먹는것도 지겨워
미분양 나온 정보보고 미분양 건설사를 찾았다.
지하철 플랫홈 나와 버스 타고 이십여분
신림동 산동네까지 찾아 갔었다.


튀김,오뎅 떡뽁이 집이 즐비하고
사람사는 냄새가 팍 풍겨오는 그곳
산밑이라 기관지가 약한 아이들에게 좋을것 같았다.
산동네인데 분양가가 이억삼천이라니 놀라웠다
주변 시세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분명 인터넷 검색과 삼사천은 틀렸다.
서너군데 들른 부동산에선 난곡이 재개발 예정이라
이곳도 상승세라는 일치된 답변이었다.
더웃기는 부동산왈 지금안사면 후회한다나...

역세권은 아니지만 33평 넓은곳에서 아이들 키우고 싶었다
물론 나의 욕심이었다.

수학 잘해 밥 먹고 사는 남편 계산은 아주 빠르고 정확했다
대출 이자 감당 안된다고
나또한 막상 산동네 가보니 넓은 집은 마음에 들지만
분양가가 부담되었다
로얄층 아닌 일층 이었는데 상상을 초월했다.

주변 편의시설 또한 차가 없으면 불편함이 많을 환경,
좋은점이라면 아이들 신선한 산내음과 시골같은 생활에서
어릴적 내가 자랄때가 생각나 인심 좋은 순수한 느낌이었다.

심사가 뒤틀려 남편과 대출 이야기를 오가면 이야기하다
심하게 다투었다.
이렇게 이삼일 지났고
날 더운데 두아이 챙기고 다녔더니 몸도 피곤하고
그래서 집안일을 소홀했었다.
의기소침한데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제 결혼씨즌이 찾았나보다
여기저기서 날 찾는 전화
얼마전 매장 디스플레이 해주고와 일에 대한 끈적임이 날 쑤성거렷는데
이제는 투자자가 나타났으니 일선으로 나서라 한다.

내브렌드를 걸고 나섰던 웨딩샵을 말아먹고
절대로 경영자는 되지 말아야지 맹세 했는데
자꾸 너는 할수있다면 내마음속에서 의욕을 샘솟게했다

주변에서 옛정을 생각해 위로해 주었는지 모른다
생각하지만 유학파 따돌리기 위해,인정 받기위해
세네시간 잠자며 공부하고 일했던 그시절 생각하니 속상했었다.

남편과 한판 싸움이 벌어졌다
남편도 많이 참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남편의 인내심의 한계를..
일하지 못하는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 가지고 배려해주지만
언제나 완벽한걸 원하는 남편의 습관이 날 짜증나게 했었다

이혼할거 아니면 서로 싸우고 마음에 상처주는일 하지 말자 맹세했는데 39개월만에 전쟁이 터졌다.
39개월전 시금치 군단의 스트레스 때문에 이혼 파티까지 했었다
다시는 마음에 상처주는 일은 안하다 약속한 마음을 서로가 깨뜨렸다

남편은 완벽한 아내의 모습을 원한다
육아와 가정 모두 완벽하기를...
나또한 내가 힘닿는 일이라면 앞장서서 아이를 키워왔다.
내게 한계가 왔나보다
집아니 어지럽다 잔소리하는 남편 꼴보기 싫었고
이쁘기만한 새끼들 귀찮고
거울속에 비친 뚱뚱해 내모습도 저주스럽고
세상만사 귀찮았다

게다 33평 잘 꾸며진 집을 보고왔으니
초라한 내모습에 상실감을 맛볼수밖에..
이렇게 시작된 전쟁
난 39개월간 마음속에 찌든때를 모두 드러내었다
남편은 일 포기하고 가족에게 희생하는게 그렇게 억울하냐 했고
난 너무 억울하다 소리쳤다
그리고 신랑 꼴보기 싫다고 말했다
깨진 바가지 물샌거 아까워하듯 다음날 내심술에 스스로 노여워했다

언제나 내가 미안하다 사과하는것도 짜증났다
이번이 기회다 뽄대를 보여주자 마음먹고
하루 그리고 이틀 사흘
이렇게 부부가 말없이 아는척 안하고 지나다보니 열흘이 지나갔다
퍽오래 되었다

웨딩 씨즌이라 업체에 필요한 물건들 챙겨 납품해주고
집안에 쳐박힌 웨딩드레스를 모두 펼쳐 정리했다
먼지가 폴폴!
내가 천직인줄 알고 열심히 일했던 사랑하는 내 웨딩드레스!
그간 너무 소홀했었다.
드레스 떨어진 비드 달때도 시침 바느질을 할대도 느려진 바느질 솜씨!전문가라 하기가 부끄러웠다....

난 그동안 남편과 토끼에게 혼신을 다했었다
이제 내가 서야할 자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눈치빠른 아이들 하루에도 서너번씩 아빠와 전화 나누었는데
한번도 전화 하자 안했다.
그리고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커피 마셨고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을 계속 다시듣기해 들었다
그러다 눈물 흘리면 큰아이가 눈물 닦아주고 엄마 울지마..
네살배기 큰아이가 친구 같았다.

침묵으로 열흘 이상 보냈다
부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간 지니고 있던 위기의 부부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다.
이제 인간사 이해 못할게 없다..

어느덧 세번째 맞는 이계절!
아줌마가 되어 네번째 맞이하는 가을이다..
아침 저녁 스산한 날씨가 우울한 분위기를 잠재우고 있다..

평소 남편앞에서 하루를 조잘거리던 내입이 이제 근질거린다
남편의 지적이 치사스러워 집안 구석구석 먼지 제거 했고
세탁기 고장 날만큼 이불 돌려 빨았다.
뽀송뽀송한 이불과 방바닥이 날 기분 좋게한다.

남편과 화해하고 싶지만 자존심이 허락안해 입다물고 있자니 이것도 보통 힘든게 아니다.

아이가 운다.. 모기 잡으러 가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