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불고.. 비가 억수같이 다시 쏟아집니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머리나 자를까 생각이 들더군요.
엉덩이 까지 내려오는 긴머리..
남들이 긴머리 한국기네스에 나가보라던 그 긴머리를
자르기까지는 무단히 많은 고민과 굳은 다짐이 필요했습니다.
6개월된 아들 돌보기엔 긴머리가 너무도 거추장 스러웠습니다.
첨엔 큰 맘먹고 미용실을 찾았을때..
단발로 잘라 달라며 말했다가
금세 머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등까지만..."
그래서 등까지만 잘랐습니다.
이놈의 미용사 아저씨가 남의 머리라고 지맘대로 잘라서
일자로 싹뚝 잘라서는 만원이나 받아쳐먹지 뭡니까!
고개숙이면 비뚫빼뚫..
솥뚜껑처럼 달아오른 이성을 진정하고 일주일을 참았다가
다른 미용실로 직행!!
"아줌마..파마해주세여"
세시간 노동(?)하고 머리를 보니 파마머리가 아닌 곱슬머리..
아무리 핀을 꽂아도 티도 않나고,
올림머리를 해도 빨이 않나는 부시시한 곱슬..
두달을 참다, 참다 오늘 일이 터졌지요.
바람머리..
'그래! 저거야!!'
내친김에 아들이 비맞을새라 이불로 꽁꽁 싸서
미용실로 향했지요.
"아줌마, 바람머리 하게 머리 좀 잘라주세여"
이 아줌마.. 나이 오십된 아줌마라 그런지 바람머리가 뭔지도 모르더군여.
그냥 숱만치지 뭡니까.
"아줌마.. 바람머리 할....건데여.."
결국 이리저리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설명을 했고
다행히 아줌마는 말귀를 알아들은건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다 자르고 난후..
아줌마 왈: 이거 웨이브 넣어야 해.
나: 먼저 세팅부터 해주세여. 이쁘면 하게..
20 여분을 세팅기 말고 있다가 푸는 순간!!
주루룩 흩어지는 내머리..
그 머리를 붙잡고 아줌마 왈:이건 머리가 아냐.. 그냥 '털' 일뿐이지..
충격!!충격!!
속머린 건강해서 파마가 않돼고..겉머린 너무 상해서 늘어졌다는군요.
제가 탈색을 워낙 많이해놔서..........
아줌마: 이건, 파마해도 않돼는 머리네..그냥 고데기로 매일 말아줘야겠어.
나: 흐흐흐.......그럴줄 알고 세팅부터 해봤져. 않그래두 고대기 주문해놨어여..
ㅡㅡㅋ
아~ 바람머리..
아쉬움을 접은채 집으로 향하는 내모습..
쇼윈도에 비친 내모습..
붓기 덜빠져 퉁퉁한 등치에 애기 않고 머리는 세팅이 늘어져 굽슬굽슬..
단발도, 컷트도 아닌것이..얼굴은 20 댄데, 행색은 50 대구나!
그예전 길고 탐스런 머리는 다 어디로 도망갔단 말이냐..
ㅡ.ㅜ
하지만.. 후횐 없어요.
오늘 자르고 온 머리는 그냥.."털" 일 뿐이니까여..
얼른 다시 길러서 건강한 모발 길면은 그땐 될까요.
바람머리..